산단발 외국인 근로자 집단감염 확산...“방역시스템 구멍 뚫렸다”
  • 박치현 영남본부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1.08.03 10: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국인들 지인 숙소서 집단 모임
발생 장소도 전국적으로 확산

산단발 외국인 근로자들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 추세다. 방역당국은 뒤늦게 외국인 근로자들을 우선 접종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갔지만, 방역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한 외국인 근로자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한 외국인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울산시와 방역당국에 따르면, 집단·연쇄 감염이 확인된 울산·경주 외국인 근로자 모임과 관련해 3일 누적 확진자는 20명(경주 확진자 1명 포함)으로 늘어났다. 같은 국적인 태국 근로자 등 10명이 지난달 24일 울산 북구의 한 원룸에서 모임을 가진 이후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무더운 폭염에 좁은 원룸에서 사용한 냉방시설이 집단 감염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여태익 울산시 감염병관리과장은 “지인의 원룸과 숙소에서 폭염에 따른 냉방기 가동 등으로 인한 밀폐·밀접·밀집 환경에서 노출시간이 길었던 것이 집단감염의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울산에서 외국인 근로자에 의한 내국인 간접(N차)감염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근무하는 내·외국인 근로자가 6개 중소기업, 276명에 달해 신규 확진자 발생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게 울산시의 설명이다. 특히 이들 외국인 근로자들은 대부분 불법체류자인데다 선제 선별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향후 내국인 N차 감염에 울산시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전남지역에서도 외국인 근로자들이 잇따라 확진되고 있어 방역 당국이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대응에 나섰다.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달 29부터 3일까지 9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완도 수산업 종사자·나주 일용직 근로자·목포 외국인 선원 등 외국인 사업장 중심으로 집단감염 확산추세다. 전남도는 외국인 고용 사업장·근해어업 출항 전 선박 등에 대해서 내외국인 모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발생 장소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강원도 동해에서도  외국인 근로자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2일 러시아 국적의 외국인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외국인 근로자를 중심으로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경기도 안산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도 3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아 지금까지 18명이 감염됐다. 안산시와 시흥시는 다음달 7일까지 외국인 근로자 채용 사업장에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으라고 행정명령을 내렸고, 위반한 근로자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2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기숙 형태 외국인 노동자 고용 사업체에서 ‘산단발 집단감염’이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5인 이상 집합금지를 어긴데다 사전 선별검사를 전혀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역학조사도 난항을 겪고 있다. 불법체류자 신분인 확진자들이 진술을 꺼려 동선 파악이 어렵고, 언어 소통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외국인 집단감염 사례는 지난달 16건이 발생해 전월 1건에 비해 급증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방역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결과라고 지적했다. 우리 말과 글에 서투른 이들의 탓으로만 돌릴게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 방역 시스템에 어떤 허점과 문제가 있는지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채용한 사업주들이 불법 고용 사실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해 아예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