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대선캠프 대해부] ‘친노·친문’ 쟁탈전이 與 경선 승부 가른다
  • 송종호 서울경제신문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08 10:00
  • 호수 1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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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의원 60% 이상 ‘여권 빅3’ 캠프 합류
상징성 있는 친문 인사 영입으로 ‘문파’ 표심 노려

여의도를 공격적으로 파고든 이재명. ‘5선 의원·국무총리·당 대표’ 이낙연과 오랫동안 ‘SK 계파’를 형성한 정세균.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유난히 여당 대선주자 캠프에 현역 의원들의 줄서기가 부각되는 배경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캠프에서 직책을 맡은 현직 의원 수는 이낙연 캠프 37명, 이재명 캠프 41명, 정세균 캠프 27명이다. 소속 의원 171명 가운데 61.4%가 이들 캠프에서 직책을 맡고 있다. 뒤늦게 경선에 참여한 추미애 후보와 당내 조직력이 약한 박용진 후보의 경우 현역 의원 한 명 없이 캠프가 구성됐다. 김두관 후보는 현역 의원 1명이 돕고 있다. 당 지도부와 도당위원장 등 선거 중립이 요구되는 의원을 제외하고 사실상 소속 의원 대부분이 이른바 ‘빅3’ 주자 캠프에 깊숙이 개입해 있는 상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과거 대통령선거 경선 때도 현직 의원들이 캠프 활동을 하긴 했지만, 지금처럼 대규모로 참여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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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이종현·박은숙

‘대통령 복심’ 윤건영·고민정의 선택 주목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 장악을 위해 8개월여 임기의 당 대표를 맡은 이낙연 후보가 당 조직을 캠프 체제로 전환했고, 민주당에서 정세균 후보에게 신세를 지지 않은 의원이 없다는 이야기를 입증하듯 정 후보에 대한 인간적인 예우에서 캠프에 참여한 의원들이 포진해 있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여의도와 거리가 멀었던 이재명 후보 역시 성공포럼 등을 통해 의원 확보 경쟁에 가세하면서 현역 의원들의 캠프 참여가 ‘매머드’급이 됐다”고 했다.

‘여권 빅3’ 주자들의 의원 영입 경쟁이 뜨거운 이유는 그 누구도 친문의 마음을 확실히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친노-친문’으로 이어지는 핵심 주류 권리당원들의 표심을 얻어야 하는데, 지금은 누구도 그러지 못하니 상징성 있는 인사를 영입해 확실한 세 불리기를 노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대선주자들이 친문 최대 모임인 민주주의4.0 소속 의원들에게 꾸준히 구애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낙연 후보는 친문계 핵심인 신동근 의원과 일대일 만찬을 했고, 친문 그룹 ‘부엉이 모임’ 좌장인 홍영표 의원의 합류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후보는 박광온·홍익표·정태호·윤영찬·최인호 의원 등 친문 의원들을 캠프에서 전진 배치해 중책을 맡겼다.

이재명 후보가 최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이자 핵심 친문 의원으로 꼽히는 박주민·이재정 의원을 캠프로 공개 영입한 것도 상징적이다. 두 의원은 민주당의 권리당원들에게 상당한 소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상대적으로 친노·친문과 가까운 정세균 후보의 경우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머무르자 영향력 있는 현역 의원을 영입해 조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광재 의원과 일찌감치 단일화를 한 것이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당내에서는 친문 중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과 고민정 의원의 향배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민주당 관계자는 “두 의원은 여권의 핵심 지지층인 소위 ‘문파’를 움직일 힘을 갖고 있다”며 “이들이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할 경우 이게 대통령의 의지로 해석되면서 표심이 한쪽으로 쏠릴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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