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했던 ‘엘시티 특혜분양’ 의혹, 결국 ‘빈수레’였나
  • 서지민 디지털팀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0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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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 못 찾고 ‘수사 종결’…리스트 속 인물 절반가량, 아파트 구매 기록 없어
참여연대 “제대로 수사한 것 맞나” 반발…진정인, 이의신청 가능성도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모습 ⓒ연합뉴스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모습 ⓒ연합뉴스

지난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엘시티 특혜분양 리스트’와 관련한 수사가 네 달 만에 아무런 혐의점을 찾지 못한 채 종결됐다. 진정인은 빈손으로 끝난 수사에 이의신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특혜분양 의혹 수사에 착수한 지 네 달 만에 수사를 종결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3월 특혜분양 리스트가 진정인을 통해 접수되자 리스트에 쓰인 인물들에 대한 수사를 벌여 왔다. 

경찰에 리스트를 제출한 진정인은 지난 2015년 10월 엘시티 더샵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시행사가 분양권을 매입해 유력 인사들한테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계약금 대납 등도 있었다며 수사를 요청했다. 

리스트는 128명의 이름이 적힌 것과 108명이 적힌 것 총 2개로, 경찰은 해당 인물들을 조사해 왔다. 여기에 시민단체가 주장한 특혜분양 43세대에 대한 조사도 진행했다. 두 리스트에 적힌 인물들은 대부분 겹쳤고, 43세대 중에는 리스트에 없는 인물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 리스트 속 절반가량은 실제로 엘시티를 구매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차명 구매나 전매 등까지 확대해 수사했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경찰은 뇌물죄 적용이 가능한 공직자들로 수사 대상을 좁혔지만, 이들도 대부분 엘시티 미분양 상태에서 구매해 특혜성으로 보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시행사의 계약금 대납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43세대에 포함된 부산시 전 고위공직자 A씨와 이영복 회장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였지만 뇌물 정황은 없었다고 봤다. 경찰은 “A씨가 순번을 당겨준 것 자체가 뇌물이 될 수 있는지 검토했지만, A씨는 순번을 당겨준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계약금 변동 내역도 없었다. 이 사실만으로는 뇌물죄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수사 종결에 엘시티 특혜분양 문제를 추적해 온 참여연대는 의문을 제기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경찰 수사에 앞서) 검찰이 첫 단추를 잘못 끼웠고, 주택법 공소시효가 완료돼 수사를 제대로 하기 힘들었을 수 있다”면서도 “매우 실망스럽고 경찰이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그동안 수사를 지켜보던 시민단체가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고 말했다.

또 양 처장은 “공무원에 대해서는 뇌물수수, 기업인에 대해서는 업무상 배임 혐의를 어긴 건 없는지, 금융계좌 추적도 다 했는지 모르겠다”며 “검찰과 마찬가지로 경찰도 지역 유착 비리에 대해 수사를 못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리스트를 제공한 진정인도 수사 결과에 따라 이의신청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정인 측 관계자는 “아직 경찰로부터 통보를 받지 못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참여연대와 논의해 이의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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