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말아요 터키” 한국 묘목 기부 행렬, 희망 씨앗됐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0 11: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韓 네티즌, ‘팀코리아’ ‘김연경’으로 산불 덮친 터키에 묘목 기부
터키 “진심으로 감사…묘목, 오랜 우정처럼 지키고 가꾸겠다”
터키 서남부 히사로누에서 8월2일(현지 시각) 대형 산불이 마을을 덮치자 주민들이 가축을 몰고 급히 달아나고 있다. ⓒ AP 연합
터키 서남부 히사로누에서 8월2일(현지 시각) 대형 산불이 마을을 덮치자 주민들이 가축을 몰고 급히 달아나고 있다. ⓒ AP 연합

김연경 선수가 이끄는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과 터키가 4강 진출을 놓고 피말리는 결전을 이어갔던 지난 4일. 5세트가 한국 승리로 끝나자 터키 선수들은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일부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기 전부터 눈물을 보이다 승패가 확정되자 결국 오열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9년 만에 올림픽 4강 진출 쾌거를 이뤘다는 기쁨에 빠져 있을 때, 일부 시민들은 터키 선수들이 흘린 눈물에 주목했다. 

당시 터키는 남부에서 시작된 산불이 열흘 가까이 진화되지 않아 큰 시름에 빠진 상태였다. 터키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눈물을 쏟아낸 것도 대재앙을 마주한 자국의 암담한 상황과 고통 받고 있는 국민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녹아든 것이었다. 당시 한국과 경기를 치르기 전 터키 대표팀은 "경기 승리로 산불과 싸우고 있는 국민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했지만 4강 진출이 끝내 좌절되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를 지켜 본 한 한국 네티즌은 터키의 환경단체연대에 직접 묘목을 기부하자는 제안을 했다. 트위터를 통해 묘목을 기부할 있는 사이트 주소와 기부 양식 작성방법 등을 상세히 설명하는 글을 올렸고, 게시물은 빠른 속도로 전파됐다.

네티즌들은 'PrayForTurkey' 해시태그를 달고, '팀코리아' 또는 '김연경' 등의 이름으로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 김연경 선수가 터키 리그에서 활동할 당시 터키 국민들로부터 받은 많은 사랑과 관심을 한국도 잊지 않고 있다는 취지다. 

해당 글이 온라인을 통해 활발히 공유되면서 참여자도 늘었고, SNS에는 묘목 기부에 참여했다는 인증샷도 속속 올라왔다. 

터키 환경단체연대협회가 한국의 묘목 기부 행렬에 감사함을 표하며 홈페이지에 영문과 한글로 작성해 올린 감사 편지 ⓒ 터키 환경단체연대협회(CEKUD) 홈페이지
터키 환경단체연대협회가 한국의 묘목 기부 행렬에 감사함을 표하며 홈페이지에 영문과 한글로 작성해 올린 감사 편지 ⓒ 터키 환경단체연대협회(CEKUD) 홈페이지

묘목을 기부받은 터키의 비영리단체 환경단체연대협회(CEKUD)는 한국인들로부터 묘목 기부 행렬이 이어지자 9일(현지 시각) 홈페이지에 한글과 영문으로 감사의 메시지를 올렸다. 이 단체는 "한국의 친애하는 친구 여러분, 생명의 원천인 삼림이 터키와 세계 여러 곳에서 일주일 동안 불타고 있습니다"라며 "당신은 우리와 함께 서서 수천 그루의 묘목을 아낌없이 기부함으로써 지지를 보여주었습니다"고 말했다. 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맡겨주신 묘목을 오랜 우정처럼 지켜주고 가꾸고자 합니다"고 덧붙였다.

터키 국민들도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한국 국민들이 보낸 따뜻한 마음을 잊지 않겠다는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전날 귀국한 김연경은 묘목 기부 행렬에 대해 "소식을 듣고 놀랐다"며 "선뜻 나서서 내 이름으로 해주는 게 쉽지 않은데, 그렇게 해준 것에 대해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터키는 내가 살았던 나라이기도 해서 마음이 아팠다.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