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미 “‘사피영’에 올인하고 싶어 영화 제안 거절했다”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6 11:00
  • 호수 1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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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작사 이혼 작곡2》 사피영 역으로 인생 캐릭터 갱신

30년 차 배우 박주미가 인생 캐릭터를 갱신했다. 최근 종영한 《결혼 작사 이혼 작곡2》(《결사곡2》)를 통해 완벽한 대사 전달과 표현력은 물론 이태곤과의 70분 2인극, 춤, 수영, 애교 등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연기력에 물이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사곡2》는 진실한 사랑을 찾는 부부들의 불협화음을 다룬 드라마다. 막장 드라마의 대모 격인 임성한 작가가 ‘피비(phoebe)’란 필명으로 내놓은 신작으로, TV조선 드라마 최초 시청률 13%를 돌파하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자연스럽게 시즌3에 대한 기대감이 모인 상황이다.

극 중 박주미는 누구보다 완벽한 가정을 꿈꾸는 40대의 여주인공 ‘사피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사피영은 남편 신유신(이태곤 분)의 애교스러운 아내이자 라디오 PD로 당당히 커리어도 함께 쌓아나가며 최선을 다해 사는 인물이다. 하지만 남편 신유신의 불륜을 알게 된 뒤 혼란스러운 감정을 겪다가 극도의 배신감에 휩싸이는 여자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이번 역할을 통해 박주미의 진가를 재발견했다는 호평도 이어졌다. 믿었던 남편의 불륜으로 인한 극한의 감정 변화를 유연하게 연기해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실제로 박주미는 “《결사곡2》는 배움터였다”고 말한다. 2016년 MBC 《옥중화》 이후 5년 만에 맡은 주연 배역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박주미를 종영 직전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종영 소감은 어떤가.

“여운이 많이 남는다. 워낙 큰 사랑을 받아서인지 끝났다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 다행히도 아쉬웠던 부분이 잘 떠오르지 않는 걸 보니 후회는 없었나보다(웃음). 일단 사피영의 마무리가 행복해서 좋았다. 사실 그동안은 극 중에서 사피영이 제일 불쌍했다. 경제적으로 유복하다고 행복한 건 아니지 않나. 과거 트라우마를 가진 채 신유신(이태곤)과 처음이자 마지막 연애를 하는데 남편이 배신을 한다. 불쌍한 캐릭터였는데 마무리는 행복해서 다행이다.”

캐스팅 비하인드도 궁금하다.

“임성한 작가님이 내게 출연을 제의하셨다고 들었다. 처음 뵀을 때 제가 출연한 여러 작품을 보셨다면서 대본 리딩 때 보자고 하시더라. 다만 극 중 사피영은 애교가 있는데 저는 애교가 없어서 애교스럽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임성한 작가와의 작업은 어땠나.

“임 작가님은 연기가 대본의 정확한 룰 안에 들어가야 하는 분이다. 토씨 하나까지 정확히 대본을 읽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애드리브가 허용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상황에 맞고 틀에 어긋나지 않으면 허용되는 게 있다.”

캐릭터에 대한 분석은 어떻게 했나.

“사실 사피영은 보수적·가부장적 세대에 완벽한 여성상이다. 고전, 보수 체제 안에서도 자기 커리어를 잘 쌓으면서 남편에게 싫은 것과 아닌 것에 대한 의사를 정확히 내세운다. 사랑스러우면서 강단은 있고, 상대방에게 강단 있게 어필하면서도 속아 넘어가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지점을 찾는 게 어려웠다. 연기하면서도 사피영은 멋진 현대 여성 같아서 본받을 게 많았다. 직업도, 남자도 자신이 선택한 사피영은 자기가 뒤처질까봐 피나는 노력을 한다. 동시에 가장 불쌍하고, 외롭고, 짠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래서 남편한테 올인할 수밖에 없다. ‘네 인생에선 돌아가신 엄마보다 남편 바람이 더 커?’라는 댓글을 본 적이 있는데, 세상에 하나뿐인 내 편이기에 일반 사람들과 조금은 다른 파장으로 올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그런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생 캐릭터라는 호평도 이어졌다.

“자주 가는 사우나 라커룸에서 누가 ‘지아 엄마’라고 부르기에 뭐지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절 부르시는 거였다. 마트에서는 힘내라고 소고기를 덤으로 주시기도 했다. 이럴 때 인기를 실감했다.”

사피영을 연기하는 데 어떤 임 작가의 조언이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작가님은 피영이를 다면적 캐릭터라고 하셨다. 직장에선 흠잡을 데 없고, 남편에겐 애교를 부리지만 할 말은 한다. 시어머니 앞에서도 강단 있게 대처한다. 그런 부분을 반영해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는 신이었다. 애드리브보다 대본에 충실하려고 했다. 대본을 너무 많이 봐서 현장에서 감정이 무뎌졌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마무리됐다. 방송이 나가고 칭찬도 많이 받았다. 작가님도 만족스러우셨다고 제작진을 통해 말씀해 주셨다.”

TV조선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2》의 한 장면ⓒTV조선

‘완벽한’ 사피영과 실제 박주미의 싱크로율도 궁금하다(극 중 사피영은 누구보다 완벽한 가정을 꿈꾸는 워킹맘이다).

“사피영을 연기하면서 ‘참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역시 가정이 있고 아이가 있는데, 그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기가 쉽지 않다. 연기를 하면서 남편에게,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반성할 때도 많았다. 개인적으로 저는 일을 하면서 집안일을 내려놔서 집이 엉망진창이었다(웃음). 작품 생활보다 주부 역할이 더 힘들다. 집안일은 바깥일보다 범위가 방대하고 일을 해도 티가 안 나지 않나. 사피영은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다. 그래서 연기하면서 행복했다. 물론 극 중 남편은 바람피웠지만(웃음).”

어느덧 데뷔 30년이 됐다.

“사실 20~30대 시절의 작품이 많지 않아 감히 30주년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게 많다. 지금 같은 마인드로 작품을 했으면 연예계에 한 획을 긋지 않았을까 싶다. 하하. 그만큼 소중함을 몰랐다. 30대에는 가정에 충실하고 싶었다. 40대 들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결사곡2》가 그 시작이 아닐까 싶다. 나이나 제가 가진 여러 수식어를 배제하고 오로지 ‘박주미’라는 상태 하나로 연기할 수 있게 해준 감사한 작품이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나이에서 오는 경험이 있다는 걸 느꼈다. 예전부터 많은 선배가 직접 배운 경험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사회에서 느끼는 수많은 감정과 내 나이에서 오는 감정들이 연기를 했을 때 파장의 깊이가 다른 것 같다.”

시즌3의 가능성은 어떤가.

“비밀이다(웃음).”

임 작가는 늘 파격적인 전개로 시선을 모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사피영’과 ‘신유신’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 한 회를 채우는 2인극을 선보여 이슈가 됐다.

“축복 같은 회였다. 작가님의 배포와 필력이기에 쓸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해당 회 대본은 저와 이태곤씨에게만 전달됐고 극비리에 진행됐다. 잘하고 싶어서 올인했다. 여느 부부싸움처럼 몸싸움이나 욕이 난무하는 신이 아니다. 두 지성인이 너무나 현실적인 대화를 이어가는 장면이었는데도 연기를 마치니 진이 빠지더라. 나중에 알고 보니 기네스북에 올랐다고 하더라. 이 작품은 평생 남을 저의 커리어다.”

부담감은 없었나.

“촬영지가 워낙 친숙해서 막상 슛에 들어갔을 때는 오히려 편안했다. 현장 분위기가 그랬다. 물론 대사 외우는 건 힘들었지만 배우 간의 호흡이 어렵지는 않았다. 뭐랄까, 미지의 세계 같은 느낌이었다(웃음).”

드라마 시청률이 꾸준히 상승했다.

“임 작가님이 5부부터 시청률이 오를 거라 하셨는데 진짜 그렇더라. 잘 쌓아둔 작가님의 서사에 연기자들의 탄탄한 연기, 시청자들의 공감이 모여 동시에 시청률도 오를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나 이번 드라마에서 외모가 빛났다. 중년 여성들의 워너비로 떠올랐다.

“다 조명감독님과 촬영감독님 덕이다. 솔직히 실제 제 나이보다 열 살 어린 캐릭터라 부담이 된 것도 사실이었다. 외모는 솔직히 하루 이틀 사이에 바뀔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결국 감독님들이 잘 찍어주시는 것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조명감독님, 촬영감독님 덕에 외모 칭찬을 많이 받았다. 너무 감사했다.”

차기작 계획은 있나.

“드라마 촬영 중 영화 제안도 있었는데 사피영에 올인하고 싶어 모두 거절했다. 그만큼 집중했던 보람이 있었다. 이 작품 이후에도 여러 작품에서 러브콜이 들어왔는데 조만간 좋은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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