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변수로 떠오른 이준석과 윤석열의 힘겨루기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7 16:00
  • 호수 166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야권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30대 이준석 당 대표, 대권주자들 누르고 보란 듯 1위
그 뒤를 이어 윤석열·홍준표·안철수·유승민 順

이제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7개월 남짓, 정치권의 모든 시선이 내년 3월 대선으로 향한다. 특히 정권 탈환을 반드시 해내야 하는 야권 입장에선 더 중요한 시점이다. 지난 4년의 절치부심을 결과로 보여줄 순간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쉽게 정권교체를 허락하지 않는다. 실력 없이 상대의 실책만으로 요행을 바랄 순 없다. 국민은 심판대 위에 여당뿐 아니라 야당도 함께 올린다는 의미다.

시사저널 ‘2021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 중 ‘야권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의 순위 결과는 그런 점에서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야권의 대선판을 이끌 ‘키맨’들이기 때문이다. 일단 당연하게도 여러 유력 대선후보들의 이름이 눈에 띈다. 10위권 내 절반 이상이 대권주자들이다. 그러나 특히 주목되는 건, 1위에 대권주자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1위는 69.1%의 지목률을 얻은 30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차지했다. 현재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43.2%의 지목률로 이 대표에 이은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尹의 변신, 법조인 1위에서 야권 정치인 2위로

대선 정국을 이끄는 당 대표의 존재감은 이중성을 띤다. 대선후보 선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킹메이커’ 역할이 있는 반면, 또 한편으로는 대선후보 중심으로 당의 질서가 재편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당의 공식 대선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지금의 경선 상황에서 당 대표의 존재감은 전자에 더 가깝다. 여권처럼 차기 대선후보 구도가 이재명 대 이낙연의 양자대결로 비교적 명확해지면 상황은 또 달라진다. 그에 비하면 야권은 새로 입당한 후보들과 당내 후보들의 혼전 양상이 전개되면서 돌발변수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번 시사저널 조사에도 여실히 반영된다. ‘여권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조사에서는 이재명·이낙연 두 대권주자가 1, 2위를 차지하고,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3위에 오른 반면, 야권 영향력 인물 조사에서는 이 대표가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올해 정치권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지난 6월 ‘0선’ 36세 청년 정치인의 제1야당 대표 선출은 야권을 넘어 한국 정치사의 새로운 역사였다. 결코 쉬운 싸움이 아니었다. 이 대표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 주호영 전 원내대표 등 쟁쟁한 중진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했다. 기존의 틀을 깨는 이준석식 정치문법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쏴 올렸다. 기성 정치를 향한 강력한 경고였다. 야권에선 이 대표가 그 흐름을 내년 대선까지 이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물론 논란도 있다. 거침없는 발언은 종종 ‘실언’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이 대표의 주요 공약인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시험’에 대한 당내 반발이 적지 않다. 최근엔 토론회 등 경선 일정의 일방 통보 논란으로 대권주자들의 불만을 초래했다. 거침없는 행보 또한 계속 당내 거부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시종일관 자신만만하다. ‘공정’과 ‘일관성’을 지키고 있다고 강조한다.

윤석열 전 총장은 지난 6월말 정치 참여를 선언했다. 엄밀히 말하면 아직 ‘정치 신인’이다. 그는 등판하자마자 야권에 영향력 있는 인물 2위에 올랐다. 검찰총장이었던 지난해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에선 법조계에 영향력 있는 인물 1위였다. 윤 전 총장은 올해 조사에서도 법조계 인물 1위 자리를 지켰다. 정치인보다는 법조인으로서의 이미지가 더 강한 셈이다. 검찰총장으로서 정권과 부딪치며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운 윤 전 총장은 이제 직접적으로 여권을 위협하는 야권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광화문에 대선캠프를 차린 윤 전 총장은 차근차근 대선을 준비해 나가고 있다. 다만 그는 정치인이 되자 검찰총장 땐 보이지 않았던 여러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다. 잇단 설화(舌禍)로 곤욕을 치렀다. 장모의 사기 혐의가 유죄 판결을 받는 등 처가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는 그의 선두 독주 체제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야권은 이준석 대표와 윤 전 총장의 갈등으로 시끄럽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 측의 ‘대표 패싱’ 등 지도부를 존중하지 않는 듯한 태도에 불쾌함을 느끼는 듯한 분위기다. 윤 전 총장 측은 이 대표의 독단 혹은 ‘특정 주자 죽이기’를 의심하고 있다. 두 사람이 현재의 갈등을 진화하고 정권교체를 향해 같은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지가 남은 대선 과정에서 주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이종현
ⓒ시사저널 박은숙·이종현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심상정, 정의당의 굴욕

윤 전 총장 외에도 10위권 내에는 많은 대권주자가 포진했다. 3위와 4위엔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지난해 31.7%→올해 20.7%)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11.2%→8.2%)가 올랐다. 두 사람은 지난해와 비교해 순위는 유지했지만, 지목률은 떨어졌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대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반전 계기를 만들지 못하는 모습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 대표는 지난 4월 서울시장 재보선 야권 통합 후보 경선에 나섰으나 오세훈 후보에게 패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의 경우엔 지난해 7위(3.7%)에서 올해 5위(6.8%)로 순위와 지목률이 근소하게 올랐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감사원장 사퇴 이후 곧장 정치에 입문한 최 전 감사원장은 윤 전 총장과 마찬가지로 단숨에 야권 내에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대선 출마를 위해 제주지사직을 사퇴한 원희룡 전 지사는 2.0%로 10위에 올랐다.

야당의 4월 재보선 승리를 이끈 후 전면에서 물러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6위(지난해 2위)로 여전히 순위권에 남아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부인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그가 ‘킹메이커’로 나설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해 5위였고, 꾸준히 10위권에 올랐던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가 이번 조사에서 11위(1.7%)에 그친 것은 제1 진보정당의 굴욕이다. 정의당은 올해 초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태로 크게 영향력을 잃었고, 여전히 존재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21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어떻게 선정됐나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는 1989년 창간호부터 올해까지 32년째 이어지고 있다. 단일 주제로는 국내 언론 사상 최장기 기획이다. 이 조사는 우리나라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문화예술인·종교인 등 10개 분야에서 각 100명씩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매년 국내 최고의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다.

올해 조사는 6월18일부터 7월16일까지 진행됐으며, 조사방법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 여론조사로 이뤄졌다. 조사 대상 전문가 1000명은 남성이 703명, 여성이 297명이다. 연령별로는 30대 207명, 40대 305명, 50대 370명, 60대 이상 118명이 설문에 참가했다. 전문가 조사 특성상 40~50대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많다.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