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판 커지는 ‘제3지대’…위협 받는 국민의힘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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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김동연, ’3지대’ 확장해 나갈 경우 제1야당 타격 불가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8월1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선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8월1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선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독자 출마'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서면서 대선 판도도 출렁이게 됐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의 합당 최종 결렬을 선언함에 따라, 움츠러들었던 '제3지대' 영역도 한층 확장될 전망이다. 대권 행보에 점차 속도를 내고 있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안 대표가 외곽에서 반경을 넓힌다면 국민의힘도 중도 확장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대권 주자들과 이준석 대표 간 갈등으로 내홍이 격해진 시점에 합당이 물거품되면서 제1야당의 전략 수정도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과 연대 가능성 열어둔 안철수

안 대표는 16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과의 합당 논의가 최종 결렬됐다고 공식 선언했다. 국민의힘이 제시한 합당 안으로는 정권교체 시너지를 낼 수 없다는 것이 안 대표가 밝힌 합당 파기의 표면적 이유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가 예상대로 독자 출마 수순을 밟는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상태에서는 합당 후 자신이 경선에 나서더라도 최종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란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내 지지기반이 전무하고, 윤 전 총장이 야권 후보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점도 안 대표로서는 불리한 구도다. 

안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정권교체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독자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또 제3지대에서 대선 출마를 가시화 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의 연대 가능성도 시사했다. 안 대표는 김 전 부총리와 손을 잡게 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지금 어떤 계획이나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다. 다만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고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진 분이라면 어떤 분이라도 만나서 의논할 자세가 돼 있다"고 답했다. 

안 대표와 김 전 부총리의 연대가 불발된다 하더라도 제3지대의 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권교체를 위해선 중도 확장이 필수적인 국민의힘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안 대표의 지지율은 5% 안팎이지만, 그가 본격 대권 준비에 나서고 여야가 최종 후보를 선출한 뒤에도 여전히 '제3지대' 후보로 입지를 다진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야권의 무게 중심이 '제1야당'에서 제3지대로 옮겨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현재 제1야당의 강력한 대권주자인 윤 전 총장이 각종 설화나 논란에 얽혀있고, 가족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도 이런 위기감을 더욱 높인다. 

무당층을 비롯한 부동층과 중도 표심이 흩어질 수 있다는 점도 국민의힘에게는 부담스런 부분이다. 이준석 대표와 국민의힘 대권 주자 간 기싸움이 계파 갈등으로 이어진 데다, 후보 선출 과정이 진행됨에 따라 이 갈등은 더 격화할 수 있어서다. 

일단 안 대표는 '대선 후보가 되려면 선거 1년 전 당 대표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국민의당 당헌·당규 개정 작업에 착수하는 등 구체적인 출마 준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가 2022년 대선에 출마하면 2012년과 2017년에 이어 세번째 도전이다. 

국민의힘과 합당을 없던 일로 만든 안 대표는 제3지대에서 세력 확장을 도모하며 대선 막판에 국민의힘과 후보 단일화 협상에 나설 확률이 높다. 안 대표가 시간을 끌며 '캐스팅보트'로서 영향력을 키우는 전략을 구사할 경우, '1대1' 구도를 형성하려 했던 국민의힘도 끝까지 '제3 후보'라는 변수와의 싸움을 벌여야 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재원 최고위원이 8월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재원 최고위원이 8월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안철수 책임론' 강조하는 국민의힘

일단 국민의힘은 안 대표의 결정을 비판하며 중도층 이탈 등 후폭풍 차단에 나섰다. 합당 번복에 대한 책임론을 안 대표에 지우며 확장성에도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내고 안 대표의 합당 최종 결렬 선언에 대해 "일방적인 결정을 내린 것에 안타까움을 표한다"며 "야권 통합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직격했다.

양 대변인은 "(국민의당 측의) 과도한 지분 요구, 심지어 당명 변경과 같은 무리한 요구가 나왔으나 모두 양보하고 양해하는 자세로 임했다"며 "하나의 요구를 수용할 때마다 더 큰 요구들이 추가됐던 게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느 쪽이 통합에 더 절실했는지, 어느 쪽이 한 줌의 기득권을 더 고수했는지는 협상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께서 아실 것"이라고 국민의당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양 대변인은 "서울시장 재보선 때 정치적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달라졌다고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뒤집어버린 (안 대표) 행동에 유감을 표한다"며 "국민의당과의 합당은 재보선 당시 안 대표가 먼저 제안한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정권 교체라는 공통의 목표를 두고 앞으로의 행보에는 함께할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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