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블랙호크에 꽂힌 ‘탈레반 깃발’…文대통령 “교민 안전 철수에 최선”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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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재집권에 공포·혼돈 빠진 아프가니스탄…수도 카불서 대규모 탈출 행렬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 조직원들이 15일(현지 시각) 수도 카불에 위치한 대통령궁을 장악한 모습.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은 이날 대통령궁도 수중에 넣은 뒤 "전쟁은 끝났다"며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앞서 이날 탈레반이 카불에 입성한 직후 국외로 도피했다. ⓒ AP 연합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 조직원들이 15일(현지 시각) 수도 카불에 위치한 대통령궁을 장악한 모습.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은 이날 대통령궁도 수중에 넣은 뒤 "전쟁은 끝났다"며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앞서 이날 탈레반이 카불에 입성한 직후 국외로 도피했다. ⓒ AP 연합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재장악하면서 수도 카불을 비롯한 전역이 극도의 혼란과 공포를 맞닥뜨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지에 체류 중인 공관원과 교민 등의 안전한 철수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16일 "아프가니스탄에 잔류한 공관원과 우리 교민들을 마지막 한 분까지 안전하게 철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관계 당국에 이같이 지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현지 상황을 신속하고 소상하게 국민들께 알리라"고 주문했다.

외교부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아프카니스탄 상황을 고려해 현지 한국대사관을 잠정 폐쇄했다. 2002년 대사관 재설치 후 19년 만이다. 

외교부는 이날 새벽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급격히 악화돼 15일(현지 시각) 현지 주재 우리 대사관을 잠정 폐쇄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공관원 대부분을 중동 지역 제3국으로 철수시켰다"면서 다만 "아프가니스탄 체류 중인 재외국민(현재 1명)의 안전한 철수 등을 지원하기 위해 현지 대사를 포함한 약간 명의 공관원이 현재 안전한 장소에서 (외교부) 본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들의 안전한 철수를 위해 미국을 포함한 우방국들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아프간과 1973년 처음 수교를 맺은 뒤 2년 후인 1975년에 대사관을 설치했다. 이로부터 불과 3년 후인 1978년 공산정권이 수립되며 단교로 인해 대사관은 폐쇄됐다. 이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아프간에 미군을 대거 파병하는 등 과정을 거치며 2002년 1월 외교관계를 복구했고 같은해 9월 카불 대사관도 재가동됐다. 그러나 19년 만에 탈레반의 아프간 재탈환으로 다시 기약없는 폐쇄에 들어가게 됐다. 

8월13일(현지 시각)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몰린 시민들이 출국 수속을 밟고 있다. ⓒ AP 연합
8월13일(현지 시각)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몰린 시민들이 출국 수속을 밟고 있다. ⓒ AP 연합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간에서는 공포와 혼란 속에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AFP통신과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군과 국제동맹군이 본격 철수하던 지난 5월 이후 농촌과 외곽지역부터 치고 들어오던 탈레반은 급기야 이달 들어 주요 도시를 포위했고 카불 진군 이틀 만에 대통령궁까지 접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간 철수를 공식화 한 지 불과 4개월 만이다. 

탈레반은 카불 접수 직후 즉각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내외에 얼굴을 공표했으며, 아프간 정부 깃발도 끌어내렸다고 알자지라 방송은 전했다. 알자지라방송이 공개한 화면에 따르면, 탈레반 무장 대원들은 대통령궁 내 집무실로 보이는 곳으로 몰려가 책상에서 기념 촬영을 남기기도 했다.

미군 주력 헬기인 블랙호크 등에 깃발을 꽂은 사진을 트위터에 뿌리며 미국과의 20년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것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앞서 탈레반이 카불에 입성한 직후 국외로 도피했다. 

미군의 주력 헬기인 블랙호크에 깃발을 꽂은 탈레반 ⓒ 파키스탄 싱크탱크 'PSF' 트위터
미군의 주력 헬기인 블랙호크에 깃발을 꽂은 탈레반 ⓒ 파키스탄 싱크탱크 'PSF' 트위터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대사관은 자국 외교 인력과 교민을 속속 대피시키고 있다. 미 국무부는 16일(현지 시각) 미국 대사관 인력이 카불에서 전원 대피했다고 밝혔다. CNN은 이날 하루에만 500명의 미 대사관 인력이 카불을 빠져나와 출국했다고 전했다. 

탈레반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수도 카불을 점령하면서 대피 작전도 시간과의 싸움이 됐다. 일부 아프간 주민과 카불 시민들도 아프간을 서둘러 탈출하기 위해 수 천명이 공항으로 몰려드는 등 대혼잡을 겪고 있다. 

재집권한 탈레반이 과거와 달리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이슬람 정부 구성'을 공표했지만, 과거 탈레반이 극단적인 이슬람 율법(샤리)을 적용해 통치했던 기억을 갖고 있는 시민들은 공포에 휩싸여 있다. 특히 카불 시민들의 경우 미군이나 국제동맹군을 포함한 국제 NGO 단체와 협업한 행적을 문제삼아 피의 보복이 잇따를 수 있다는 불안감을 내려놓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CNN 등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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