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 당하는 이준석…계속되는 국힘 ‘집안싸움’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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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이 대표 행동, 경선 불복으로 이어질 수 있어”
중진의원들도 잇달아 이 대표에 ‘자제’ 촉구하며 경고
8월1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김기현 원내대표(왼쪽)와 이준석 대표가 나란히 앉아 있다. ⓒ 연합뉴스
8월1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김기현 원내대표(왼쪽)와 이준석 대표가 나란히 앉아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폭풍전야다. 국민의당과의 합당이 결국 수포로 돌아가면서 이준석 대표에 대한 책임론은 더 거세지고 있다. 대선 경선 토론회를 둘러싸고 내홍이 격화한 국민의힘에서 본격적인 이 대표 때리기가 나오며 연일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모양새다. 

17일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대권주자들은 잇달아 이 대표를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대표가 최근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통화하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금방 정리된다'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에게 이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압박했다. 

김 최고위원은 "경쟁 후보인 원 전 지사에게 (윤 전 총장은) 금방 정리된다고 말한 것은 믿기 어려운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최근 윤 전 총장을 향해 '토론회 두 번이면 끝장난다'고 한 발언도 꺼내들며 "당대표가 특정 후보, 더욱이 지지율 1위 후보를 공개적으로 공격 하다못해 '정리된다, 끝장낸다'고 얘기하는 건 믿기 어렵다"고 성토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이같은 행동은 경선 공정성을 해치는 것이며 경선 불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이대로라면) 후보를 선출해도 우리 당의 지지자들이 완벽하게 일치단결해 선출된 후보를 지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심리적 경선 불복이 생긴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로부터 '윤 전 총장 정리' 발언을 직접 들은 원 전 지사도 부적절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원 전 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 12일 이 대표와 통화를 했다면서 "'정리된다'는 말은 갈등이 정리된다는 게 아니라 후보로서의 지속성이 정리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 기억과 양심, 모두를 걸고 책임질 수 있는 내용"이라며 "특정 주자에 대해 (그렇게 언급)하는 부분은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공정의 시비와 회오리 속에 당 대표가 있어서 너무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원 전 지사는 "당 대표는 당의 어른이다. 나이가 많아서 어른이 아니라 모두의 입장을 모으고 품어내기 때문"이라며 "누가 감히 나한테 도전하고 토를 다느냐는 식으로 일일이 반박하는 것은 말싸움이지 리더가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김재원 최고위원 ⓒ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김재원 최고위원 ⓒ 연합뉴스

국민의당과의 합당 불발도 이 대표의 책임론이 불거져나왔다.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일주일 정도 공격하고 소강상태로 가면 저쪽에서 곧바로 협상이 들어올 것이라고 저희한테 계속 얘기했다"며 "그걸 믿고 있었는데 협상 결렬 선언을 하며 우리 생각과 반대로 갔다. 이 대표의 판단 잘못이 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미경 최고위원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결과적으로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전 총장을 어마무시하게 키워주고 있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양측이) 좀 진정해야 될 것 같다. 낭떠러지에 서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 대표를 향해 "앞으로 크게 성장하려면 지금 이 타이밍에서 윤석열 후보가 필요하다"며 "그러니까 윤석열 후보에게 더 예의 바르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다가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진의원들의 질책도 계속되고 있다. 앞서 권영세 의원은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대선에서 후보들이 주연이고 당 대표는 조연"이라며 "불필요한 말과 글을 줄이고 공정한 대선 준비 및 관리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이 대표를 에둘러 질타했다.

김태흠 의원도 "이 대표가 집안싸움에 몰두하고 있다"며 "많은 사람은 이 대표가 정권교체의 희망을 절망으로 바꾸는 주역이 될까 심히 우려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을 의식한 듯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특별한 모두발언이 없다"며 이례적으로 공개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윤 전 총장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가 더 커지는 것 같아서 (이 대표의 발언과 논란을) 무거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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