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맥상 빠진 LH…고위직 ‘꼼수 퇴직’부터 ‘갑질’ 논란까지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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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고위직 ‘취업 제한’ 피해 퇴직 러시…갑질로 공정위 제재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앞에 빨강 신호등이 켜져 있다. ⓒ연합뉴스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앞에 빨강 신호등이 켜져 있다. ⓒ연합뉴스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태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환골탈퇴를 공언했지만, 또다시 각종 논란에 휘말렸다. LH 개혁안을 앞두고 솔선수범해야 할 고위직들이 무더기 퇴직하면서, 제 살길 찾기에 여념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아울러 LH는 ‘갑질’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으면서 난맥상에 빠진 모습이다.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LH의 간부급 직원 19명이 퇴직 또는 명예퇴직했다고 밝혔다. 고위직급인 1·2급은 17명이고, 상임이사와 비상임이사가 각각 1명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기간 퇴직자 65명 가운데 29.7%가 고위직인 셈이다. 이들은 모두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3월 이후부터 정부가 LH 혁신안을 내놓은 6월 사이에 퇴직한 것으로 파악된다.

LH 고위직들의 ‘퇴직 러시’ 원인은 ‘취업 제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확대되자 정부는 ‘해체’ 수준의 LH 개혁을 약속했다. 6월 7일 정부는 LH 개혁안을 내놓았다. 해당 개혁안에는 취업 제한 대상을 임원급 7명에서 1·2급을 포함한 고위직 529명 전체로 확대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전관예우나 갑질 등 고질적인 악습을 근절하겠다는 취지였다.

최근 퇴직한 고위직들은 취업제한을 적용받지 않는다. 개혁안이 발표되기 전인 3~6월 사이 퇴직한 고위직들에게는 소급 적용할 수 없으며, 아직 개혁안이 확정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LH 안팎에서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타 고위직들이 교묘하게 취업 제한을 피해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재빨리 퇴직한 고위직들은 명예퇴직금도 두둑이 챙겼다. 비상임이사(퇴직금 적용대상 아님)를 제외한 18명이 수령한 퇴직금 총액은 12억4193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평균 7000만원가량의 퇴직금을 수령한 것이다. 정년 전에 회사를 나가면서 퇴직금과 명예퇴직금도 함께 수령해 퇴직금 총액이 임원급보다 상대적으로 많았다.

일각에서는 LH 개혁안 시행을 앞두고 고위직들이 명예퇴직금까지 챙겨가며, 조직을 이탈한 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정부가 LH혁신 제도 정비에 몇 달을 우왕좌왕하는 사이 고위 임원들은 여전히 ‘제 살길’ 찾는 데 여념이 없었다”고 질타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3월4일 장충모 LH 부사장을 비롯한 LH 관계자들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모습 ⓒ LH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3월4일 장충모 LH 부사장을 비롯한 LH 관계자들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모습 ⓒ LH 제공

공정위, LH 갑질에 5억원 과징금 부과…LH 법적 대응 예고 

LH는 갑질 의혹으로도 발목이 잡힌 상태다. 준공이 미뤄지자 토지 매수인에게 각종 비용을 떠넘긴 LH가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한 LH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6500만원을 부과한다고 16일 밝혔다. 각종 개발사업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는 LH가 택지 분양 과정에서 갑질을 했다는 것이다.

LH는 김포한강신도시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사였다. 2008년 12월 이주자 등과 ‘선(先) 분양, 후(後) 조성·이전’ 방식으로 이주자택지·생활대책용지를 공급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사업 기간은 2006년 12월13일부터~2012년 12월31일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문화재 발굴 조사 등을 이유로 준공이 늦어졌다. 개발사업 부지조성공사 도중에 문화재 발굴 등이 지연되면서 사업 계획이 변경돼 계약상의 토지사용가능시기도 1년 4개월간 지연됐다. 토지사용가능시기는 부지조성공사 등이 완료돼 건축 착공 등 토지사용이 가능한 시기를 뜻한다.

그런데 LH는 토지 매수인들에게 공사 지연에 따른 각종 비용을 떠넘겼다. 특히 1년 4개월간 토지사용이 불가능했는데도 매매대금을 연체하고 있는 매수인들로부터 8억9000만원의 ‘매매대금 지연손해금’을 요구했다. 아울러 5800만원의 재산세도 매수인들에게 대납 받았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LH가 실질적인 토지 사용 가능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계약서 문구대로만 매매대급과 재산세 납부를 강제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LH는 공정위 처분이 부당하다며 법률 대응을 예고했다. 이날 LH는 보도자료 등을 통해 지연손해금과 재산세 부과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LH는 “계약서상 의무의 상호 이행 여부, 이에 따른 민사상 책임에 관한 문제로 민사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할 사항”이라며 “소송을 통해 처분의 부당성을 다툴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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