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빅텐트’에 흔들리는 리더십…코너 몰린 野 대표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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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권주자에 견제구 던지다 역풍…‘또 철수’ 극복해야 하는 안철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6월16일 국회에서 신임 인사차 예방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인사말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6월16일 국회에서 신임 인사차 예방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인사말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정권교체를 목표로 한 야권의 '물리적 결합'이 불투명해졌다. 제1야당 내부 갈등이 봉합되지 않는 가운데 합당도 결렬되면서 단일대오 형성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더 큰 문제는 양당을 이끌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력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는 두 야당 대표가 차기 대선을 이끄는 데 대한 불안감은 야권 내에서 쉽게 걷히지 않을 전망이다. 

 

대권주자 토론회 불발…이준석 리더십 최대 위기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연일 이 대표를 향한 비토가 쏟아져 나오며 '자질 미달'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 대표는 사상 첫 '0선 30대'라는 궤적을 남기며 보수 야당 대표로 선출된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 곧바로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일단 대권주자 토론회를 두고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던 국민의힘은 급한 불을 끄며 사태 수습에 돌입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17일 오전 비공개 회의를 열고 2시간 격론을 벌인 끝에 오는 두 차례로 예정됐던 대권주자 토론회를 하루(25일) 비전발표회로 대체하기로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가 제시한 절충안을 최고위가 대부분 수용한 것이다. 

내부에서 돌출된 리스크는 '일단 봉합' 됐지만 이 대표 리더십 타격은 불가피하다. 결국 윤 전 총장이 주장한 대로 토론회가 무산됨에 따라 앞으로 대선을 앞두고 나올 이 대표의 발언이나 조율에도 무게감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선관위원장 인선을 비롯해 경선룰을 정하는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을 비롯한 대권주자, 의원들의 입김이 거세질 경우 이 대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날 최고위를 앞두고 이 대표는 이례적으로 공개 발언을 생략하며 당내에서 쏟아진 비판에 대한 불쾌감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월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준석 당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및 최고위원들을 예방,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월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준석 당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및 최고위원들을 예방,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대표를 최대 위기로 몰아놓은 건 '입'이었다. 윤 전 총장과 갈등을 이어가던 상황에서 녹취록 의혹에 이어 이 대표가 직접 '윤 전 총장은 정리될 것'이란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오며 위기를 자초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의 발언을 문제삼으며 "믿기 어려운 얘기다. 당 대표 본분에 벗어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발언을 이 대표로부터 직접 들었다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 역시 "특정 주자에 대해 (그렇게 언급)하는 부분은 충격이었다"며 "불공정의 시비와 회오리 속에 당 대표가 있어서 너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 구체적인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을 향해 거듭 '정리될 것'이라는 취지의 표현을 썼다는 점에서 당분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민의당과 합당이 불발된 점도 이 대표의 고민을 깊게 하는 부분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전격 합당 불발 카드를 꺼내 선전포고에 나서면서 졸지에 국민의힘은 일방적 통보를 받는 처지에 놓였다. 양당의 협상이 지리멸렬하게 진행되면서 합당 파기가 예상된 측면도 있지만, 안 대표가 기습적으로 입장을 밝히면서 국민의힘이 일격을 당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불투명해진 '야권 빅텐트'에 대한 이 대표 책임론도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최근 일주일 정도 공격하다 소강상태로 가면 저쪽(국민의당)에서 곧바로 협상이 들어올 것'이라 해서 그걸 믿고 있었다"며 "생각했던 것과 반대로 갔다. 이 대표의 판단이 잘못됐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안 대표를 대우해야 하는데, 비하하며 협상한 것은 상당한 패착"이라며 "이제 향후 정해질 당 대선 후보가 나서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의 문제적 발언 등 위험한 실수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이 대표마저 대형 리스크로 떠오르면서 국민의힘 내부는 상당기간 '자질론'에 휘감길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대권주자 간 갈등, 캠프 소속 의원을 비롯한 내부 갈등이 더욱 첨예해 질 수 있는만큼 이 대표도 혹독한 리더십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특히 안 대표를 비롯한 제3지대 세력이 커질 경우 이 대표를 향한 흔들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8월1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선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8월1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선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독자 행보 나서겠다지만…회의론 비등한 '안철수식 정치'

안 대표는 합당 불발을 선언하며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역시나 또 철수'라는 뼈아픈 평가도 함께 받아들었다. 결국 자신의 대선 출마에 유리한 경우의 수를 따지다 야권 연대를 내팽쳤다는 비난도 쏟아진다. 안 대표가 그동안 여러차례 단일화 과정에서 피로도를 높였고, 합당과 분당을 반복해왔다는 점에서 과연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에도 의문이 이어진다. 

합당 불발 이후 감지된 탈당 움직임 등 내부 추스리기에도 험로가 예상된다. 여기에 '제3지대'에서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움직임에 따라 안 대표의 정치 생명까지 위협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안 대표는 김 전 부총리와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김 전 부총리가 이에 선뜻 응하지 않는다면 말 그대로 '독자적인 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전 부총리가 입지를 넓히며 치고 나올 경우 안 대표의 존재감은 생각보다 빨리 사그러들 수도 있다. 

일단 이 대표는 안 대표 측의 합당 최종 결렬 선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여야 대권주자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이어가는 상황인 만큼, 안 대표의 5% 안팎 지지율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과 정권교체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야권 합당 불발에 대해 "이준석과 안철수, 둘 다 정치력의 바닥을 드러낸 결과"라며 "두 사람이 정치력 부재를 경쟁적으로 고백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유 평론가는 "4·7 재보선 때 안철수가 있었기에 오세훈이 딛고 올라갈 수 있었다. 그에 맞는 예우를 하며 (이준석 대표가) 껴안았어야 했는데 시종 빈정대고 자극하는 협량의 정치만 하다가 합당을 무산시켰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렇다고 독자 대선 출마 태세로 들어간 안철수는 또 뭔가. 선거만 있으면 가리지 않고 다 나가곤 하는 '출마 전문가'의 모습이 어떻게 비쳐질지 생각해 보았는지 모르겠다"며 "안철수 자신이 식상한 정치인으로 비쳐지고 있는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볼 일"이라고 일갈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8월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드루킹 몸통배후 수사 및 대통령 진실고백 촉구 당지도부 릴레이 1인 시위를 하며 청와대 쪽을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8월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드루킹 몸통배후 수사 및 대통령 진실고백 촉구 당지도부 릴레이 1인 시위를 하며 청와대 쪽을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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