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보다 무서운 ‘내부전투’…팀킬 치닫는 與野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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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위에 또 다른 논란 쌓이는 국민의힘
‘원팀’ 약속 지운 민주당, 네거티브 다시 고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가 8월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재원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가 8월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재원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차기 대권을 향한 여야의 공방 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여야 대권주자 간 대립이 아닌 '내부전투'가 끝없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양쪽 모두 상당한 출혈이 예상된다. 대권주자와 당 지도부, 캠프와 제3자 간 신경전이 벼랑 끝으로 치달으며 본선 경쟁력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선 흥행과 후보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갑론을박 수준을 넘어섰다는 이유에서다. 

제 살 깎아먹기식 논쟁과 기싸움이 계속될 수록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회의감이 커져 '제3지대' 또는 외곽의 존재감만 키우게 될 것이란 경고도 잇따른다. 

 

브레이크 없는 국민의힘, 논란 덮으니 또 논란

출발은 좋았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극적으로 모두 대선버스에 올라타며 이준석 대표가 공언했던 '정시 출발'이 이뤄졌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지르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당 안팎의 호응도 컸다. 

분위기는 곧 반전됐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측이 경선 방식과 각종 사안을 놓고 충돌 양상을 보이면서다. 외부에서도 감지될 만큼 균열이 가기 시작하던 양측 관계는 윤 전 총장 캠프에서 이 대표를 향해 '탄핵' 발언까지 꺼내들자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토론회를 두고 깊어진 갈등의 골은 탄핵 발언에 이어 녹취록 논란과 '저거 곧 정리' 발언이 연달아 나오면서 극한으로 치달았다. 

이 대표와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나눈 대화에서 문제가 된 표현의 '주어'가 무엇인지를 두고 불 붙은 논쟁은 급기야 당 전체로 확산했다. 다른 대선주자들과 지도부, 중진 의원들까지 참전하면서 갈등 진화는 커녕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 ⓒ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 ⓒ 연합뉴스

자신의 발언이 연일 당 안팎의 비판을 불러온 점을 의식한 듯 논란에 말을 아끼던 이 대표는 17일 밤 늦게 일부 녹취록까지 공개하며 자신이 언급한 '저거 곧 정리된다'의 '저거'는 윤 전 총장이 아닌 갈등 상황을 의미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원 전 지사는 이 대표의 반박을 기다렸다는 듯 18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고 재반박을 이어갔다. 원 전 지사는 이 대표를 향해 '이날 오후 6시까지 녹음파일 전체를 공개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두 사람의 엇갈린 주장이 말을 둘러싼 해석의 차이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경선이 본격화되면서 자연스레 소강 상태로 접어들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이 또 다른 공방을 불러오면서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을 비롯한 대선주자들 간 힘겨루기가 더욱 가시화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공개한 녹취록에 등장한 '여의도연구원 조사하고 안 하겠습니까. 지사님(원 전 지사) 오르고 계십니다'라는 발언이 불러올 파장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당내 경선이 아직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의도연구원이 대권주자별 지지율 조사를 이미 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어서다. 이 대표가 당의 싱크탱크를 동원해 전례없는 조사를 실시하고 정보를 독점, 자신에 유리하게 활용하려 한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혹을 떼려고 공개한 녹취록이 또 다른 갈래의 논란을 파생한 데다 대표가 녹취록 공개로 맞대응 하고 나서면서 리더십 타격을 자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이 8월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이 8월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여파에 따라 경선 관리를 둘러싼 잡음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관위원장 인선을 둘러싸고 서병수 경선준비관리위원장에 힘을 실은 이 대표 측과 이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각개전투에 돌입하면서 사분오열 양상이다.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험악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서병수 경준위원장이 이 대표를 두둔하며 "당내 권력 투쟁에 제발 좀 몰두하지 말자"고 작심 발언을 내놓자, 곽상도 김정재 의원 등은 "그게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언성이 높아지자 의총을 비공개로 전환했고, 회의장 안에서는 "지도부를 흔들지 말라", "누가 흔들었느냐"며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이재명(왼쪽)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시사저널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이재명(왼쪽)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시사저널

설전 중심에 선 황교익, 원팀 약속 산으로?

네거티브 중단을 약속했던 더불어민주당 경선 예비후보들의 약속도 빛이 바랬다.

맛 칼럼니스크 황교익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을 두고 급기야 '친일 프레임'까지 등장했다. 황 내정자가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선전포고를 하면서 극성 지지층과 당내 주자들의 협공을 불러들였고, 이 지사 측도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

황 내정자는 18일 자진사퇴 요구에 선을 그으며 "청문회 바로 전까지 오로지 이낙연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데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낙연 캠프가 자신에게 친일 프레임을 씌워 끌어내리려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과거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공격 받았던 점을 언급하며 "극렬 문파들은 사람을 죽이려고 덤비는 악마들"이라고 쏘아붙였다. 

황 내정자가 외곽에서 강도높은 발언을 쏟아내자 이재명 캠프도 비상이 걸렸다. 당내 주자들이 지지층을 자극하는 황 내정자 발언을 문제삼아 공세에 나선데다 황 내정자 등판으로 이 지사의 존재나 공약이 다소 흐릿해지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지명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비판이 커지면서 이 지사의 책임론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무리한 내 사람 심기'로 비춰질 경우 여권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지사 지지율에도 일정부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낙연 캠프 측 관계자는 "인사 문제는 네거티브가 아니다"면서 "캠프 차원에서는 지속해서 (황 내정자 지명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단 이 지사 측은 경기도의회의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며 대응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황교익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자 유튜브 TV에 출연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모습 ⓒ 유튜브 캡처
황교익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자 유튜브 TV에 출연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모습 ⓒ 유튜브 캡처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황교익 리스크'가 돌출한 것에 대해 "여권이 야권을 향해 친일 프레임 공격을 많이 가할 때가 있는데 그게 내부로 비화되면서 판이 커지고 있다"며 "황 내정자에 대해 야권이 공격을 했으면 진영적 대립일텐데, (내부 공격이 되면서) 치열한 내전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민의힘이 당면한 당대표와 대선주자 간 갈등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신뢰의 문제, 시스템의 문제라고 본다"며 "싸움의 본질이 진보적 노선이냐 보수적 노선이냐는 식이 아니라 다른 스타일에서 발생한 문화적 충돌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파 간 갈등이면 수장들끼리 악수하면 되는데, (이 대표와 원 전 지사간 갈등 등은) 문화적 문제와 스타일 충돌이어서 해결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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