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도 눈치보는 수사심의위…위상이 달라졌다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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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과 달라진 수심위의 영향력…공정성 논란은 풀어야 할 숙제
양창수 검찰수사심의위원장이 18일 오후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도착해 검찰 관계자들과 함께 청사 내부로 들어가던 중 추가 입장 표명을 위해 다시 출입문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양창수 검찰수사심의위원장이 18일 오후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도착해 검찰 관계자들과 함께 청사 내부로 들어가던 중 추가 입장 표명을 위해 다시 출입문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심위)가 검찰 수사에 제동을 걸었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해 불기소 권고 결론을 내리면서 검찰의 칼끝이 꺾였다. 일각에서는 검찰 수심위의 위상이 과거와 달리 상당히 높아졌다는 평가다. 반대로 수심위의 공정성 논란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19일 검찰에 따르면, 대전지검 형사4부(부장 김영남)는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사건과 관련해 백 전 장관에 대한 배임 교사 등 혐의에 대해 최종 결론을 고심하고 있다. 전날(18일) 수심위는 수사팀과 백 전 장관 측이 제출한 의견서를 토대로 추가 기소의 타당성을 심의한 결과 위원 15명 중 9명이 불기소 의견을 냈다. 수사중단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으면서, 검찰 수사에 힘이 빠지게 됐다.

앞서 수사팀은 청와대 지시로 월성 원전을 조기 폐쇄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1480억원의 손해를 입었으며, 한수원에게 조기 폐쇄 의향서를 받아낸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로 백 전 장관을 지난 6월 기소했다. 기소 당시 백 전 장관에게 배임 혐의 등도 적용하려고 했으나, 김오수 검찰총장이 추가 기소 여부를 수심위에서 판단해 볼 것을 지시했다.

물론 수심위 권고는 강제력이 없다. 수사팀이 기소를 강행할 경우 백 전 장관은 추가 재판을 받게 된다. 하지만 수심위가 대검과 수사팀 간 이견을 조정하기 위해 등판했으며, 사실상 만장일치로 수사중단을 권고한 터라 수사팀이 기소를 강행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수심위가 검찰 수사 결과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수심위는 검찰의 과잉 수사와 기소 독점권을 견제하고, 수사·기소의 중립성과 투명성 등을 심의하는 대검의 외부 기구다. 특히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수사결과가 적법한지 살핀다. 150∼250명 규모인 위원 가운데 무작위 추첨으로 현안위원 15명을 뽑아 안건 별로 심의한다. 

지난해 6월 2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삼성 피해자 공동투쟁 주최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중지 및 이재용 구속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2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삼성 피해자 공동투쟁 주최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중지 및 이재용 구속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연합뉴스

유명무실했던 수심위 제도…검찰 수사 결과도 뒤집나

사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수심위는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2010년 검찰이 사건 기소와 관련해 외부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전국 41개 검찰청에 검찰시민위원회(수심위 전신)를 설치했으나, 그 역할은 미비했다. 하지만 검찰의 과잉 수사와 기소 독점 남용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검찰개혁 목적으로 2018년 1월부터 수심위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국민적 이목이 쏠리는 사건마다 수심위가 등장했다.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삼성 합병 의혹 사건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수심위는 불기소와 수사중단을 권고하기도 했다. 채널A 기자 강요 미수 사건과 관련해 기자와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는 한동훈 검사장 대해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결정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이와 반대로 수심위는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막기 위해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았던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기소 여부에 대해 수사팀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수심위의 공정성 논란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지금까지 수심위가 14번 열렸지만, 편향성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백 전 장관 수심위에 검찰개혁을 주장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배우자인 오지원 변호사가 현안위원으로 참석하면서 편향성 시비에 불이 붙었다. 지난해 6월에 열린 이 부회장의 수심위에는 삼성전자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옹호한 교수가 현안위원으로 참여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대검은 수심위를 개선·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제도 개선안 검토에 착수했다. 앞서 김 총장은 인사청문회에서 “경제사건 등 복잡한 사건을 하루 만에 판단하는 것이 부적절하고 수사지연 목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 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찰총장으로 취임하면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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