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째 제자리 어등산개발 또 불발탄되나…광주시 “최후통첩”
  • 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08.2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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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서진건설 협의 최종 결렬…24일 ‘사업자 취소’ 중대 기로
사업이행 보증금 사업자 ‘20억’ vs 광주시 ‘480억’ 평행선 여전
양측 핵심 쟁점 입장차 커 제2 소송전 배제 못해…사업 안갯속

16년 째 제자리 걸음인 어등산관광단지 개발사업이 또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광주시가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 우선협상 대상자인 서진건설에 ‘최후통첩’을 하면서다. 광주시가 쟁점인 총사업비 해석 관련 시의 뜻을 따르든지, 아니면 우선협상 대상자를 반납하든지 태도를 명확히 할 것을 날짜까지 못박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사업자인 서진건설이 광주시의 ‘최후통첩’에 응하지 않고, 이에 맞서 시가 우선협상자 지위를 박탈한다면 볼썽사나운 제2소송전 전개와 최악의 경우 사업 무산이 우려된다. 

광주 어등산관광단지 조성사업 조감도 ⓒ광주시
광주 어등산관광단지 조성사업 조감도 ⓒ광주시

광주시 “24일까지 답하라” 압박…사업자 “기재부 해석 어긋나” 반발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오는 2023년까지 군(軍) 포사격장으로 황폐화한 어등산 일원(273만6000㎡)에 휴양시설, 호텔, 상가 등을 갖춘 유원지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5년 계획 수립 이후 당대 지역 굴지의 건설업체들이 사업자로 참여했으나 재정난과 사업성 부족 등을 이유로 잇따라 사업을 포기하면서 민간사업자들의 ‘무덤’이 됐다. 현재는 17홀 골프장만 덩그러니 들어섰을 뿐 유원지 조성 등은 별다른 진척이 없다.

민선 7기 들어 의욕적으로 사업 재추진에 나선 광주시는 수차례 진통 끝에 2019년 7월 서진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져 급기야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말 서진건설 측이 일부 승소한 뒤 시의 항소포기로 1월부터 재협상이 진행됐다. 

1차 소송전으로 깊어진 감정의 골을 삭이고,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광주시와 서진건설은 최근 어등산관광단지 개발사업에 대한 최종 협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협의는 결국 결렬됐다. 그러자 시행사인 광주도시공사는 22일 서진건설에 “사업자 공모 지침 관련 총사업비 해석에 관한 협의를 종결했고, 수용 여부를 24일까지 최종적으로 회신해 달라”고 통보했다.

광주시와 사업자인 서진건설 측이 총사업비 규모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사실상 사업자 지위 박탈 수순에 들어간 모양새다. 이용섭 시장도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모 지침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거나 조건이 맞지 않아 수행이 어렵다면 우선협상 대상자 반납 등을 결단해야 한다며 서진건설을 압박했다.

 

총사업비, 광주시 ‘4826억’ vs 서진건설 ‘197억’ 평행선 

민선7기 들어 잘 추진될 것이라던 어등산관광단지 조성사업의 암초는 역시 ‘돈’이었다. 최대 쟁점이던 사업이행 보증금이 결국 발목을 잡은 것이다. 양측은 공모 지침에 따른 협약이행 보증금 납부 규모를 놓고 장기간 실랑이를 하고 있다. 먼저 광주시와 서진건설은 사업자가 납부해야 하는 담보금 성격의 ‘사업이행 보증금’ 납부액을 결정하는 근거인 총사업비 규모에서부터 입장 차를 끝내 좁히지 못했다. 

광주시는 총사업비가 4826억원이라고 주장한 반면, 서진건설은 총사업비가 1/25인 193억원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시와 도시공사는 총사업비의 10%인 480억원을 사업이행 보증금으로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자는 기반조성 사업비 193억원의 10%인 20억원만 내겠다는 입장이다. 서진건설 측은 공모 지침상 총사업비는 민간투자법에 준용한다는 관련법에 따라 기반조성 사업비 외 관광호텔·생활형 숙박시설 건설은 부대사업에 해당하므로 이 비용은 총사업비에 포함돼선 안 된다는 논리다.

16년 째 표류중인 어등산관광단지 개발사업이 또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광주시가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 우선협상 대상자인 서진건설에 ‘최후통첩’을 하면서다. 시행사인 광주도시공사는 22일 서진건설에 “사업자 공모 지침 관련 총사업비 해석에 관한 협의를 종결했고, 수용 여부를 24일까지 최종적으로 회신해 달라”고 통보했다. 광주시청 전경 ⓒ광주시
16년 째 표류중인 어등산관광단지 개발사업이 또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광주시가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 우선협상 대상자인 서진건설에 ‘최후통첩’을 하면서다. 시행사인 광주도시공사는 22일 서진건설에 “사업자 공모 지침 관련 총사업비 해석에 관한 협의를 종결했고, 수용 여부를 24일까지 최종적으로 회신해 달라”고 통보했다. 광주시청 전경 ⓒ광주시

기재부 해석 입장 차…“기반사업비만 해당” vs “공모 지침대로”   

서진건설은 이미 한차례 광주시로부터 우선협상 대상 지위를 박탈당했다가 소송을 거쳐 회복했다. 당시 쟁점은 광주시가 요구한 협약이행보증금 규모를 서진 측이 인정하되 납부 방식에 대한 이견이었다. 당시 서진건설 측은 482억6000만원을 협약이행보증금으로 납부할 것을 광주시가 요구하자 절충안으로 3단계 분할 납부를 요청했다.

그러자 광주시는 공고 지침에 분할납부 조항이 없다며 일괄납부를 요구한 뒤 서진 측이 거부하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취소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법원은 서진건설이 광주시장을 상대로 낸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서진 측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1심 판결 이후 광주시의 항소 포기로 협상은 어렵사리 재개됐었다. 그럼에도 갈등은 여전했고, 이행보증금 공방은 기획재정부 유권해석으로 이어졌다. 

기재부는 광주시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서 총사업비는 동법 제3조의2 제1항 및 동법 시행령 제2조의2에 따라 사회기반시설을 대상으로 소요되는 경비를 의미하므로, 사업과 별개의 사업인 부대사업에 소요되는 경비는 민간투자사업의 ‘총사업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서진건설 측은 기재부의 해석은 협약이행 보증금은 민간투자법을 적용해 사회기반시설 조성에 투입되는 공사비·설계비 등만 총사업비로 봐야 된다는 것이라면서 “자신들의 손을 들어줬다”는 입장이다. 반면, 광주시는 “기획재정부에서는 ‘민간투자법’ 등을 검토한 후 총사업비의 범위와 규모 등은 광주시 측이 공모지침 등에 따라 판단할 사항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주장한다. 

광주시는 “서진건설이 낙찰된 지난 2019년 공모 당시 지침은 ‘관광진흥법’의 관광단지 시설기준 및 구비조건에 적합하게 총사업의 규모를 사업 신청자가 자율 제안하도록 돼 있었다”면서 “당시 서진건설은 관광호텔·생활형 숙박시설 등이 포함된 4826억 원 규모의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고, 광주도시공사와 협의 조정을 거쳐 4826억 원을 총사업비로 확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서진건설이 공모 당시 제안한 사업계획서의 △공공편익시설 △숙박시설 △운동·오락시설 △상가시설 등에 소요되는 공사비 등의 합계액인 4826억 원을 총사업비로 확정하고, 협약이행보증금이 483억 원임을 지난 10일 서진건설과 협의했다. 하지만 서진건설은 193억 원이 총사업비라는 주장을 고수하면서 최종 협의가 결렬됐다.

 

또 소송전으로 가나

이 같은 배경에서 광주시의 최후통첩이 나왔다, 광주시는 지난 12일 총사업비 해석에 대한 협의를 종결하고 기재부 유권해석 결과와 공모지침에 따라 광주도시공사와 광주시 의견에 따라야 함을 서진건설에 최종 통보했다. 광주도시공사도 지난 18일 광주시가 통보한 총사업비 의견에 대한 수용 여부를 회신해 줄 것을 서진건설에 요청했다. 답변 기한은 24일까지다.

결국 기재부의 유권해석으로 양자 협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에도 금액차를 좁히지 못해 협의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채 제2소송전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서진건설의 전향적인 변화가 없다면 협상은 종료되고 서진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는 다시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지난해 말 광주시와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긴 전력이 있는 서진건설 측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는 게 업계의 견해다. 광주시도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취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수차례 협의에도 보증금 규모를 둘러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협의 종료에 이르게 됐다”며 “소송으로 갈 지, 전향적인 협상테이블이 다시 마련될 지 지금으로선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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