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인가, ‘나 혼자 잘산다’인가
  • 정덕현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27 18:00
  • 호수 1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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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 《나 혼자 산다》가 리스크 지뢰 된 이유
관찰 예능 잇단 논란에 시청자들도 외면

하루가 멀다 하고 논란이 터져 나온다. 하나가 잠잠해지면 또 다른 하나가 터져 나오면서 MBC 《나 혼자 산다》는 갈수록 ‘논란 예능’이라는 이미지가 겹쳐지게 됐다. 무엇이 이런 리스크들을 계속 나오게 만든 걸까. 그리고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최근 MBC 《나 혼자 산다》는 이상하게도 논란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이 프로그램에는 논란이 유독 많았다. 전현무와 한혜진이 사귄다는 사실로(지금은 헤어졌지만) 프로그램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논란에 두 사람이 모두 하차한 일은, 최근 연이어 터지는 논란과 비교하면 해프닝에 가까운 일이었다. 

2019년 승리의 버닝썬 게이트가 불거졌을 때 《나 혼자 산다》는 그를 ‘위대한 승츠비’로 캐릭터화했던 방송으로 대중의 뭇매를 맞았고, 마이크로닷의 출연 역시 부모의 채무 논란이 불거지면서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았다. 지난해 6월에는 잔나비 멤버 최정훈의 부친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3000만원 이상의 향응과 접대를 했고, 최정훈도 경영에 개입했다는 의혹 보도가 나오면서 큰 논란에 휩싸였다. 8월에는 기안84가 그의 웹툰 《복학왕-광어인간》 편으로 인해 ‘여혐’ 논란이 불거졌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게스트로 출연했던 김지훈이 방송 중 본 외국 드라마가 국내에서는 서비스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일부 누리꾼들로부터 ‘불법 다운로드’ 의혹을 받았다. 올 초에는 박나래가 헤이지니와 함께 했던 유튜브 방송이 ‘성희롱 논란’에 휩싸이며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방송에 출연해 반려견, 반려묘와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던 박은석에게는 과거 반려동물 ‘파양’ 의혹이 제기됐다.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MBC 제공

점점 ‘그들만의 세계’로 

최근에는 기안84가 웹툰 《복학왕》 완결을 기념해 전현무와 함께 떠난 이른바 ‘마감 샤워’ 여행기가 ‘몰카’‘왕따’ 논란에 휩싸였다. 무지개회원들이 다 모일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다른 회원들이 오지 않는다는 걸 ‘서프라이즈’로 알려주는 대목에서 너무나 크게 실망한 기안84의 모습과 이를 스튜디오에서 보는 출연자들의 웃음이 논란의 이유가 됐다. 타인의 불행을 웃음으로 연출한 제작진도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것 역시 연달아 터져 나오는 《나 혼자 산다》 논란의 끝은 아니었다. 이제는 박나래의 위장전입 의혹이 불거졌다. 실제로는 한남동 고급빌라에서 살고 있지만 강남구 자곡동을 주민등록상 주소지로 올려놨다는 것. 물론 고의가 아닌 무지에서 비롯된 실수였다며 문제를 바로잡았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박나래로 인해 확산된 이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실제 부동산 보유 사실은 시청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켰다. 30억원에서 50억원이 넘는 부동산을 소유한 이들의 《나 혼자 산다》가 실제 싱글 라이프를 살아가는 이들의 현실과는 너무나 다르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래서 항간에는 ‘나 혼자 산다’가 아니라 ‘나 혼자 잘산다’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까지 등장했다. 또 그간 논란이 터질 때마다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다가 사안이 커지면 그제야 뒤늦게 사과를 하곤 했던 《나 혼자 산다》의 소통 없는 대응 방식에 대해 ‘나 혼자만 산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어째서 유독 《나 혼자 산다》의 논란들이 이렇게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걸까. 

기안84와 박나래를 통해 불거진 여혐, 남혐 논란으로 《나 혼자 산다》가 성별 갈등의 대결장이 됐기 때문이라는 시선도 있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프로그램의 애초 기획 의도에서 한참 멀어짐으로써 생겨난 정서적 불편함에 있다고 보인다. 애초 《나 혼자 산다》는 전체 가구의 4분의 1이 1인 가구인 현실을 들어 1인 라이프스타일을 들여다본다는 의미가 강했다. 그래서 진짜 실감 나는 현실적인 1인 라이프를 보여준 바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육중완이다. 서울 망원동 옥탑방에서 혼자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실제로 혼자 살아가는 이들의 공감대가 컸다. 

하지만 이런 1인 라이프 자체에 맞춰져 있던 기획 포인트는 전현무가 중심을 잡고 박나래, 기안84, 이시언, 한혜진, 성훈, 헨리, 화사 등이 고정 출연한 뒤 돌아가며 그 일상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흘러가면서 조금씩 바뀌었다. 1인 라이프스타일은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됐고 일종의 상황이 주어진 ‘연예인 관찰카메라’로 색깔이 바뀌었다. 무지개회원이라고 하면 이제 이들 고정 출연자를 떠올리게 됐고, 그래서 점점 《나 혼자 산다》는 ‘그들만의 세상’처럼 보여지게 됐다. 

MBN 예능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3- 뜻밖의 커플》의 한 장면ⓒMBN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의 한 장면ⓒSBS 제공

관찰카메라 예능의 고질적 문제 

물론 이렇게 상황이 가미돼 캐릭터쇼화한 연예인 관찰카메라는 웃음과 재미의 확률이 훨씬 높아졌다. 또 반복 출연하면서 캐릭터들도 더 잘 부각됐다. 하지만 문제는 일종의 캐릭터쇼처럼 되면서 거기 등장하는 모습이 대중들에게는 실제로 받아들여지게 됐다는 점이다. 물론 사실을 왜곡하거나 조작하는 건 아니지만, 캐릭터쇼에는 ‘선택과 집중’의 과정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여기서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제 현실에서 벌어진 출연자들의 논란이 《나 혼자 산다》라는 관찰카메라의 ‘진정성 논란’으로 불거지게 된 이유다. 

사실 이것은 《나 혼자 산다》만의 문제가 아니다. 관찰카메라가 예능의 주요 트렌드로 급부상하면서, 일종의 상황 설정을 가미한 관찰카메라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매주 촬영해 방영해야 하는 스케줄은, 있는 그대로를 찍어 편집해야 하는 관찰카메라에 일종의 설정과 상황을 가미하게 만들었다. SBS 《미운 우리 새끼》가 대표적인 사례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이상민, 탁재훈, 임원희, 김준호 등이 등장하는 분량은 누가 봐도 상황이 미리 제시된 관찰카메라에 가까웠다. 그만큼 빵빵 터지는 웃음과 재미가 가능해졌다. 그래서 이들이 등장하는 《신발 벗고 돌싱포맨》이라는 스핀오프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게 됐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자세히 보면 일상 공간에서 관찰카메라처럼 찍히곤 있지만 사실은 매주 새로운 인물군이 게스트로 출연하는 토크쇼다. 

TV조선 예능 《아내의 맛》의 한 장면ⓒTV조선 제공

TV조선 《아내의 맛》은 함소원의 조작 방송이 드러나면서 프로그램도 시즌 종영됐다. 그런데 거기서도 문제로 지목됐던 건 미리 상황을 만들어 놓고 찍는 관찰카메라의 편의적 발상이었다. 이런 상황은 최근 정규 편성된 관찰카메라들 대부분의 현실이기도 하다. 《와카남》이나 개그맨 부부들이 대거 출연하는 JTBC 《1호가 될 순 없어》,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살림하는 남자들》 등 정규 편성된 관찰카메라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 대부분은 스케줄 압박 때문에 일정 부분의 상황을 전제한 후 촬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캐릭터쇼까지 접목된 관찰카메라의 포장과 그것을 완벽한 리얼로 믿는(사실은 믿고 싶은) 시청자들 사이의 간극은 향후에도 많은 논란을 예고한다. 물론 실제 현장의 제작자들은 진정성 논란이 나올 때마다 관찰카메라라고 해서 100% 리얼이 어디 있냐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다르다. 그걸 리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생기는 재미가 있고, 그래서 그렇게 믿고 싶기 때문이다. 제작진이든 출연자든 포장과 리얼 사이의 간극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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