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현역 의사에게 물었다…‘내가 방역 컨트롤타워라면’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1.09.01 07:30
  • 호수 1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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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국민에게 싹싹 빌겠다”

국내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최근 3개월간 하루 감염자가 3배가량 증가했다. 지난 6월 600명을 밑돌던 하루 감염자 수는 7월 들어 최고 1896명으로 증가한 후 8월에는 2000명 선을 넘나들고 있다. 

방역 당국은 자영업자 피해를 고려해 ‘굵고 짧은’ 방역을 선언했으나, 실제로는 매번 4단계 방역을 2주일씩 연장하는 ‘얇고 긴’ 대책으로 국민에게 희망 고문을 반복하는 실정이다. 방역조치도 의학적 근거를 두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이다. 예를 들어, 사적 모임 인원을 4명까지 제한하면서도 골프장에서는 캐디를 포함한 5명 모임을 허용했고, 결혼식·장례식·공연장에 모일 수 있는 인원도 제각각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백신까지 부족하자 정부는 접종 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본래 3~4주인 백신 접종 간격을 6주로 늘렸고, 의학적 검증이 부족한 교차 접종까지 허용했다.

근거 없는 희망보다 현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의 양해를 구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사저널은 현역 대학병원 교수들에게 긴급진단을 요청했다. 자신이 코로나19 방역대책 컨트롤타워라면 현시점에서 필요한 대책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진짜로 굵고 짧은 방역과 백신 안전성 공개”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코로나19 상황은 메르스 때보다 힘들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굵고 짧은 방역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2주 만이라도 stay at home(집에 머물기)을 할 수 있다.  호황을 누리는 배달, 진단, 골프 관련 업종 외에 불황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에게 지원금을 주고 2주간 강력하게 방역해 하루 감염자 수를 200~300명대로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 

백신 안전성 문제를 솔직하게 공개할 필요도 있다. 백신은 개인 방역과 집단면역을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백신이 100% 안전하냐 하면 그렇지 않다. 접종 후 사망자가 나와도 정부는 쉬쉬하는 분위기다. 이런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국민은 사회적 집단면역을 위해 백신을 맞는다. 이런 국민에게 정부는 솔직하지 못하다. 안전성 문제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의료진도 우왕좌왕이다.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도 정부가 백신 접종률이 떨어질까봐 쉬쉬하다가 뒤늦게 인정했다. 그만큼 정부가 의료진에게 보내는 경고 서한도 늦었다. 그사이에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이 유명을 달리했다. 정부가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했다면 그들을 살릴 수 있었다.”

“진정한 대국민 사과”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가장 먼저 국민에게 싹싹 빌어야 한다. 지금까지 코로나19에 대해 잘 몰라서 백신 구매도 늦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해서든 백신을 가져올 테니 접종에 협조해 달라는 것이다. 예컨대 10대는 백신을 맞지 않아도 되니 고령자에게 백신을 양보해 달라고 해야 한다. 백신을 안 맞으면 10명 중 1명이 중증이 되고, 100명 중 1명은 사망한다. 백신을 맞으면 100명 중 1명이 중증이 되고, 1000명 중 1명이 사망한다. 그러면 코로나19 상황을 독감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다.”

“젊은 경증 환자의 외래치료” 정진원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첫째, 백신 접종을 활성화하기 위해 백신 확보에 주력하겠다. 이미 여러 자료가 백신 접종 후 사망률과 입원율을 낮춰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백신이 부족해 2차 접종을 미루고, 실제 확진자 중에 1차 접종만 한 경우가 많다. 둘째, 여러 선진국처럼 젊은 경증 환자의 외래치료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 병상을 고위험군(비만, 만성 기저질환자, 50~60대 등) 위주의 치료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백신 접종 우려 종식” 무기명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백신 공급을 원활하게 만들어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이다. 또 정확하고 일관된 정보 전달을 통해 백신 접종에 대한 오해와 과도한 우려를 종식시켜야 한다.”

“백신은 늦었지만 치료제 선구매는 서둘러야” 무기명 교수

“첫째, 델타 변이 바이러스 유행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현재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재정립해야 한다. 현재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둘째,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백신을 더 확보해야 한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각 나라가 백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백신 수급이 불안정해 우리나라에 배정될 백신이 적어지거나 늦어질 확률이 커졌다. 

셋째, 글로벌 제약사들은 먹는 치료제 개발을 앞다퉈 진행 중인데, 가장 빠른 제약사 두 군데가 머크와 로슈다. 9월에 3상 임상시험 결과가 나올 것 같은데, FDA(미 식품의약국) 긴급 승인이 날 가능성이 크다. 백신의 선구매는 늦었지만 치료제 선구매는 서두르면 다른 나라보다 앞설 수 있다.” 

“병원 감염 대책 마련” 무기명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추가적인 의료기관 내 감염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코로나19 확진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 이른바 ‘의료 붕괴’가 현실화할 수 있다. 우리 의료진은 메르스 사태에서 의료기관 내 감염 위험성을 경험한 바 있다. 내원객에 대한 전면 통제가 현재로서는 어려운 상황이다. 각 병원의 자율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고 국민 의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검사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안” 김종원 중앙대병원 외과 교수

“검사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법을 먼저 검토하고 싶다. 거의 전 국민을 커버할 정도로 검사 규모를 늘려 바이러스 보균자를 조기에 찾아 격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예컨대 식구끼리 검체를 채취하는 방법이 있다. TV 방송 등을 통한 시청각 교육으로 일반인이 검사할 수 있다. 검체 채취 키트 배부와 수거는 행정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찾으면 된다. 국민 2명 중 1명이 시행해 2500만 개의 검체가 모이면 50개 또는 100개씩 묶어 검사해 양성이 나온 그룹을 다시 검사하는 식으로 진행하면 검사비도 어느 정도 수용할 수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정확하게 검사한 사람은 인증해 주고, 검사 후 1주일 동안 자유로운 매장 출입이나 종교 활동 등을 가능하게 하면 검사 참여자도 늘고 거리 두기 단계도 조정할 수 있다. 정확한 검사를 선별하는 방법은 스마트폰으로 검체 채취 장면을 녹화한 영상을 AI(인공지능)가 보고 채취 봉의 삽입 각도와 깊이와 삽입 시간 등을 종합해 평가하면 된다. 만화 같은 상상력 같지만 지금과 같은 거리 두기를 지속하면서 부담하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검토할 만한 일이다.”

“국내 mRNA 백신 개발과 중환자 치료 지원” 최성호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 입장에서 다음 두 가지 사항이 꼭 필요하다. 첫째는 국내 mRNA 백신 개발을 챙기는 일이다. 해외 백신을 수입만 하면 국내 백신 개발에 대한 관심이 줄고 굳이 국내 백신을 개발할 이유도 없어진다. 그러나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새로운 백신이 앞으로도 필요하므로 국내 mRNA 백신 개발은 꼭 필요하다. mRNA 백신의 국내 개발을 정부가 도와주는 정도가 아니라 개발에 성공할 때까지 정부가 챙길 필요가 있다.

둘째는 중환자 치료에 대한 지원이다. 국내 감염자가 약 22만 명인 것은 국가적으로는 선전한 결과지만, 반대로 보면 감염될 인구가 많아 지금의 접종 속도로는 짧은 시간에 모두를 보호하기가 쉽지 않다.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지정해 주는 병원으로 이송되는 중환자들이 의료진 부족으로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다. 어디로 이송되건 준비된 의료진에 의해 최선의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중환자 치료 병원의 부족한 인력을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군의관, 공중보건의, 간호장교를 파견할 필요가 있다.”

“정상적인 학교 수업받도록 해야” 전연숙 중앙대병원 안과 교수

“다른 것을 희생하더라도 교육은 절대 위축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성인의 모든 사회생활을 중단하더라도, 학생이 모두 등교해 정상적인 수업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수년 뒤 교육 공백으로 인해 학생의 전체적인 수준 저하뿐만 아니라 정서적·사회적 문제는 코로나19보다 더 큰 재난으로 닥칠 것이다. 교육부가 조금이라도 책임지지 않으려고 무조건 아이들을 집으로 보낸다. 교육부는 온라인 수업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아는지 궁금하다.”

“코로나19와 공존 방법 모색” 명승권 국립암센터 대학원장

“현재 국내 코로나19의 총 확진자 치명률은 1%지만, 백신을 맞은 고령층의 치명률은 0.2%다. 독감 치명률 0.05~0.1% 수준으로 가고 있고, 폐렴의 치명률인 약 5%보다 낮다. 오후 10시 영업 제한, 사적 모임 인원 제한 등은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불확실하다. 장기간 시행하는 거리 두기 강화 조치로 자영업자의 경제적 손실과 국민의 피로감이 쌓인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조만간 코로나19를 독감 수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생긴다. 그때 가서 우왕좌왕하지 말고 지금부터 코로나19와 공존하는 방법을 마련해 둬야 한다.”

“중장기 전략이 필요한 시점”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중장기전략위원회가 필요한 시점이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중증 환자는 감소할 11월 즈음 방역 완화를 하지 않으면 국민의 저항이 심해질 것이다. 지금도 부처별로 동상이몽인데, 나중에는 여기저기서 다양한 의견이 나와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와 정부 관료 10명 정도로 조직된 중장기전략위원회가 전략을 짜야 한다. 적당한 균형을 맞춘 방역 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사회, 경제, 수학, 심리적인 영역까지 다양한 전문가의 시각이 필요하다. 그래서 국민·정부·의료계의 합의가 이뤄져야 ‘위드 코로나19’(위중증·사망자 중심 방역) 방역으로 전환할 수 있다.”

“방역에 대한 국민 의식 향상”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가장 시급한 것은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참에 방역에 대한 국민 의식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말할 때 너무 큰 목소리를 낸다. 그럴수록 비말이 멀리 날아가므로 감염 가능성이 크다. 식당 테이블 간격도 20cm 정도로 붙어있어 인원 제한 조치의 의미가 거의 없다. 이런 점을 개선하는 문화를 만들고 정착시켜야 미래 감염병에 대비할 수 있다.”

“백신 확보와 치료제 개발” 박인원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가장 먼저 백신 확보부터 할 것이다. 그다음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대한 투자다.”

“백신 접종 가속화” 조수현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가장 시급한 것은 가급적 빨리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다. 전 국민이 백신을 맞은 후에는 지금과 같은 거리 두기는 아니고 일상생활을 해야 한다. 단, 손 자주 씻기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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