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주방 위쿡, 도시의 F&B 생태계 허브가 될 것” [굿시티 포럼 2021]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1.08.2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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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그 이상을 공유하다…위쿡이 만든 공유경제
김기웅 대표 “공유주방 넘어 지자체와 협력 준비”

코로나19의 확산은 공유경제 시장을 뒤흔들었다. 필연적으로 ‘접촉’이라는 요소를 내재하고 있는 사업 모델들은 비대면의 시국을 이겨내지 못했다. F&B산업에서 ‘소비’의 시장도 큰 타격을 입었다.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이 급격하게 줄었고, 문을 닫는 식당도 속출했다. 국내 최초의 공유주방 위쿡은 어떻게 이 위기를 뚫고 성장했을까. 위쿡은 오히려 ‘비대면’의 키워드에 주목했다. ‘소비’의 시장은 흔들렸지만, ‘생산’의 시장은 확고했다.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주목받게 된 배달 음식과 간편식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허브로 나아가기로 한 것이다. 그 선택은 주효했고, 위쿡의 사업은 ‘공간의 제공’에 머물지 않았다. F&B 창업자에게 전문성, 인력 등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F&B플랫폼으로 패러다임을 확장시켰다. 위쿡의 운영사 심플프로젝트컴퍼니의 김기웅 대표는 8월25일 시사저널이 주최한 굿시티포럼 강연에서 “위쿡은 단순히 ‘주방의 임대’에서 그치지 않고, 변화하는 산업 생태계를 지탱할 수 있는 종합 F&B플랫폼으로 나아갈 계획”이라며 “공유주방은 지역, 도시와 결합하게 될 경우, 로컬 특성에 맞는 F&B 생태계 허브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8월25일 서울 중구 을지로5길 19 페럼타워에서 열린 시사저널 굿시티포럼 2021 행사에서 김기웅 심플프로젝트컴퍼니 대표이사가 세션 발표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8월25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시사저널 굿시티포럼 2021 행사에서 김기웅 심플프로젝트컴퍼니 대표이사가 세션 발표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F&B산업의 온라인화…‘비대면 소비’에 집중

위쿡의 성장요인을 들여다보려면, 변화하고 있는 F&B산업의 패러다임을 살펴봐야 한다. 이미 F&B시장의 온라인 이동은 가속화되고 있었다. 음식점업은 배달 전문 식당으로, 식품 제조업은 온라인 식품 유통의 형태로 변하고 있다. 이 현상에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의 문화가 가속도를 붙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2월 기준 8678억 원이던 온라인 음식료품 거래액은 2020년 2월 1조4843억 원까지 늘었고, 배달 음식 서비스 거래액도 6168억원에서 1조1237억원으로 늘었다. 이 같은 온라인 가속화는 창업 시장도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오프라인 식당 창업이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꼭 상권이 좋은 곳에 매장이 위치하지 않아도 된다. 배달이나 온라인 전문 판매(구독, 예약주문 등)와 같은 비대면 형태의 시장으로 진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F&B시장의 온라인화의 전제 조건은 뭘까. 고객과 쉽게 만날 수 있는 IT 기반의 온라인 플랫폼, 콜드체인이 가능한 물류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효율적이고 위생적인 생산공간이 존재해야 한다. 공유주방이 이 역할을 한다.

기존 자영업의 매커니즘도 판매 채널을 다각화하는 것으로 변했다. 불황과 과잉경쟁으로 인해 매출이 줄어들고, 임대료와 인건비는 늘어났다. 포장이나 택배·배달, 온라인 쇼핑몰 유통 등을 통해 비용의 리스크를 줄이고, 매출의 기회를 확장하려는 시도가 늘어난 이유다. 특히 초기 투자 비용에 대한 부담 없이 소자본으로 배달 음식 사업에 최적화된 공간과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공유주방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여러 소규모 사업자가 모이면 ‘규모의 경제’를 이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원자재를 대량 구매해 비용을 낮추고, 공통 필요 인력을 고용해 운영할 수 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위쿡의 배달·온라인 판매 창업 문의 비중은 총 1014건 중 484건으로 47%에 이른다.

소비자의 다양한 미식 성향을 충족시키기 위한 시도도 공유주방을 통해 이뤄진다. 식품 소비 경향은 ‘가치’를 중심으로 개인화되고 있는 추세다. 프랜차이즈나 대량생산이 아닌 ‘한정판매’와 ‘개인화’가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대형마트, 백화점 등 모든 것을 모아놓은 종합 채널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특정 카테고리를 겨냥하는 채널들이 등장해 성장하고 있다. 다이어트식, 비건식, 반찬식, 프리미엄 식재료 등이다. 특히 MZ세대 개인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소규모 강소 브랜드들이 꾸준히 등장 중이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신규 판매자 중 개인 판매자 비중은 59%를 돌파했고, MZ세대 신규 판매자가 67.6%에 이른다.

8월25일 서울 중구 을지로5길 19 페럼타워에서 열린 시사저널 굿시티포럼 2021 행사에서 김기웅 심플프로젝트컴퍼니 대표이사가 세션 발표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8월25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시사저널 굿시티포럼 2021 행사에서 김기웅 심플프로젝트컴퍼니 대표이사가 세션 발표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공간 임대부터 인큐베이션 역할까지

비대면 음식 생산공간으로 거듭난 공유주방은 어떤 형태일까. 위쿡에는 다양한 푸드메이커가 니즈에 맞게 이용할 수 있는 세 가지 형태의 공유주방이 있다. 주문을 받아 음식을 만들어 배달하는 푸드 메이커를 위한 배달형 공유주방, 도시락 등 완제품을 판매하는 개인이나 업체를 위한 제조유통형 공유주방, 사람들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까지 빌려주는 식당형 공유주방 등 총 13개의 공유주방 플랫폼이 운영되고 있다. 2021년 4월 기준 465팀의 사업자들이 식품·외식 사업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위쿡을 통해 창업을 할 수 있었던 사업자들만 800여 팀이다.

특히 코로나19 시국을 타고 배달형 공유주방이 뜨고 있다. 배달형 공유주방에는 투고샐러드, 스테키동, 오봉집, 삼백돈, 올라보, 나폴리제면소, 최프로 등의 푸드메이커들이 입점해 있다. 본인 소유의 시설 없이도 온·오프라인으로 음식을 판매할 수 있는 인프라는 제조유통형 주방에 갖춰져 있다. 그동안 식품 가공업은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져 왔지만 제조유통형 공유주방을 이용하면 다품종을 소량 생산하는 다양한 창업자들이 성장할 수 있고, 소비자들도 보다 더 다양한 식품을 이용할 수 있다. 제조형 공유주방을 이용하는 푸드메이커 수는 2016년 3팀에서 2020년 433팀으로 늘었고, 2016년 2억원이었던 거래액도 2020년 909억원을 넘겼다. 식당형 공유주방은 오프라인에서의 확장을 전제로 다양한 브랜드의 시장성을 확인하는 공간이다. 위쿡은 이 같은 공유주방 플랫폼을 통해 푸드메이커를 모은 후, 이들의 사업을 성장시킨다.

곧 위쿡의 업은 인프라 제공만이 아니다. 푸드메이커를 성장시키고 발굴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한다. 작년 한 해 동안 식품·외식 창업자들의 서비스 문의 건만 1만 건이 넘는다. 창업자의 15%가 위쿡을 찾았다는 얘기다. 단순히 공간을 임대하는 차원에서 나아가, 장소와 사업 초기 단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큐베이팅과 사업 성숙기 단계의 서비를 제공하는 엑셀러레이팅을 한다. 자체적으로 식품 안전팀을 구성해 위생관리 서비스도 구축하고 있다. 위쿡딜리버리 역삼점에 입점한 나폴리제면소는 영업 2달 만에 매출 안정권에 진입했다. 위쿡딜리버리 신사점의 스테크동은 위쿡 딜리버리 R&D 컨설팅을 통해 식자재, 부자재비를 절감하고 매출을 상승시켰다. 크라우드 펀딩 운영 실적을 인정받아 제조유통형 공유주방에 입점한 뉴트리그램은 고객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성장했다. 위쿡을 통해 대량 생산을 위한 공장과의 매칭이 이뤄졌고, 현재는 전국 GS25 편의점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초기 창업자의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제품 마케팅을 신속하게 할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이 된 것이다.

위쿡 사직점 공용주방의 모습
위쿡 사직점 공용주방의 모습

지역과 결합해 로컬 생태계도 구축 가능해

글로벌 공유주방 산업도 확장되고 있다. 딜리버루, 도어대시, 아마존 고 등의 배달·온라인 플랫폼들이 거래 중개 서비스에 머물지 않고 물류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배달 전문 매장과 공유주방 시장이 형성됐다. 미국의 클라우드 키친은 10개 국가에서 100개 이상의 지점을, 인도의 스위기는 10개 도시에서 400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미 배달 시장이 형성돼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배달형 공유주방을 중심으로 시장 규모가 커졌다. 위쿡을 시작으로 배민키친, 먼슬리키친 등이 운영 중이다. 위쿡은 올해 10월 일본 도쿄에 배달형 공유주방을 오픈한다. 단순히 일본 내의 창업자에게 공간을 임대하는 목적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F&B기업들을 진출시키는 교두보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해외에서는 공유주방에 자체 F&B 브랜드를 입점시켜 검증한 뒤 함께 성장하는 사례들도 많다. 이 경우 여러 지점의 공유주방에 브랜드를 빠르게 입점시키면서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유니온키친이다. 유니온키친은 워싱턴에 3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역 생산과 지역 유통이 철저하게 이뤄진다. 지역에 있는 푸드메이커들이 공유주방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지역 주민들이 사먹고 검증한다. 반응이 좋은 제품들은 지역 외로 유통을 하는 방식이다. 유니온키친의 공유주방에서 생산된 ‘EAT 피자’는 세븐일레븐 등으로 유통을 확장해 연 매출 500억원을 달성했다. 식물성 냉동 스무디 브랜드 ‘브라이트 그린스’는 유니온 키친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테스트를 거친 뒤, 켈로그를 통해 투자유치를 받기도 했다. 글로벌 공유주방 업체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도의 레벨 푸드는 적극적으로 창업팀을 선발하고 자체적인 브랜드를 만들어 지역 주민에게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렇게 공유주방은 지역, 도시와 결합할 경우 그 도시의 특성에 맞는 F&B 생태계 허브의 역할을 한다. 이주민이나 사회 취약 계층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형태로 제품을 생산·유통하거나,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시제품을 만드는 형태의 지역 활성화 모델도 나올 수 있다. 위쿡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구축한 운영 소프트웨어를 통해 F&B 생태계 구축을 돕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단순히 공간을 만들고 주방 설비를 갖추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운영 정책과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우리가 시행착오를 거치며 만들어낸 운영 솔루션을 제조형 공유주방을 도입하고 싶은 공공기관, 지자체에 도입해 그 지역의 F&B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지역 단위의 온라인 플랫폼이나 지역 물류를 커버할 수 있는 물류 서비스, 지역 내에서 생산과 물류의 허브가 될 수 있는 공유주방이 결합된다면 의미있는 모델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품위생법상 하나의 공간에서 하나의 사업자만이 영업을 신고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공유주방 사업은 시범사업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공유주방 사업이 검증되고 공유경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구성되면서 지난해 12월 식품위생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고, 올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식약처는 하위법령 등 관련 제도를 검토 중이다. 이제 법적 틀 안에서 공유주방을 포함한 F&B산업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밝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 대표는 “패션과 가구 등의 온라인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된 것은 카페24, 고도몰 등의 쇼핑몰 솔루션 기업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위쿡이 F&B산업의 솔루션 역할을 하면서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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