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에서도 ‘내로남불’하는 여당 [유창선의 시시비비]
  • 유창선 시사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27 14:00
  • 호수 1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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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의 대명사 김어준 방송은 모른 척
정권 비판적인 보수 언론의 뉴스만 공격해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담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야당과 언론계의 강한 반대에도 8월25일 새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까지 여당 단독으로 통과됐다. 상임위에서 의결된 법안은 당일 본회의에 상정할 수 없다는 국회법 규정에 따라 일단 25일 본회의 처리는 무산됐지만, 그조차도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언론재갈법’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민주당이 이 법을 밀어붙인 명분은 그렇게 해서라도 ‘가짜뉴스’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송영길 대표는 언론중재법을 가리켜 “잘못된 보도가 있으면 적절한 구제 장치를 통해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짜뉴스 피해구제법”이라고 말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가짜뉴스를 퍼트릴 자유는 언론자유가 아니다. 언론 조작을 하겠다는 자유”라며 언론중재법을 정당화했다. 가짜뉴스를 근절하겠다는 여당 정치인들의 이런 말들은 과연 얼마만큼 진정성을 담고 있을까.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월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언론독재법과 반민주 악법 끝장 투쟁 범국민 필리버스터’에서 발언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여당 지지하는 유튜브들, 가짜뉴스 양산

언론중재법이라는 칼을 꺼내든 민주당 바로 옆에는 가짜뉴스로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시켜주곤 했던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음을 세상은 다 알고 있다. 민주당의 둘도 없는 원군인 김씨는 가짜뉴스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숱한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그는 2012년 대선에서 부정 개표가 있었다는 주장을 하며 심지어 《더플랜》이라는 영화까지 만들어 공개하기도 했다. 방송을 통해 세월호 고의 침몰설을 주장하는가 하면 역시 그런 내용의 《그날, 바다》라는 영화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여러 차례 반복된 검찰과 특검의 수사를 통해 ‘세월호 고의 침몰설’은 터무니없는 음모론임이 판명됐다. 김씨는 지난 4·7 재보선 때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 ‘생태탕 선거’를 시도했다가 거꾸로 민주당이 민심의 심판을 받는 부메랑을 자초하기도 했다. 여당이 주도하는 서슬퍼런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심의위원회가 있건만,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가 역학조사 TF(태스크포스)를 해체했다”는 가짜뉴스는 4·7 재보선 이후에도 버젓이 계속된다.

언론중재법을 통과시킨 민주당의 머릿속에 가짜뉴스는 정권에 비판적인 보수언론의 전유물이라는 신념이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방에서 반대하는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이는 민주당이, 정작 자기들 편에서 나오는 가짜뉴스들에는 그토록 모른 척할 수 있었을까. 사실 가짜뉴스에는 여야나, 진보와 보수의 차이가 없다. 가짜뉴스는 더 이상 어느 한 진영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한국에서 유튜브가 가짜뉴스의 온상이 되고 있음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양 진영의 극단을 추구하는 유튜버들은 자기 진영 내 팬덤들의 입맛에 맞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들을 방송함으로써 독자 수를 늘려 가고 경제적 수익을 높여 간다. 한쪽의 극단에 설수록 시청자들의 ‘슈퍼 챗(Super Chat)’이 터지는 액수도 커지기에 이들은 갈수록 험한 말들을 쏟아내며 극단을 추구하게 된다.

지난해 12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운영하는 강용석 변호사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일이 있었다. 그때 가세연 유튜브는 긴급체포라며 생방송을 했지만, 강 변호사는 4차례의 출석요구에 불응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이었기에 이는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였다. 그런데 가세연은 그런 가짜뉴스 방송을 통해 이틀 만에 2300만원이 넘는 슈퍼 챗 수익을 올렸다. 평소 하루 100만~300만원 정도의 수익에 비하면 장사를 톡톡히 한 셈이다. 강용석을 긴급체포를 당하는 투사로 만들어내면서, 체포당하는 순간까지 막대한 수익창출을 할 정도로 이들은 돈에 밝다.

그런데 이러한 광경이 단지 극우 성향의 유튜버들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장사가 아닌 현실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과거 유튜브에서의 가짜뉴스를 비판할 때 주로 대상이 됐던 것은 극우 성향의 채널들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로는 여당 혹은 진보 성향의 극단적 유튜브 방송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했다. 팬덤화된 지지층이 과거와 같은 팟캐스트 방송을 넘어 많은 유튜브 채널을 소화할 수 있을 만큼 힘을 갖게 된 것이다. 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쪽의 유튜브들에서는 과거 극우 유튜브를 능가하는 가짜뉴스들이 양산돼 왔다.

친여 유튜브인 ‘열린공감TV’는 지난 7월 ‘특종! 양재택 전 검사 어머니 단독 인터뷰!-“얘가 너무 남자가 많았다” “남의 재산을 빼앗았다”’는 타이틀을 걸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씨의 동거설을 유포하는 생방송을 진행했다. 당시 출연한 양 전 검사의 모친은 치매 상태였음이 알려졌고 가족들의 강한 항의와 함께 법적 소송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건희씨를 음해하기 위해 사용되는 ‘쥴리’라는 이름과 ‘술집 접대부설’도 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처음 등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유튜브 채널 ‘백자TV’에서도 김건희씨를 모욕하는 ‘나이스 쥴리’ 뮤직비디오가 만들어져 공개되기도 했다. 역시 친여 유튜브 채널인 ‘서울의소리’에서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때 김건희의 점괘에 의해 시와 때를 맞춰서 들어갔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이 나와 유포되기도 했다.

 

정치적 유불리 따라 가짜뉴스 잣대 달라져

가짜뉴스에 관해 말하자면 레거시 미디어보다 유튜브의 심각성과 해악이 훨씬 큰 상태다. 이들이 유포하는 황당무계한 가짜뉴스들은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은 채 팬덤들의 환호를 받으며 돈벌이를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도 가짜뉴스를 없애기 위해 언론중재법이 필요했다는 민주당은 정작 유튜버들에 의해 대대적으로 유포되고 있는 가짜뉴스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이 없다. 현재의 1인 미디어, 특히 유튜브의 지형이 이번 대선을 치르는 데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자신감 때문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레거시 미디어를 이대로 둬서는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한 태도와는 정반대다. 민주당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가짜뉴스에 대한 잣대가 달라진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니 가짜뉴스를 없애야 한다는 민주당의 말이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믿을 수가 없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가짜뉴스는 못 본 척 방치하고, 불리한 가짜뉴스에만 징벌적 제재의 칼을 들이대겠다는 선택적 태도에서는 그 어떤 진심도 느껴지지 않는다. 불과 몇 달 전 김어준씨와 함께 ‘생태탕 선거’를 치르던 정당이 가짜뉴스에 대해 징벌을 내리겠다고 하니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것이 우리 편의 가짜뉴스는 상관없고, 반대편의 가짜뉴스만 문제라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면, 가짜뉴스에서도 ‘내로남불’한다는 소리를 들어 마땅할 일이다. 언론중재법이 언론 개혁을 위한 것이라는 말도 가짜뉴스라는 의심이 드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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