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 “극사실주의 촬영에 재입대한 느낌이었다”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28 12:00
  • 호수 1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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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D.P.》 통해 탈영병 체포조로 컴백

‘비주얼 힐링 배우’ 정해인이 돌아왔다. 이번엔 전매특허인 부드러움을 벗고 강인한 얼굴을 하고서다. 8월27일 전 세계 공개된 《D.P.》는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준호와 호열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앞서 웹툰 《아만자》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김보통 작가의 또 다른 웹툰 《D.P 개의 날》이 원작이며, 영화 《차이나타운》 《뺑반》의 한준희 감독이 연출을 맡아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정해인은 폭력적이고 무기력한 환경을 피해 도망치듯 입대한 이등병 안준호를 맡았다. 남다른 눈썰미와 권투를 했던 이력으로 군무 이탈 담당관의 눈에 띄어 군무 이탈 체포조 D.P.로 차출된 준호는 호열과 함께 D.P.로 성장해 간다. 촬영 3개월 전부터 권투를 연습하며 안준호 역에 몰입했던 정해인은 군대 밖으로 도망친 탈영병들과 마주하며 변화하는 내적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냈다. 한준희 감독은 “처음부터 정해인을 염두에 두었다. 우리 주위에 있을 것 같은 보편적이고 평범한 청년의 느낌이 그에게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가 그려낼 안준호에 대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정해인 외에도 ‘충무로 청년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구교환이 D.P.조 조장 한호열로 분해 완벽한 팀워크를 선보이는 가운데, 김성균과 손석구가 D.P. 상급자로 가세하는 등 브라운관, 스크린에서 활약 중인 배우들의 조합으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보통 작가는 “가상 캐스팅으로도 감히 생각하지 못했던 배우들이다. 원래부터 이 역할을 해왔던 게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며 네 배우의 조화로운 캐스팅에 큰 만족과 기쁨을 표했다. 한준희 감독은 “정해인과 구교환이란 두 배우가 충돌하면서 만들어내는 케미가 재밌었다. 굉장히 다른 종류의 연기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인데 충돌하면서 아이러니하게 재미를 이끌어내는 케미가 돋보였다”고 귀띔해 기대감을 자아냈다. 온라인 제작보고회를 통해 정해인을 만났다.

넷플릭스 웹드라마 《D.P.》의 포스터ⓒ넷플릭스 제공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헌병대 소속의 군무 이탈 체포조 이야기다. 군에 있을 때 D.P.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고, 촬영 전에는 웹툰으로 접했다. 촬영을 하면서 이런 존재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게 됐다. 무엇보다 대본을 만화책 보듯이 읽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등장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서 정말 재미있더라. 상상하게 하는 재미있는 캐릭터가 많은 것도 매력이었다. 등장인물들이 너무 다양한 매력이 있어 캐릭터 보는 맛도 상당했다.”

캐릭터를 설명해 달라.

“사회에서 방황하다 군대로 들어가는 인물이다. 시청자들이 저를 통해 함께 울고, 함께 공감하실 수 있으면 좋겠다. 1화에 입대하는 장면과 훈련소에서의 과정이 나오는데 굉장히 실감 날 것이다.”

군인 역할을 맡은 소감은 어떤가.

“내무반 세트장이 너무 극사실주의여서 깜짝 놀랐다. 정말 리얼하게 재현해 내서 소름 돋았을 정도다. 뭐랄까? 재입대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군필자분들이 군 전역 후 간혹 다시 입대하는 꿈을 꾸는데 그런 기분이었다. 너무 긴장해서인지 실제 테이크가 돌아가는 와중에 ‘이병 정해인’이라고 제 본명으로 관등성명을 외칠 정도였다(웃음).”

복싱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무술감독님과 감독님이 원테이크 촬영을 원하셨다. 대역이 들어갈 커트가 없더라. 이준영 배우와 함께 3개월간 땀을 흘리며 여름에 열심히 연습했다.”

구교환과의 호흡은 어땠나.

“형의 애드리브는 고통인데, 행복한 고통이었다. 제가 웃음이 한번 터지면 잘 못 참는 성격이다. 배가 아플 정도로 웃느라고 힘들었다. 케미 점수? 둘이 합치면 10점이다. 이제 눈만 봐도 무슨 생각인지 대충 알겠다.”

 

구교환은 “길을 가다가 정해인과 자주 마주쳤다. 언젠가 같은 작품에서 만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정해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함께 자리한 손석구는 “정해인, 구교환의 팬이다. 안 어울릴 것 같은 사람이 어울리는 게 재밌다”고 남다른 팬심을 전하기도 했다.

 

구교환뿐만 아니라 김성균, 손석구 등 또래 배우들과도 호흡을 맞췄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한 형들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작품이 끝나도 앞으로 계속 만나고 싶다. 형들 덕분에 촬영이 너무 재밌었다. 오랜만에 만나도 반갑고 편하다.”

요즘 극장가가 비수기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영화가 있나.

“얼마 전에 《모가디슈》 예고편을 봤는데 긴장감과 스케일이 대단했다. 극장에서 꼭 보려고 한다. 관객 여러분도 마스크 착용 잘하고 방역수칙 잘 지켜서 극장에 방문하시길 바란다.”

 

한편 정해인은 최근 SBS 파워FM 《박하선의 씨네타운》에 출연해 멜로 연기를 펼치는 것에 대해 “사실 눈물이 없다. 슬퍼도 눈물이 잘 안 나고 가슴이 답답하고 숨 쉬기 힘들어지기만 한다. 촉촉해지는 눈망울은 안구 건조증 때문인 것 같다. 카메라 감독님께서 잘 찍어주셔서인 것 같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브래들리 쿠퍼(미국의 배우이자 영화감독)를 좋아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배우들이 연출 등 많은 것들에 도전하는 모습이 멋지다“며 “최근에 이제훈 배우가 연출하는 단편영화에 출연했는데 현장에서 배우는 게 많았다. 나도 언젠가는 (연출을) 해봐야지 하는 막연한 꿈만 있다. 우리들의 일상 얘기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주행 부르는 《D.P.》의 관전 포인트

1 탈영병 잡는 군인이라는 신선한 소재 《D.P.》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탈영병 잡는 군인이라는 신선한 소재다. D.P.는 헌병대 소속으로 소수의 군인만이 차출되는 보직이다. 실제 D.P.로 복무했던 김보통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살린 웹툰 《D.P 개의 날》을 연재하며 탈영병과 이들을 쫓는 군인의 시선을 통해 군대와 사회의 불편한 현실을 담아냈다. 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화제의 웹툰이 넷플릭스와 한준희 감독을 만나 시리즈로 재탄생했다. 갓 사회에 나온 20대 초반의 청년이 형사 같은 존재가 되어 탈영병을 잡는다는 독특한 소재에 매료된 한준희 감독은 웹툰의 이야기를 6부작의 시리즈로 담아냈다.

그는 시청자가 캐릭터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원작에서 D.P.조의 조장이었던 준호를 원작의 시점보다 앞선 이등병으로 설정해 군입대부터 D.P.로 활약하기까지의 변화를 다층적으로 그려냈다. 준호가 이등병이 되면서 원작에는 없던 한호열의 캐릭터를 추가해 시리즈에 신선함과 풍성함까지 더했다. 여기에 수많은 탈영병의 이야기를 합치고 변형해 스토리를 확장했다.

2 탈영병 쫓는 군인들의 시너지 《D.P.》는 맞춤옷을 입은 듯 최적의 캐릭터 소화력을 선보일 배우들의 강렬한 시너지를 예고한다. 정해인은 남다른 눈썰미와 권투를 했던 독특한 이력으로 D.P.로 차출된 안준호를 연기하기 위해 촬영 3개월 전부터 권투를 연습하며 캐릭터에 녹아들었다. 막 군대에 입대해 군기 잡힌 이등병의 모습부터 거친 액션, 탈영병을 쫓는 과정에서 스스로 성장해가는 준호의 변화까지 완벽히 소화하며 극을 이끈다. 구교환은 개성 넘치는 D.P.조 조장 한호열로 분했다. “계속해서 보고 싶고 알고 싶은 인물”이라고 한호열을 소개하며 애정을 쏟아낸 그는 겉보기엔 헐렁해 보이지만 진지함과 예리함을 겸비한 변칙적인 캐릭터에 자신의 개성을 더해 완성시켰다.

공개된 포스터처럼 D.P.조로 뭉쳐 환상의 콤비플레이를 선보일 두 사람의 브로맨스가 기대감을 더한다. D.P.들의 상급자로 분한 김성균과 손석구는 묵직한 무게감으로 극을 채운다. 김성균은 D.P.를 이끄는 군무 이탈관 박범구로 분해 겉으로는 잔소리를 일삼지만 언제나 활동 나간 D.P.조를 걱정하는 가슴 따뜻한 인물을 연기한다. 때론 D.P.를 위해 상관에게 맞서는 것도 마다치 않고 묵직한 조언을 건네는 그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전할 것이다. 손석구는 육군 헌병대에 새로 부임한 대위 임지섭으로 분해 박범구와 대척점을 이루며 긴장감을 형성한다. 실제 군 장교에게 조언을 구해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를 완성한 그의 연기는 리얼리티를 한층 끌어올린다.

3 냉혹한 현실을 관통하는 통렬한 메시지 “한국 사람들에게 군대는 뗄 수 없는 공간”이라는 한준희 감독의 말처럼 군대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대부분 경험하거나 겪게 되는 공간이다. 《D.P.》는 통제된 질서와 규칙을 가진 작은 사회인 군대에 들어선 청춘들, 특히 그곳에서 달아나려는 탈영병들의 이야기다. D.P.로 활약하는 준호와 호열은 에피소드마다 다양한 탈영병의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다. 군내 힘든 상황들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는 아무도 보듬어주지 않는 개인의 문제로 인해 탈영을 감행한 군인들, 준호와 호열은 이들을 마주하며 때론 공감하고 때론 분노하며 성장해 간다.

《D.P.》를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라 정의한 한준희 감독은 다양한 탈영병의 사연을 통해 ‘더하거나 덜함 없이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탈영병이라는 흔하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은 내가 모르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나와 가족, 친구, 연인이 겪었던 혹은 겪고 있을 현실과 닿아있기에 더욱 공감을 자극한다. 한준희 감독은 “《D.P.》를 통해 우리 주변의 누군가가 겪을 수 있는 부조리한 사회의 냉혹한 현실을 모두가 관심을 두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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