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에 붕괴된 아프가니스탄 특수부대 사령관이 미국을 간접 겨냥해 "우리는 정치와 대통령들로부터 배신당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아프간 남부 헬만드주에서 육군 부대를 지휘하던 중 카불 함락 직전 특수부대 사령관으로 임명된 사미 사다트 장군은 25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난 지쳤고, 좌절했고, 화가 난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다트 장군은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 "아프간 육군이 싸울 의지를 잃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미국 동맹으로부터 버려졌다는 느낌과 지난 몇 달간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서 드러난 무시가 점점 커졌기 때문"이라고 반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연설에서 아프간 철군과 관련해 "아프간군조차 자신을 위해 싸우려 하지 않는 전쟁에서 미군이 죽을 수도, 죽어서도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아프간군을 향해서도 정실 인사와 관료주의 등 문제에 대해 비난하며 "우리의 동맹들이 이미 싸움을 멈췄기 때문에 우리도 결국 중단하게 된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카불과 워싱턴의 정치적 분열이 아프간 육군을 목 졸랐다"고 부연했다.
사다트 장군은 '아프간군이 싸우려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지난 20년간 전체 병력의 20%인 6만6000명이 전사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평화협정 ▲군수지원과 정비지원 중단 ▲아프간 정부의 만연한 부패 등이 아프간군이 무너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2020년 2월 카타르 도하에서 체결된 미국과 탈레반의 협정으로 미군 철수가 기정사실화되면서 그전까지 별다른 승리를 거두지 못했던 탈레반이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계속 싸웠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4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획을 고수하겠다고 확인하면서 모든 것이 내리막길로 치닫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또 군수업체들이 먼저 철수하면서 기술적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고, 이들 업체가 소프트웨어를 가져가 첨단 무기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정치와 대통령들로부터 배신당했다"며 "아프간 전쟁은 국제 전쟁이다. 하나의 군대만으로는 임무를 완수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