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온 가야 유물’ 함안 말이산 고분군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1.08.28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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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산고분군과 말이산고분전시관 유물 톺아보기

지난 6월 함안 말이산 고분군에서 발굴된 유물 하나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 마리 봉황새로 장식된 금동관이다. 삼국시대 금공품(金工品)으로는 첫 발굴인데, ‘왕’에 관한 유물이어서 아라가야의 당시 국력과 위세를 가늠할 수 있다.

7월에도 낭보는 이어졌다. 함안 남문외 고분군이 이미 가야 고분군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말이산 고분군과 통합되면서 거대 고분군으로 자리매김했다. 가야 고분군은 내년 세계유산 등재 결정을 앞두고 있다. 내년이면 세계적 유명세를 탈 수 있다는 얘기인데, 늦기 전에 말이산 고분군을 다녀왔다.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군 모습 ©함안군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군 ©함안군

아름다운 고분의 연속

함안군이 제작한 앱 ‘함안 말이산 고분군 스마트투어’의 도움을 받아 길을 나섰다. 말이산 고분군 입구는 마갑총과 함안박물관, 함안군청, 도동마을, 관음사 등 5곳이다. 어디를 출발점으로 잡느냐에 따라 고분군 탐방코스는 달랐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사전 지식을 얻기 위해 함안박물관을 출발점 삼았다. 하지만 박물관은 현재 리모델링 중이어서 임시 휴관된 상태다. 오는 10월쯤 재개관한다고 한다. 못 들어가니 박물관 외형이라도 눈여겨 봤다. 단순하지만 상징적이다. 불꽃무늬 토기를 형상화한 외형에 아라가야의 땅 함안의 역사를 담았다. 박물관 마당에는 수레바퀴모양토기, 돌방무덤, 아라홍련 시배지, 고인돌공원 등 볼거리가 즐비하다. 
 
박물관 뒤 7호분 앞에서 말이산 고분군 탐방 함안박물관 코스가 시작된다. 입구 안내판은 말이산(末伊山)이란 이름의 어원이 ‘머리산’에서 왔다고 소개한다. 왕의 무덤이 있는 산,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할 정도로 경이롭고 아름답다.

말이산은 산이라고 하지만, 해발 40~70m의 구릉이다. 구릉이라기에도 낮은 언덕 수준이다. 얕게 오르내리는 고분군의 곡선은 유려하다. 고분군은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1.9㎞ 주 능선을 중심으로 서쪽 방향으로 여덟 갈래 가지를 친 모습이다. 주 능선을 따라 고분군이 늘어서고, 가지 능선을 따라 고분들이 또 늘어섰다. 능선을 따라 사진 찍기에 푹 빠진 젊은 탐방객들의 모습이 간간이 보인다. 천년 넘은 묘역과 청춘들의 활기찬 모습이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삶과 죽음, 현대와 고대가 어우러진 역사적인 무대가 바로 이곳 말이산 고분군이다.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군 모습 ©함안군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군 모습 ©함안군

안내판을 보면 고분은 북쪽에서 남쪽 방향으로 모두 37호분까지 번호가 매겨져 있다. 대형 봉분들이다. 이들 고분을 포함해 고분군 전체에서 확인된 고분은 129기나 된다. 아라가야의 전성기인 5세기부터 6세기에 만들어진 고분들이다. 고분이 만들어지고 1500여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봉분이 깎여 나가거나 무너져 채 번호를 부여받지 못한 봉분은 1000기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실로 어마어마한 묘역이다.

함안군청을 내려다보고 있는 4호분과 13호분에서 발걸음을 잠시 멈췄다.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4호분과 13호분은 말이산 고분군의 고분 중에서 그 크기가 단연 돋보인다. 거대한 두 고분은 말이산 능선 정상부에 우뚝 솟아올라 아라가야의 고도를 내려다보고 있다. 4호분을 지나 함안군청 뒤편의 2호분과 3호분에서 북쪽으로 내려다보면 봉황 장식 금동관이 발굴된 45호분이 시야에 들어온다. 새로 생긴 탐방로를 따라 45호분에 이르니 가야읍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한눈에 들어온다. 고분군의 초록색과 푸른 하늘의 조화 역시 아름답다. 이곳에서 그토록 아름다운 금동관과 가야토기 최고의 걸작이라는 사슴모양토기가 출토됐다. 고분의 주인은 진정 아라가야의 왕이었을까.

말이산고분전시관 내부 모습 ©함안군
말이산고분전시관 내부 모습 ©함안군

고분 내부가 궁금하다면 말이산고분전시관으로
 
다시 길을 돌아 4호분을 지나 13호분이 있는 남쪽으로 향했다. 한 15분쯤 걷다 보니 눈앞에 거대한 고분이 모습을 보였다. 13호분이다. 남북으로 길게 늘어선 말이산 고분군의 한가운데 위치한 13호분에서 가야 시대 별자리가 나왔다. 또 무덤 안 네 벽이 모두 붉게 칠해져 있었다. 특별한 고분이다. 그 옛날 아라가야 사람들은 하늘의 별을 길잡이 삼아 강과 바다를 항해했을까. 13호분의 주인은 또 누구였을까. 이처럼 고분 내부의 사정이 궁금하다면 지난 24일 개관한 말이산고분전시관을 들러보면 된다. 고분전시관은 함안박물관 쪽으로 돌아오는 길에 있다. 말이산고분전시관은 함안박물관 뒤편 가지 능선 자락에 오목하니 자리 잡았다. 가지 능선을 지붕 삼아 낮게 건립된 300평 규모의 지하 전시관이다. 고분군의 전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전시관을 건립하려고 한 함안군의 의지가 잘 드러난다.     

지상의 고분군을 아무리 둘러봐도 그 속을 알 수 없어 답답했는데, 마침내 그 내부를 눈으로 확인했다. 가야의 대표적인 무덤 양식인 돌덧널무덤이 발굴된 대형고분 4호분의 내부가 실제 크기 그대로 재현돼 있고, 최대 규모 고분인 13호분 발굴 당시를 보여주는 3D 영상을 통해 나 스스로 발굴자가 돼 무덤 안으로 들어가는 듯하다. 금동관과 집모양, 사슴모양, 배모양 등 다양한 형태의 토기가 출토된 45호분과 철의 왕국 아라가야의 말갑옷이 확인된 마갑총 등도 자세히 감상할 수 있다. 그야말로 이곳에서 전시품을 통해 고분군 내부의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해소할 수 있었다. 내년 7월 세계유산위원회가 가야 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데,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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