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과 내게 힘이 되는 가족 [최보기의 책보기]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3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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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왕 세종》ㅣ권오준 지음, 김효찬 그림ㅣ책담 펴냄ㅣ184쪽ㅣ1만3000원

《새내기 왕 세종》은 아동용 역사소설인데 초등학교 고학년(4~6학년)이 읽기에 적당하다. 조선왕조실록 중 세종이 즉위한 다음해인 1419년부터 1420년까지 2년 동안 기록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조금 얹었다. 20대 초반 어린(?) 나이에 왕세자 수업도 못 받은 채 갑작스럽게 왕에 오른 셋째 충녕 왕자 이도(李祹)가 상왕으로서 여전히 실권을 거머쥔 아버지 태종과 날고 기는 군신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왕으로서 리더십을 확보해 가는 과정을 다뤘다.

세종의 아버지 태종이 누구인가. 조선 창업에 걸림돌이 되는 정몽주 등 고려 실력자들은 물론 아버지 태조 이성계의 다른 왕자들을 대부분 죽인 후 형인 정종을 압박해 왕위를 차지한 권력의 화신이다. 더구나 원래 왕세자였던 큰형 양녕대군과 둘째 형 효령대군도 버젓이 살아있다. 그런 틈바구니라면 아무리 명석한 세종이라도 왕의 권위를 확보하기까지는 나날이 초긴장 상태였을 것이다.

충녕은 1418년 6월 왕세자 양녕이 폐위 당하고 세자에 책봉된 후 두 달 뒤 곧바로 왕위에 오른다. 이때 나이가 만 21세, 지금의 대학 3학년이다. 그 해 12월 장인 심온이 좌의정 박은의 무고로 역모죄에 몰려 상왕 태종으로부터 사약을 받고 죽었다. 그래도 명색이 왕인데 장인의 처형에 손 하나 쓸 수 없었을 만큼 세종의 지위는 불안했다. 청송 심씨와 반남 박씨 집안은 결혼하지 않는다는 야사의 유래가 여기다.

청년 왕 세종에게 아버지 태종은 ‘임금은 모름지기 가슴이 얼음처럼 차가워야 한다’고 주문한다. ‘왕이 되려 하는 자 왕관의 무게를 견디라’는 서릿발 주문이다. 그 2년 동안 돌팔매 부대를 선발해 배치하고, 역병을 물리치고, 흉년으로 굶주리는 백성들에게 구호미를 푸는 내치를 통해 조심스럽게 제왕 수업을 해나간다. 돌팔매 병사는 전장에서 화살이 떨어지는 최후 순간에 돌을 던져 적의 예봉을 저격하는 특수요원이었다. 구호미 방출은 군수물자 보존을 이유로 저항하는 호조참판 이지강과 줄다리기 끝에 최대 방출량을 협상해낸다. 이때 있었던 이종무 장군의 대마도 정벌은 군권을 쥐고 있는 아버지 태종의 소관이었지만 이 일로 들어온 일본 사신을 다루며 통치범위를 조금씩 넓혀나간다.

조선 역사 중 가장 위대한 왕으로 평가 받는 세종대왕의 초기 2년은 아버지 태종의 강력한 지도와 자유로운 영혼인 큰형 양녕대군의 협조와 도움이 컸다. 아이들이 《새내기 왕 세종》을 읽으면 아무리 위대한 사람도 첫출발 때는 실력이 부족해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때 부모형제 등 가족의 도움이 큰 힘이 된다는 것, 어려운 문제가 닥쳐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극복해나갈 수 있어야 위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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