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與 인사 ‘청부고발’ 의혹, 사실일까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9.0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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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주요 국면서 돌출…與 “정치공작 규명해야” 십자포화
김웅 “청부고발 아닌 공익제보”

정치권이 돌출한 '청부 고발' 의혹으로 요동치고 있다. 검찰의 여권 인사 고발 사주 및 야당의 청부 고발을 골자로 하는 이번 의혹은 대선판 전체를 뒤흔드는 변수로 떠오를 조짐이다. 

여권은 즉각 관련 의혹 전반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청부 고발 연루 의심을 받고 있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공익제보'에 대한 공세라고 반격했다.

 

대선 경선 국면에서 터진 '청부 고발' 의혹

2일 인터넷매체 뉴스버스는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검찰이 제1야당이던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측에 범여권 정치인들에 대한 형사 고발을 사주했다고 보도했다. 당시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한 여권의 사퇴 압박과 비판이 거센 시점이었다. 검찰이 이에 대한 조직적 반격의 일환으로 야당을 통한 여권 인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것이 뉴스버스의 분석이다. 

검찰이 야당에 고발을 사주한 인물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최강욱·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라고 매체는 전했다. 또 뉴스타파와 MBC 등 일부 언론과 기자도 고발 대상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고발장에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부인 김건희씨,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가 적시돼 있었다고 한다. 김건희씨가 불법적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없고, 검언유착 의혹을 받던 한동훈 검사장도 채널A 기자와 공모해 유시민 이사장의 비위를 캐내려 한 증거가 없기에 이를 주장한 여권 인사 등이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뉴스버스는 당시 대검의 수사정보정책관인 손준성 검사가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고발장을 고발인란만 비워둔 채 김웅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 ⓒ 연합뉴스
김웅 국민의힘 의원 ⓒ 연합뉴스

검찰 출신인 김웅 의원은 이번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검찰이 자신을 통해 여권 정치인의 고발을 사주했다는 취지의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의원 측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당시 의원실에 수많은 제보가 있었고, 제보받은 자료는 당연히 당 법률지원단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보받은 자료를 당에 전달하는 것은 전혀 문제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정보 제공자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전달받은 대화창은 모두 지웠기 때문에 현재 문제 되고 있는 문건을 제가 받았는지, 누구로부터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이어 "당시 우리 당은 김씨가 피해를 봤다는 부분이나 한 검사장 피해와 관련한 고발을 한 바 없고, 저도 공론화한 바 없다"며 "청부고발이라고 문제를 제기하려면 당이 이 부분을 고발하든지, 제가 그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당과 국회의원은 공익신고의 대상으로, 이에 대한 공익제보를 마치 청부고발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공익제보를 위축시키는 것으로서 심히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고발장을 전달한 것으로 보도된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은 "황당한 내용"이라며 "아는 바가 없어 해명할 내용도 없다"고 부인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가 9월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가 9월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십자포화 퍼붓는 여권 "정치공작 규명해야"

여권은 즉각 야당을 향한 십자포화를 쏟아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에 의한 정치 개입, 정치 공작이 드러난 것이라며 대대적인 감찰과 수사를 촉구했다. 

이번 의혹의 피고발인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최강욱 의원은 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검사의 정치공작이 드러났다"며 "그동안 흐릿했던 장면들이 명백히 드러나는 것 같아서 반갑다. 우리나라가 왜 이런 분을 대권주자 운운하게 됐는지 자괴감이 든다"고 윤 전 총장을 직격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고발 사주가 사실이라면 당시 수장이던 윤 전 총장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이) 검찰권을 사유화하고 보복에 여념이 없었던 것"이라고 성토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들도 앞다퉈 입장을 표명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고발 사주는 윤 총장의 지시나 묵인 없이 이뤄지기 어려워 보인다"며 "사실이라면 명백한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윤석열 총장의 보복수사와 검찰권 사유화 의혹 사건이라고 부를 만하다"며 "진상을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페이스북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게 사실이라면 국가 기반을 뒤흔드는 중대 범죄"라며 "공수처가 즉각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대한민국 검찰이 야당의 법무팀 역할을 자처했다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실이 밝혀지면 제2의 총풍사건, 검풍사건이 될 것"이라고 썼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국정원의 정치공작에 준하는 명백한 범죄행위", "윤석열 검찰, 총선을 앞두고 다 계획이 있었다"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들도 윤 총장의 명확한 입장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장성민 전 의원은 "윤 후보가 총선을 코앞에 두고 '정치공작'을 획책했다는 의혹이 난무하다"며 "의혹에 대해 국민 앞에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 전 총장 캠프 측은 청부 고발 의혹과 관련해 "윤 후보는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며 윤 전 총장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대검 관계자는 이번 논란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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