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의 반열 등극’ 꿈꾸는 시진핑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9.20 10:00
  • 호수 1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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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 장기집권 위한 포석으로 ‘공동부유’ 역설
내년 10월 3연임 명분 위해 빅테크 기업들 옥죄

9월2일 중국 언론은 “알리바바그룹이 공동부유(共同富裕) 10대 행동에 협력하기 위해 1000억 위안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8월1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새로운 국가 목표로 ‘공동부유’를 내건 이래 기업이 헌납한 최대 기부금이다. 1000억 위안은 우리 돈으로 17조9350억원에 달한다. 또한 지난해 알리바바의 반년 치 순익에 육박한다. 하지만 알리바바는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마침 지난 6월에는 중국공산당이 알리바바 본사가 소재한 저장(浙江)성을 공동부유의 첫 시범구로 지정했다.

ⓒAP 연합·연합뉴스
1966년 5월16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문화혁명을 위해 모인 홍위병들을 바라보고 있는 마오쩌둥(왼쪽)과 2021년 7월1일 같은 장소에서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 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는 시진핑ⓒAP 연합·연합뉴스

기업들 울며 겨자 먹기식 기부 행렬

기부금의 첫 스타트는 텐센트가 끊었다. 8월19일 텐센트는 500억 위안을 투입해 ‘공동부유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이 빈곤 탈출에서 승리해 공동부유를 촉진하기에 좋은 조건이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이런 설명은 시 주석의 발언과 관련이 있다. 2월 중국공산당은 창당 100주년을 맞아 탈빈곤 표창대회를 개최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탈빈곤 사업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선언했다. 텐센트는 바이두·알리바바와 함께 중국 3대 IT기업으로 손꼽히는데, 이름 첫 자를 따서 ‘BAT’라고 부른다.

텐센트가 첫 고삐를 당기자, 다른 중국 기업들이 앞다퉈 동참했다. 8월24일에는 전자상거래 업체인 핀둬둬가 100억 위안의 ‘농업과학기술 전담기금조성계획’을 발표했다. 30일에는 지리자동차가 직원 1만여 명에게 6680억원에 달하는 주식 1억6700만 주를 나눠주는 ‘공동부유계획세칙’을 발표했다. 핀둬둬는 창사 이래 줄곧 적자를 봤다가 2020년 3분기에 처음 순익을 냈다. 지난 2분기에 두 번째 흑자를 냈으나 액수는 24억1500만 위안이었다. 이제 순익을 내는 단계로 기부금을 100억 위안이나 낼 처지가 못 된다.

알리바바가 내기로 한 기부금도 너무나 큰 액수다. 중국 1위의 전자상거래 업체이고 중국 최대의 핀테크인 앤트그룹을 자회사를 두고 있지만, 엄연히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민간기업이다. 텐센트의 최대주주는 CEO인 마화텅이 아니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미디어 재벌인 내스퍼스다. 내스퍼스는 창업 초기에 투자해 지분 33.6%를 보유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이사회나 최대주주의 동의 절차를 거쳤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기부금 헌납이 울며 겨자 먹기식의 반강제성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기업들을 옥죄는 공동부유는 무엇일까? 이 말을 처음 꺼낸 지도자는 마오쩌둥(毛澤東)이었다. 1953년 마오는 “농민이 빈곤을 탈출하기 위해 공동부유를 이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즉 마오는 중국에서 다수를 차지했던 빈곤층을 없애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에 따라 1958년 농촌 집단화를 위한 인민공사를 설치하고 대약진운동을 추진했으나 철저히 실패했다. 극단적 평등 실험과 경제정책으로 수천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하고 말았다. 1976년 마오가 죽고 문화대혁명이 끝나면서 덩샤오핑(鄧小平)이 집권했다.

덩이 꺼낸 노선은 개혁개방과 선부론(先富論)이었다. 선부론은 누구나 생산력을 높여 먼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정책이다. 평등보다는 성장과 실용성에 방점을 뒀다. 덩의 노선은 대성공을 거뒀고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G2로 급성장했다. 따라서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이었던 지난 7월1일 시진핑 주석은 “탈빈곤과 전면적인 샤오캉(小康)사회의 완성”을 선언했다. 샤오캉은 ‘누구나 풍족한 생활을 누린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는 감출 수 없는 어둠이 존재한다. 극심한 빈부·지역·도농의 격차다.

현재 베이징·상하이·선전(深⃟) 등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서울과 차이가 없을 만큼 높다. 그에 반해 도시 밑바닥과 내륙 지역에는 월수입 1000위안(약 18만원)대로 한 달을 생활하는 수억 명이 있다. 시 주석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 따라서 집권 초기에는 ‘공동부유’를 언급했다. 그러나 통치 이념을 곧 ‘중국몽’ 실현으로 바꿨다. 중국몽은 위대한 중화의 부흥이다. 이를 위해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일대일로는 세계 곳곳에서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이제 중국몽은 기본 토대를 구축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에게는 새 통치 목표가 필요했다. 특히 내년 10월에 있을 제20차 중국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3연임을 가능케 할 명분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꺼낸 카드가 ‘공동부유’였던 것이다. 실제로 공동부유의 기치를 든 지난 8월18일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날 시 주석은 18일 만에 공개 석상에 등장했다. 외신은 시 주석이 허베이(河北)성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마오쩌둥 집권기부터 공산당 주요 지도자들이 현안을 논의하고 미래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다.

올해 베이다이허의 휴양지는 보안이 대폭 강화돼 회의가 열렸을 가능성이 컸다. 베이다이허 회의 직후 베이징에서 시 주석은 핵심 지도부와 중국공산당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여기서 시 주석은 공동부유의 개념과 목표를 상세히 제시했다. 시 주석의 공동부유는 나눔을 통한 양극화 해소와 분배 강화에 초점을 뒀다. 회의 석상에서 “고소득 계층에 대한 조절을 강화해 너무 높은 소득은 합리적으로 조절하고 고소득 계층과 기업이 사회에 더욱 많은 보답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BAT’와 같은 대형 정보기술 기업인 ‘빅테크’가 기부금 헌납에 적극 나서는 데는 또 다른 원인이 있다. 중국 정부는 줄곧 서구 빅테크의 진출을 막았다. 그 덕분에 중국 빅테크는 거대한 자국 시장을 발판 삼아 급성장했다. 그 결실을 톡톡히 누린 업체가 BAT다. BAT는 각 분야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렸고 몸집을 불렸다. 지난해 10월에는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이 금융 당국을 비판하기까지 했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이들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다. 지난해 말부터 빅테크에 대해 혹독한 제재에 나섰던 배경이다.

 

“정부에 반대하는 목소리 용납하지 않겠다”

시 주석은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공동부유와 함께 반독점을 강조했다. 역시 빅테크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다음 날 텐센트가 기부금 헌납을 약속했다. 또한 디디추싱이 기사들에게 받는 수수료를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디디추싱은 차량공유 시장의 독점적 사업자이고, 6월에는 중국 당국의 반대에도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현재 빅테크가 느끼는 위기감은 심각하다. 시 주석이 공동부유의 기치를 들고 분배 강화와 반독점 해소를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속내가 3연임을 위한 기반 다지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분위기에 대해 중국 학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9월3일 장웨이잉 베이징대 교수는 “당국의 잦은 개입으로 공동부유가 아닌 공동빈곤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원로 학자 웨이자닝도 “행정적 독점과 국유기업의 독점에 먼저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 사정 당국은 5일 전국 31개 대학의 최고책임자를 불렀다. 이 자리에서 “일부 학교에서 새 시대에 대한 이념 교육이 매우 느슨해져 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에 반대하는 그 어떤 발언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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