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화된 1기 신도시 딜레마 [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9.19 10:00
  • 호수 166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집값 안정 위해 1기 신도시 재건축 병행해야
개별 사업보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접근 필요

정부는 지난 8월30일 제3차 신규 공공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2월4일 전국에 25만 호 규모의 신규 공공택지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세 번째로 이뤄진 공급계획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 12만 호, 지방 2만 호로 수도권 공급확대 노력이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 발표된 택지에 주택을 건설해 실제 입주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과 더불어 지속적인 택지 공급계획 발표는 주택 구매 예정자의 심리를 안정시킴으로써 전체 주택시장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계획 가운데 수도권 공급을 중심으로 계획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 택지 개발 및 도시화 지역 사이의 잔존 부지를 집중 활용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주변지역에서 이미 도시화·시가화가 완료되거나 진행되고 있어 개발 압력이 강해지고 있는 지역을 체계적으로 개발하는 방식은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그동안 금기시돼 왔다. 기존 계획에서는 그린벨트 및 농지를 존치시켜 도시 확산을 억제하고 도시와 시가지가 연담화되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 이상이자 원칙이었기 때문이다. 현실적 문제점과 어려움을 인정하고 정부가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시사저널 임준선
9월8일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 문촌마을16단지 ‘뉴삼익아파트’ 전경. 문촌마을16단지 뉴삼익아파트는 3월25일 리모델링 지원 아파트 단지로 선정되었다.ⓒ시사저널 임준선

3기 신도시에 가려진 1기 신도시 문제

이런 접근 방식은 주변 개발지역에 이미 들어서 있는 각종 기반시설을 공유함으로써 개발 비용 및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연담화에 따른 인구 및 밀도 증가는 도로·철도 등 기존 기반시설의 용량을 초과할 수 있으며, 이는 교통난을 비롯한 새로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계획 단계에서 충분한 고려가 요구된다.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3기 신도시 이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수도권 공공택지 확보와 주택 공급계획에서는 기존의 국토공간과 수도권에 대한 관점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도 여겨진다. 수도권 성장 억제를 위해 각종 규제가 지속되고 있지만 지속적인 주택 공급, 중앙정부 차원의 교통여건 개선 투자, 첨단산업의 선별적 입지 등은 과거와 다른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진행된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가격 상승을 두고 여러 가지 이유가 제기되고 있지만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는 기존 1기 신도시의 노후화에 따른 수요 감소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1990년대 초반 대량으로 공급된 신도시는 주택 가격 안정에 큰 기여를 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노후화되면서 한동안 수요자의 선택에서 외면받았고 이것이 기존 도심의 신축 주택에 대한 선호 강화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 1기 신도시 지역은 양호한 실거주 여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것으로 재조명되면서 가격이 상승했지만 노후화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있다.

이러한 문제는 사실 우리만의 것은 아니다. 스웨덴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도 과거 1960년대 고도 성장기에 도시의 외곽에 대량으로 주택을 공급한 바 있다. 그러나 30년 정도 시간이 경과하면서 노후화에 따라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도심 내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주택 자체의 직접적인 노후화와 더불어 1인 가구 증가 등 사회적 환경의 변화와 동떨어진 평면 및 규모 등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이러한 주거단지 및 주택의 개·보수와 변화를 고민하고 있으나 현실적인 재원 부족 및 교통·교육 등 기반시설 부족으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신도시는 아파트 선호 경향, 기존 도시공간에 비해 우월한 녹지·공원 등 기반시설의 존재로 인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3기 신도시 및 공공택지 조성에 따라 주택 공급이 이루어지는 2030년대 초반을 목표로 1기 신도시를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재건축 및 리노베이션 등의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3기 신도시 이후 1기 신도시 재건축을 통해 지속적으로 신규 주택을 공급한다면 주택시장은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

1기 신도시를 재건축할 때 여러 가지를 고민해야겠지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얼마만큼 밀도를 상향시킬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밀도로 건설된 신도시지만 기반시설 용량도 여기에 맞춰 조성됐기 때문에 한쪽의 급격한 변화는 균형을 파괴한다. 개별 단지의 관점에서 보면 저밀도로 조성된 연립주택 구역이나 대형 평수로 이루어진 아파트 단지의 경우 사업 추진이 비교적 용이하지만 상대적으로 고밀도로 건설된 소형 평형 아파트 단지는 경제성 측면에서 재건축이 곤란하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단지 간 용적률 교환 및 거래 등 정책적 수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기반시설 교체와 보수를 위한 비용의 조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요구된다. 지역난방 및 배관을 비롯해 많은 신도시의 기반시설들은 교체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에 필요한 재원을 재건축과 연계해 조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전체 소요비용을 산정하고 어떤 기준에 따라 부담을 배분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10년이라는 시간은 한참 남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의외로 빠르게 다가온다.

 

“단순한 ‘주택 추가 공급’ 구상은 곤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변지역에서 충분한 잉여주택을 확보하는 것이다. 재건축으로 인한 이주 수요가 주변지역의 주택 가격에 큰 충격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잉여주택을 확보하는 것은 신도시 재건축에서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주택보급률 100%라는 지표는 모두가 안정적인 주거를 확보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표현이지만 실제로는 이사 및 개축 등에 필요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10~20%의 추가적인 주택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 지정은 단순한 주택의 추가 공급으로 이해돼서는 곤란하다. 수도권의 공간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것이며 GTX로 대표되는 고속 광역교통망 확충은 산업 및 인구의 배치를 변화시킬 것이다. 수도권으로의 과도한 집중은 수도권에도, 지방에도 좋지 않음이 분명하기 때문에 개별적인 사업의 추진과 더불어 이를 포괄하는 종합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 요구되는 이유다. 새로 주택과 도시를 건설하는 것만큼 기존 도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장점은 존속시키고 미래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도시로 변모시키는 것은 신도시 건설만큼이나 중요하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