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준비, 빠르면 빠를수록 이득
  •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9.21 10:00
  • 호수 1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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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민 적정 노후생활비 월 252만원
30대 94만원, 40대 193만원, 50대 460만원 적립해야

많은 사람이 은퇴자금과 같은 노후 준비를 어렵게 생각한다. 당장 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아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은퇴와 노후는 정해진 미래다. 준비 없이 맞이하는 미래는 어려운 현재보다 더한 고통일 수 있다. 노후의 경제적 기반은 연금이고, 그 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당연한 얘기인데, 왜 그런지 실감하지 못하면 실천에 옮기기도 어렵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과 퇴직연금은 이미 법을 통해 강제하는 제도다. 글의 제목 ‘연금 준비’에서 연금이란 개인이 스스로 준비하는 개인연금을 의미한다. 먼저 개인연금 관련 통계를 살펴보자. 보험연구원 보고서 ‘고령화와 노후준비’(2016)에 따르면 개인연금 가입 대상자 중 한 번도 개인연금 가입 경험이 없는 비율이 47.1%로 조사됐다. 현재 개인연금을 납부하고 있는 비율은 22.1%에 불과하고, 수급 중이거나 대기자는 14.0%였다. 현재 미가입 상태거나 과거에 가입 경험이 있는 경우는 17.1%로 나타났다(복수응답 기준). 동 보고서에서 개인연금의 납입방법은 대부분 월납 형태(99.5%)였으며, 월 납입금액 평균은 20만7600원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노후의 경제적 기반은 연금이기 때문에 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사진은 서울 국 민연금공단 북부본부에서 직원이 시민에게 기초연금을 안내하는 모습ⓒ연합뉴스

개인연금 미가입자, 여전히 50% 육박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연령 및 소득별 노후 준비 실태를 살펴보자. 서울경제연구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노후 준비를 하고 있거나 준비를 마친 가구는 평균 38세부터 준비를 시작했다고 한다(‘노후준비에 대한 서울가구 의견조사’ 2012년 10월). 또 2020년 국가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개인연금 가입률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소득이 적을수록 노후 준비는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가 돼야 한다. 현재 소득이 적을수록 더 일찍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우리 사회의 고령화는 이미 오래된 문제다. 고령화에 따라 국민연금의 경우에도 수령 시점을 뒤로 미루도록 조치했다. 1969년생 이후 출생자는 기존 60세에서 만 65세부터 국민연금을 수령하도록 1998년 이미 관련 법을 개정했다. ‘정년=60세’라는 등식은 과거 속으로 사라지고 이제는 사회적으로도 은퇴 시점이 늦춰지는 부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년과 연금 수령 시점이 연장된 것은 의료 서비스의 발달로 인해 건강수명이 늘어나고 노동가능 연령이 길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은퇴한 세대는 많아지는 반면 일하는 세대는 줄어듦에 따라 사회적으로 연금 지급을 위한 재원이 부족해지고 있는 데 기인한다. 개인적으로는 일하는 기간에 비해 일하지 않는 은퇴 기간이 더 늘어나면서 노후 연금소득이 부족해지는 상황이다. 아직은 활성화돼 있지 않지만 주택연금 제도가 점점 관심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노후 준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재무상담사나 보험설계사를 통해 은퇴설계를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산출된 금액이 얼마였는지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럼 지금부터 노후 준비의 시작 시점에 따른 차이를 확인해 보자.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가정이 필요하다. 이것은 인위적으로 설정된 가정이 아니라 대다수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조건과 현재 통계상으로 나타나는 평균적인 수치들이다.

은퇴 나이는 65세, 은퇴 생활비는 월 250만원(서울연구원, 2018년 조사 서울 시민 적정 노후생활비 평균 252만원), 사망 시점은 90세, 예금금리 1%, 물가상승률 1.5%, 노후자금 전체가 은퇴 시점(65세)에 필요하다고 가정해 보자. 노후자금 준비를 시작하려는 A씨는 30세다. 은퇴까지 35년 동안 준비가 가능하다. 현재 가치로 매월 250만원의 생활비를 준비하려면 은퇴 시점인 65세에 필요한 총액은 약 13억4497만원이다. A씨는 어떻게 이 큰돈을 마련할 수 있을까. 최근 MZ세대는 투자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은퇴 시점까지는 매우 긴 기간이 확보돼 있으니 투자활동을 통해 준비하기로 하자.

주식시장이 효율적으로 발달한 미국 자본시장의 90년 이상 데이터를 분석하면, 10년 이상 장기투자 수익률은 연평균 약 6%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수익률이다. 미국 주식시장에 장기 투자하는 방식으로 노후자금을 준비할 경우 A씨는 매월 약 94만원을 적립해야 한다.

하지만 자녀 출산 등의 문제로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하고 10년이 지나버렸다면 A씨는 동일한 은퇴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얼마를 적립해 나가야 할까. 40세가 된 A씨는 약 193만원으로 30세에 시작했으면 적립했을 금액의 두배 이상을 적립해야 한다. A씨가 시기를 놓쳐 다시 10년이 지나 50세가 되면 매월 적립해야 하는 금액은 약 460만원이 된다.

 

공적연금 감안하면 적립금 3분의 1로 감소

이제 현실적으로 접근해 보자. 노후자금을 자신의 개인적인 의지(사적연금)만으로 준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과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회사의 퇴직연금이 포함되기 때문이다(공무원, 교사, 군인 등의 경우에는 직역연금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A씨에게 필요한 은퇴생활비 월 300만원 중 100만원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으로 충당하고, 50만원은 퇴직연금 등을 통해 충당하게 된다. 그럼 나머지 100만원을 A씨가 개별적으로 준비하면 된다. 이 경우 매월 적립하는 금액은 3분의 1로 줄어들어 30세에 바로 시작한다면 약 37만원, 10년 후 40세부터 준비하면 약 77만원, 다시 10년이 지나 50세부터 준비한다면 약 184만원이 필요하게 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보자. 노후 준비의 어려움을 간파한 A씨의 부모는 10년 전부터 자녀 A씨를 위해 장기투자를 시작했다고 가정하면 어떻게 될까. A씨가 30세부터 준비할 경우 적립해야 할 월 37만원이 월 19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게 된다. 19만원이라는 금액은 정말 어려운 소득계층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이 가능한 수준이 아닐까 생각한다. 노후는 준비하지 못한 채 맞이하면 자신과 가족, 사회에 엄청난 재앙이 된다. 반면 시작이 빠르면 빠를수록 큰(?) 부담 없이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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