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진도군수, 급수선→차도선 ‘예산 전용’ 개입했나…추가 정황 나와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09.1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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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수운반선’ 국가보조금 용도 바꿔 차도선 건조 의혹 수사
이동진 군수 2017~8년 신년사서 “차도선 건조하겠다” 공언
경찰, 군수 소환 조사…“예산 전용 지시한 적 없어” 혐의 부인

이동진 전남 진도군수가 최근 급수선 건조 비용으로 지급된 국고 보조금을 여객선(차도선) 건조비로 사용한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시사저널이 단독보도한 지 3여년만이다. 전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대는 지난 10일 오후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 군수를 불러 조사했다. 이 군수는 지난 2016년 급수선 건조비로 받은 국토 교통부 국고 보조금 40억원 가운데 27억원을 여객선을 건조하는데 사용하기 위해 불법 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동진 전남 진도군수가 최근 급수선 건조 비용으로 지급된 국고 보조금을 여객선(차도선) 건조비로 사용한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시사저널이 단독보도한 지 3여년만이다. 이 군수가 ‘예산 전용’에 관여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 경찰 수사의 칼끝을 피해갈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동진 진도군수의 2017~8년도 신년사 ⓒ진도군
이동진 전남 진도군수가 최근 급수선 건조 비용으로 지급된 국고 보조금을 여객선(차도선) 건조비로 사용한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시사저널이 단독보도한 지 3여년만이다. 이 군수가 ‘예산 전용’에 관여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 경찰 수사의 칼끝을 피해갈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 군수는 2017~8년 신년사에서 150톤급 차도선을 건조하겠다고 밝혔다. 이동진 진도군수의 2017~8년도 신년사 ⓒ진도군

속도내는 ‘국고보조금 전용’ 수사…군수 ‘지시’ 여부가 의혹 핵심

진도군은 2016년 급수선 건조비로 받은 국토교통부 도서개발사업비 40억원 가운데 27억원을 투입, 2018년 진도 본섬과 가사도를 오가는 150톤급 차도선을 건조했다. 특히 국토부가 불승인 처분을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예산을 목적 외 사용해 논란을 빚었다. 결국 감사원은 감사를 통해 ‘부적정’ 결론을 내리고 국토교통부에 부당하게 집행된 보조금에 대해 환수하는 방안 등을 강구하라고 통보했다.

경찰 수사의 핵심은 급수선을 여객선으로의 국고보조금 예산 전용이 진도군수의 지시로 이뤄졌는지 여부다. 경찰은 이번 소환조사에서 국고보조금 예산 전용이 이동진 군수의 지시로 이뤄진 것인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이 군수는 경찰 조사에서 “사실무근”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군수가 ‘예산 전용’에 관여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 경찰 수사의 칼끝을 피해갈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차도선 건조하겠다”…진도군수 신년사서 공언

본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 군수는 자신의 명의로 발표한 2017~8년 신년사에서 150톤급 차도선을 건조하겠다고 밝혔다. 이 군수는 2017년 신년사에서 “가사도권 취항을 위한 150톤급 차도선 건조로 조도 주민의 해상교통 편의와 해양, 섬 관광 활성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했다. 또 그는 2018년 신년사에서도 “작년에 취항한 새섬두리호에 이어 올 2월에는 가사도 차도선을 취항하고, 하조도~나배도 연도교 가설공사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군수가 급수선을 여객선으로의 ‘예산 전용’에 대해 최소한 묵인하거나 승인했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신년사는 새해를 맞이해 하는 공식적인 인사말로, 자치단체장 신년사의 경우 현안사업 등 새해의 구상을 밝히고, 주민들에 대한 당부의 말을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자체 기획부서가 각 실과의 업무보고를 취합해 작성한 뒤 단체장의 검토를 거쳐 발표하는 것이 정설처럼 돼 있다. 진도군 관계자는 “신년사는 각 부서의 업무보고를 종합한 것으로, 매년 군수가 내용을 꼼꼼히 살핀 뒤 승인을 하면 대내외에 발표한다”고 말했다.

감사원 감사에서도 이 군수의 개입 흔적이 나타난다.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3월, 진도 가학~가사도를 운항하던 민간선사가 갑자기 민원을 이유로 운항중단을 목포해경에 신고하면서 금광채굴 운반선을 이용해 내왕하던 가사도 주민들의 집단민원이 쇄도했다. 민선 자치단체장으로서 호환마마 보다 무섭다는 게 ‘주민 민원’이다. 당시 이 군수와 진도군으로서는 민원해결이 당면과제였다. 

이동진 전남 진도군수가 최근 급수선 건조 비용으로 지급된 국고 보조금을 여객선(차도선) 건조비로 사용한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시사저널이 단독보도한 지 3여년만이다. 이 군수가 ‘예산 전용’에 관여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 경찰 수사의 칼끝을 피해갈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 군수는 2017~8년 신년사에서 150톤급 차도선을 건조하겠다고 밝혔다. 차도선 가사페리호 ⓒ진도군
이동진 전남 진도군수가 최근 급수선 건조 비용으로 지급된 국고 보조금을 여객선(차도선) 건조비로 사용한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시사저널이 단독보도한 지 3여년만이다. 이 군수가 ‘예산 전용’에 관여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 경찰 수사의 칼끝을 피해갈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 군수는 2017~8년 신년사에서 150톤급 차도선을 건조하겠다고 밝혔다. 차도선 가사페리호 ⓒ진도군

이 군수는 2016년 2월, 교통 불편을 해소해 달라는 가사도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가사도와 진도 본도 간을 운항하는 여객선 건조를 약속했다. 이때 ‘가사도 차도선 건조계획(안)’이 마련됐다. 군수의 대 주민 약속과 지시사항 이행, 교통 불편에 따른 민원을 해소한다는 이유에서다. 본지가 확보한 관련 문건에도 ‘군수 지시사항 이행’이라고 표기돼 있었다. 

해당부서인 진도군 해양수산과는 후속 조치로 그해 6월, 제3차 도서종합개발계획에 반영된 급수운반선 건조사업(60톤, 40억원)을 가사도 차도선 건조(150톤, 30억원) 및 기반시설 정비사업(10억원)으로 변경하려고 전남도를 거쳐 국토교통부에 제3차 도서종합개발계획의 변경을 신청했다. 

하지만 당국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국토부는 당시 행정자치부의 의견을 들어 ‘국가예산으로 여객선을 운항하고 있는 보조항로에 가사도가 포함돼 있으므로 이를 위한 신규 여객선을 건조하는 것은 지역발전특별회계 지원 제외 사업’에 해당한다는 사유로 변경 승인을 해주지 않았다. 진도군은 이 같은 내용의 문서를 전남도로부터 통보받아 이 군수에게 보고했다.

그렇지만 진도군은 이를 무시했다. ‘가사도 차도선 건조계획(안)’을 그대로 추진을 강행한 것이다. 국토부와 행안부에 신청한 개발계획 변경 신청이 반려된 지 17일만이다. 당시 군청 안팎에선 급수선 건조 예산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풍문이 퍼지면서 이 군수의 연계설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많은 전결권이 부군수나 주무부서 과장에게 넘어갔지만 민선자치시대 절대 권력으로 통하는  군수 개입 없이 국가보조금 전용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 주장의 뼈대였다. 반면 급수선 예산을 여객선으로 사용한 것은 섬 주민들의 이동권, 생존권, 생명권 보장을 위한 적극행정으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게 진도군의 입장이었다. 

2018년 8월 말, 전남 목포 모처에서 취재진을 만난 해당부서 진도군 관계자는 이 군수의 지시여부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다만, 이 관계자는 “3차 도서종합개발계획에 반영된 급수선 건조 예산을 빼다가 차도선을 건조하고, 4차 도서개발종합계획에서 차도선 명목으로 예산을 확보한 뒤 급수선을 짓는다만 한다면 모든 것을 만회할 수 있다는 게 진도군의 판단이었다”고 실토했다. 

 

진도군, 100억대 ‘국고 환수조치 위기’ 넘겨…경찰수사는 진행 중

본지 단독보도 이후 감사원은 감사에 착수했고, 국고보조금 예산전용 사실이 밝혀졌다. 감사원은 2019년, 진도군이 도서종합개발사업비 27억원으로 여객선을 건조한 것은 “부적절한 사용”이라며 사실상 ‘불법 용도변경’으로 판단했다. 

이에 반발해 가사도 주민들은 여객선이 끊어지면 생계가 막막해진다는 집단민원을 국민권익위원회에 2차례 제기했다. 현장조사에 나선 권익위는 진도군 편을 들어 선박 건조에 지급된 보조금 환수 절차를 중단하라고 국토교통부에 권고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급수선 예산 27억원과 제재 보조금 등 최대 108억원 환수절차는 익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런 대치 상황에서 진도군이 익산국토관리청을 상대로 낸 ‘국고보조금 반환명령 취소’ 청구가 인용됐다. 또 지난달 17일 열린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국고 보조금 환수 조치를 취소해 달라’는 진도군의 주장을 수용하는 인용 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지역관가에선 경찰수사 중단 여부가 관심사였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에도 불구하고 경찰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앞서 지역 시민단체는 진도군수와 관계 공무원을 검찰에 고발했고, 전남경찰청에서 사건을 이첩 받으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지난 7월 진도군청 항만개발·기획·예산 관련 부서 사무실 등에서 압수수색한 ‘급수운반선 건조 사업’ 관련 자료에 대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이 군수 외에도 해당 사업부서 공무원 3명을 입건했다.

시사저널은 이동진 군수의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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