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6개월] 의혹 돌출과 단일화 변수로 대선판은 계속 요동친다
  • 현경보 한국정치조사협회연구소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9.25 10:00
  • 호수 1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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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선 ‘D-6개월’ 지지율과 실제 대선 결과 비교로 본 20대 대선 전망]
‘고발 사주 의혹’과 ‘대장동 개발 의혹’ 파장 가늠키 어려워…막판 후보 단일화 변수의 파괴력도 상당

내년 3월9일 치러지는 20대 대통령선거가 이제 반년도 채 안 남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열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추석 연휴를 앞두고 불거진 ‘대장동 개발 의혹’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미칠 영향이 사뭇 궁금해진다. 추석 직후 민심이 반영되는 9월25~26일 호남 지역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대세론을 완전히 굳힐 수 있을지, 아니면 호남을 연고로 하는 이낙연 후보에게 대반전의 기회가 주어질지가 사실상 결정되는 운명의 순간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예비경선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한 윤석열·홍준표 후보의 각축전도 흥미롭다. 최근 ‘고발 사주’ 의혹과 ‘조국 과잉수사’ 발언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두 후보에 대한 추석 민심의 향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2·3위 후보 단일화로 대역전 성공한 2002년

특히 대선을 6개월 정도 앞두고 터진 ‘고발 사주 의혹’과 ‘대장동 개발 의혹’은 여야 선두주자들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 사안으로 떠오르면서 ‘D-6개월 대선 정국’의 여론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과거 역대 대선에서 ‘D-6개월’의 상황은 어땠는지, 그리고 당시 지지율 향배가 실제 대선 결과와 어떻게 이어졌는지 살펴보는 것도 지금의 대선 정국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2002년 16대 대선은 역대 대선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승부가 펼쳐졌던, 그야말로 각본 없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후보 지지율이 추락과 반등을 거듭하며 네 번에 걸쳐 1위 자리가 뒤바뀔 정도로 혼전 양상을 펼쳤다. 연초만 해도 야당인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이 유력했다. 하지만 사상 처음 도입한 민주당 국민참여경선 도중에 노무현 후보가 여야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후보에 1%포인트 앞서는 결과가 나오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노풍(盧風)’은 갈수록 커져, 이 후보와 15%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렸다. 하지만 4월27일 노 후보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되자 지지율 하락이 시작됐다. 김대중 정부 말기 권력형 비리 의혹 등 여러 악재가 연이어 터졌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패배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노 후보는 후보 지위까지 위협받는 처지에 놓였다.

16대 대선 ‘D-6개월’인 2002년 6월에는 지방선거나 정치 관심보다는 한·일월드컵 열기가 훨씬 뜨거웠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의 인기가 올라갔다. 6월29일 실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후보가 40% 지지율로 1위를 차지하고 노무현 후보는 27%로 밀려났다. 여기에 대선 출마도 하지 않은 정몽준 회장이 16%를 얻어 주목받기 시작했다.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룬 한국 축구에 대한 국민적 환호가 정 회장의 지지율에 투영되면서, 대선 판도가 크게 흔들렸다. 월드컵이 끝나고 한 달여 만에 정몽준의 지지율은 이 후보까지 추격하며 대선 판도를 ‘2강 1중’(SBS 8월8일 조사: 이회창 32%, 정몽준 32%, 노무현 24%) 구도로 바꿔놓았다. 정몽준은 여세를 몰아 9월 추석을 앞두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기세를 떨쳤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0월 들어 ‘국민통합21’ 창당 이후 정몽준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연일 계속되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현대그룹 정경유착’ 공격 등 악재가 정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 10월말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이회창 34%, 정몽준 24%, 노무현 18%로 대선 구도가 ‘1강 2중’으로 바뀌었다. 대선을 두 달 정도 앞두고 정몽준·노무현 두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넘어서는 길은 후보 단일화밖에 없었다.

단일화 압박에 내몰린 두 후보는 우여곡절 끝에 11월25일 노 후보로 단일화가 결정되면서 대선 판도는 양자 대결 구도로 바뀌었다. 후보 단일화 이후 노 후보는 이 후보를 5%포인트 정도 계속 앞서 나가며 마침내 16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실제 선거 결과는 2.3%포인트 박빙의 차이였다. 선거 D-6개월 전과 비교해 보면 누구도 예상하기 힘든 결과였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심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임기 말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에 2006년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50%에 육박했다. 대선 ‘D-6개월’인 2007년 6월, 야당인 한나라당은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의 경선 열기로 뜨거웠지만, 열린우리당은 탈당과 분열로 지리멸렬했다. 6월9일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이명박 41%, 박근혜 25%, 손학규 6%, 정동영 2%로 여권 후보들의 지지율은 초라했다. 여권에서 그나마 지지율이 5%를 넘는 후보는 한나라당에서 탈당한 손학규 후보뿐이었다. 이에 비해 야당 이명박·박근혜의 지지율을 합하면 60%를 훨씬 넘었다.

2007년 대선은 한나라당 경선이 본선이나 다름없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혹독한 후보 검증 과정을 거치며 이명박 후보의 독주가 흔들리면서 박근혜 후보에게 6%포인트 차이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지지율은 각종 의혹에도 35%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이 후보가 경선에서 여유 있게 승리할 것처럼 보였지만, 막상 1.5%포인트 차로 박 후보를 힘겹게 이겨 대선후보가 됐다. 여권은 열린우리당의 간판을 내리고 우여곡절 끝에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했지만, 컨벤션 효과는 없었다. 신당 지지율은 기존 열린우리당 때와 비슷하게 10%대에 머물렀다. 여당 경선에서는 손 후보가 지지율 1위를 달렸지만, 당내 조직과 지지 기반이 탄탄한 정동영 후보에게 대선후보 자리를 내주었다.

선거 막판까지 정 후보는 어떻게든 범여권 및 진보진영의 후보 단일화 등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자 애썼지만, 역부족이었다. 17대 대선 투표 결과 이명박 후보가 48.7% 득표율로 26.1%의 정동영 후보에 압승했다. D-6개월 지지율이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2007·2012년은 지지율 1위 후보가 당선

2012년 18대 대선의 핵심 변수는 ‘안철수 바람’이었다. 안철수 자신은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지도 않았는데, 신년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과 함께 30% 가까운 지지율로 양강 구도를 이루었다. 이에 비해 야당인 민주당 문재인 후보 지지율은 10% 선에 머물렀다. 4월 총선이 분수령이었으나, 박 위원장은 ‘선거의 여왕’답게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논란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던 한나라당 깃발을 내리고 새누리당으로 간판을 새롭게 바꾸는 승부수를 던져 4·11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승리를 거뒀다. 대권주자로서 박 위원장의 입지는 더욱 단단해졌다. 이에 반해 문재인 후보는 하락세를 보였다.

18대 대선 ‘D-6개월’ 즈음 대선주자 출마선언이 잇따랐다. 6월17일 문재인 후보에 이어, 박근혜 후보도 7월10일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6월18~21일)를 보면 박근혜 35%, 안철수 21%, 문재인 14%로 ‘1강 2중’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7월 들어 안철수 후보가 대권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대선 판도는 ‘2강 1중’(안철수 32%, 박근혜 31%, 문재인 9%) 구도로 바뀌었다. 그러나 역시 제3 세력의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조금씩 하락하기 시작했고,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은 국민참여경선을 거치며 상승세를 탔다. 안철수 후보가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대선 출마를 본격 선언했지만,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면 대선 판세는 ‘1강 2중’(박근혜 38%, 안철수 27%, 문재인 23%) 구도로 다시 돌아갔다. 야권의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가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면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는 구도였다.

‘2002 어게인’을 꿈꿨으나, 후보 단일화 협상은 순조롭지 않았다. 단일화 협상이 결렬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안 후보가 전격적으로 눈물의 사퇴선언을 하면서 문 후보가 단일후보로 결정되었다. 단일화 이후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의 지지율은 1~2%포인트 차이로 엎치락뒤치락하며 여론조사로는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선거 결과는 박근혜 51.6% 문재인 48.0%였다. 역시 대선 6개월 전 지지율 1위가 결승선을 제일 먼저 통과했다.

2017년 5월에 치러진 19대 대선 ‘D-6개월’ 즈음인 2016년 11월만 해도 6개월 뒤에 대통령선거가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 정상적인 일정이라면 대선을 1년 이상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하지만, 2016년 10월 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대선 시계가 반년 이상 앞당겨졌다.

2016년 9월 추석을 앞두고 리얼미터가 실시한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는 반기문 26%, 문재인 18%, 안철수 11%, 박원순 6% 순으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선두를 달렸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 탄핵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가던 ‘대선 D-6개월’인 11월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반기문 21%, 문재인 19%, 안철수 10%로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하락하며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지만 선두를 유지했다. 하지만 탄핵 정국이 지속되면서 문재인 후보가 반 전 총장을 넘어 줄곧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렸다.

3월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리면서 5월9일 대선이 확정되고 정치권은 60일간의 대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박 대통령 파면 직후에 실시한 리얼미터의 대선주자 여론조사를 보면 문재인 37%, 안희정 16%, 안철수 13%, 이재명 11%, 홍준표 10%, 유승민 4%, 심상정 4% 순이었다. 반 전 총장의 출마 포기 이후 문 후보는 대세론의 탄력을 받으며 30%대 지지율을 이어갔다. 민주당 주자들의 지지율 합이 60%를 넘어섰다. 10년 전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후보의 지지율 합이 60%를 넘었던 때와 닮은꼴이다.

문 후보에 대항하기 위해 민주당을 제외한 야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이 ‘제3지대 빅텐트론’ 등의 목소리를 냈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왔다. ‘문재인 대세론’이 선거 막판까지 계속되면서 문재인 40.1%, 홍준표 24.0%, 안철수 21.4% 등의 결과가 나왔다. 대선 6개월 전 지지율 1위를 달리던 후보가 낙마하면서 2위 문 후보가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다.

다시 2021년 추석 연휴를 지낸 현시점으로 시계추를 되돌려보자. 과거 대선에 비춰볼 때 최근 여론조사에 나타난 후보들의 지지율을 통해 6개월 후의 대선 결과를 전망해볼 수 있을까. 앞서 살펴본 네 번의 대선 과정을 보면,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여야 선두를 달리며 대선후보 지지율 1~2위를 달리던 후보가 결국 당선을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2007년(이명박)과 2012년(박근혜) 대선의 경우는 지지율 1위 후보가 실제 선거 결과까지 선두를 유지하며 대통령에 당선됐고, 2002년(노무현)과 2017년(문재인) 대선에서는 2위 후보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노무현은 1위 후보에 역전했고, 문재인은 1위 후보가 스스로 낙마하면서 1위 자리를 승계한 사례였다.

 

현재로선 이재명·윤석열 후보가 가장 유력

과거 사례만 보면 현재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여야 각 선두로 전체 지지율 1~2위를 다투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내년 3월 대선 주인공으로 유력해 보인다. 하지만 ‘고발 사주 의혹’과 ‘대장동 개발 의혹’이 현재 지지율 선두 후보들에게 미칠 파장은 아직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역대 대선 과정을 보면 각종 의혹과 돌발 변수에 따라 지지율 10%포인트 정도는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 2002년 대선만 보더라도 6개월 사이에 선두가 세 번이나 바뀌었고, 2012년 대선에서는 선거 막판 일주일을 남겨놓고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했다.

2007년의 경우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이 유력했지만, 선거 40일을 앞두고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출마로 50% 넘던 지지율이 30%대로 급락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선거를 3개월 앞두고 유력 후보의 중도 포기로 선거 판도가 달라졌다. 게다가 2002년과 2012년 선거에서 보았듯이 후보 단일화 변수는 엄청난 파괴력을 몰고 온다. 후보 단일화는 유력 정당의 대선후보들이 확정된 이후 선거를 두 달여 앞둔 시점에 수면 위로 떠오른다. 현재로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후보 외에 지지율 5%를 넘는 후보가 눈에 띄지 않지만, 박빙의 선거 구도에서 제3지대 후보와의 단일화 변수는 여전히 유효하다.

역대 대선 과정의 역동성을 감안해 보면 현시점에서 후보들의 지지율만 놓고 내년 대선 승자를 예상하는 건 쉽지 않다. 아직 유력 정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더구나 내년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와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을 합산해 보면 그 답이 나온다.

전국지표조사의 경우 ‘민주당 41% 대 국민의힘 39%’로 2%포인트 차의 오차범위 안에 있다(9월13~15일 전국 1000명 조사, 이재명 28%, 윤석열 20%, 홍준표 14%, 이낙연 11%, 추미애 2%, 유승민 2% 등).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민주당 45% 대 국민의힘 46%’로 1% 차의 초박빙이다(9월6~7일 전국 2000명 조사, 이재명 27%, 윤석열 24%, 홍준표 16%, 이낙연 14%, 추미애 3%, 유승민 2%, 최재형 2% 등).

대선의 승리는 양당의 대선후보 중에서 자기 진영의 주자들에 대한 지지 표심을 온전히 끌어안을 수 있는 후보가 차지할 것이다. ‘뭉치면 서고, 흩어지면 넘어진다’는 이솝우화가 대선 승리의 비결을 말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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