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주자 이재명·윤석열이 맞이한 동반 위기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9.27 10:00
  • 호수 1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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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길어지면 지지율에 부정적’ 방정식 작동
취약한 당내 기반과 초대형 의혹까지 닮은꼴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맨 위에서 휘청거리고 있다. 여야 선두 후보이고 여전히 경쟁력 있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후보자와 관련한 초강력 의혹이 불거지면서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여당 차기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된 이후 갖가지 의혹과 논란에 계속 휘둘리고 있다. 경선 초반 여배우와의 관계에 대해 ‘바지 논란’에 휩싸였고, 이후 형수 욕설 의혹으로 이어졌다. 스캔들은 단지 몇 차례에 그치지 않았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했다가 ‘인사 파동’으로 번졌고, 이천 화재 당시 먹방 출연 의혹으로 번졌다. 경쟁자인 이낙연 후보와 출구 없는 네거티브 공방을 벌이면서 지지율은 박스권에 갇혔고, 가장 최근에 ‘대장동 개발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선후보로 나선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해 있다.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는 이 후보에 대해 영화 《아수라》에 나오는 부정과 비리의 시장이었다고 맹공격을 퍼붓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또한 각종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출마선언 전부터 ‘X파일’ 의혹에 시달렸고, 출마선언 이후 민생 행보에서 연이은 말실수로 인한 구설에 시달렸다. 고공행진했던 지지율은 꺾이고 꺾여 상승세와 확장성은 주춤해진 상태다. 최근 불거진 가장 강력한 의혹은 ‘고발 사주 의혹’이다.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가 열리기 직전 여권 인사들을 고발하는 고발장이 검찰에 의해 작성되었고, 야당 인사에게 건네졌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관련 있다는 의혹이다. 대장동 개발 의혹이나 고발 사주 의혹 모두 아직까지 유력 대선후보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밝혀진 것은 없다. 그러나 ‘논란이 길어지면 지지율에 부정적’이라는 정치권 방정식은 어김없이 작동하는 결과를 확인하게 된다.

ⓒ시사저널 이종현·박은숙

호남과 TK에서 李·尹 경쟁력 약화 뚜렷

초태풍급 논란 속에서 이재명과 윤석열 두 후보의 ‘전반적인 경쟁력 약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의 의뢰를 받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차기 대선후보로 누가 가장 적합한가’ 물어보았다. 여야 후보를 모두 망라한 다자 대결에서 이재명 후보에 대한 7월30~31일 전체 지지율은 27.4%로 나타났다. 대장동 개발 의혹이 불거지고 본격적으로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한 이후 실시된 9월17~18일 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23.6%로 하락했다. 윤석열 후보는 국민의힘 입당 직후 실시된 7월30~31일 조사에서 32.3%를 기록했다. 하지만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공수처 수사가 시작된 이후에 실시된 조사에서 28.8%로 하락했다. 두 후보 모두 지지율이 등락하고 있지만, 7월말과 비교해 보면 ‘전반적 경쟁력 약화’에 시달리고 있다. 대장동 개발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은 두 후보에게 잔매가 아니라 뭇매가 되고 있다.

지역 경쟁력 기반 또한 급속도로 약화되고 있다. 우선 이재명 후보의 호남 경쟁력은 부쩍 불안해진 결과다. 호남 경쟁력은 여권 내 경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고, 본선 경쟁력을 위해 무엇보다 먼저 확보해야 하는 지역이다. 호남은 행정적이고 지리적인 경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훨씬 더 넓은 범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호남이 고향인 경향 각지의 출향 유권자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호남 향우회’라는 친목 네트워크를 통해 정치적인 연대를 도모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호남에서 기본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민주당 경선에서 우선된다.

범진보진영 대선후보에 대한 호남 지역 여론조사 결과는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후보가 팽팽한 결과로 나타났다. 범진보 차기 대선후보에 대한 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로 누가 적합한지 여부를 물어보았다. 대장동 개발 의혹이 부각되기 전인 8월20~21일 조사에서 호남 지역의 이재명 지지율은 45.6%로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호남이 고향이고 ‘호남 대망론’을 강조하는 이낙연 지지율은 고작 24.3%에 그쳤다. 그러나 이낙연 후보가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영산강 배수진’을 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여기에 대장동 개발 의혹 여파가 호남 민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9월17~18일 조사에서 이재명의 호남 지지율은 36.2%, 이낙연의 지지율은 34%로 나타나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다. 흔들리고 있는 이재명 후보 지역 기반 위에 이낙연 후보가 올라탄 형세다.

진실과 상관없는 ‘프레임 전쟁’ 조짐 감지

이재명 후보가 흔들리는 만큼이나 윤석열 후보는 같은 당의 홍준표 후보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홍 후보는 불과 한 달여 전만 하더라도 지지율이 답보 상태였다. 그런데 윤 후보가 흔들리고 2030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국면이 획기적으로 달라졌다. 국민의힘 소속 후보가 대부분인 범보수 차기 대선후보만 놓고 대선후보로 누가 적합한지 물어본 결과 홍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추세다. 민주당 지지층과 진보층의 역선택이 큰 역할을 한 셈이지만, 보수층과 국민의힘 지지층으로부터도 지지율을 상당히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특히 난공불락으로 인식되던 대구·경북(TK) 지역에서 홍 후보의 경쟁력이 급상승세다.

범보수 차기 대선후보만을 대상으로 누가 가장 적합한지 물어본 조사에서 홍 후보의 TK 지지율은 7월30~31일 조사에선 17.9%였다. 그렇지만 윤 후보가 고발 사주 의혹으로 지지율에 부담을 받는 기간인 9월17~18일 조사에선 34.9%로 올라갔다. 반면 윤 후보는 같은 기간 TK 지지율이 33.1%로 주저앉았다. 윤 후보가 고발 사주 의혹으로 타격을 받는 동안 윤 후보를 위협하는 홍 후보의 칼날은 더욱 예리해졌다. 홍준표 후보로부터 위협받는 윤석열 후보의 현주소다.

더 이상 명절 민심의 ‘용광로 현상’이나 ‘장터 효과’는 없지만 추석 명절의 상징성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역대 대선을 볼 때 여야 유력 후보가 모두 허리케인급 의혹과 논란에 동시에 매몰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이전 대선과 전혀 다른 양상이다. 여야 유력 후보 모두가 국회의원 경험이 없고 당내 기반이 약한 모습까지 쌍둥이처럼 비슷한 데다, 같은 시기에 초대형 의혹까지 닮은꼴이다.

대장동 개발 의혹이나 고발 사주 의혹은 여야 대선후보가 뽑힐 때까지 결론이 내려지기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유력 대선후보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지만 대선에서 이기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프레임 전쟁’ 조짐까지 감지되고 있다. 선거의 ‘프레임 전쟁’은 진실과 거짓이 무엇인지 잘 구별되지 않지만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속성이 있다. 결국 최종 판결은 오롯이 유권자의 몫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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