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는 TTTB에서 논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1.11.25 09:00
  • 호수 1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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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선도하는 상류, Z세대
그들이 노는 플랫폼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요즘 것들’이라 불렸던 밀레니얼 세대가 기성세대로 진입하고, 신인류인 Z세대가 뜨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 초반에 출생해 지금 10~20대 중반 나이인 이들은 X세대의 자녀이자, 밀레니얼 세대의 후배다. 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지금까지 기성세대가 살아왔던 시대와 완전히 다르다. 양적 성장이 멈추고, 아날로그가 사라지고, 인공지능이 보편화된 시대를 산다. 태어날 때부터 모바일 기기가 눈앞에 있었고, 온라인을 활용하는 데 익숙하다. 홈스쿨링, 온라인 교육 등 교육 시스템의 변화까지 본격적으로 겪었다.

디지털 DNA를 탑재한 이들답게 온라인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뛰논다.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기성세대가 깔아놓은 판도 훌륭한 놀이터다. 그러나 Z세대가 그들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개척해 나가는 플랫폼이 있으니 바로 틱톡, 트위터, 트위치, 블로그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이 플랫폼들을 ‘TTTB’라 이름 지었다. 이곳에서 콘텐츠의 트렌드가 시작되고, 밈이 시작되고, 대중문화의 흐름이 결정된다. 이곳에서 노는 Z세대가 바로 트렌드의 ‘상류’다.

숏폼 트렌드 부흥시킨 틱톡

싸이월드에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으로 이어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계보가 기성세대의 놀이터였다면, 지금 Z세대가 가장 활발하게 뛰노는 공간은 틱톡이다. 틱톡이 2019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아무노래챌린지’의 시작점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다. 틱톡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챌린지=틱톡’이라는 공식이 각인됐을 정도다. 그때까지만 해도 틱톡은 Z세대가 활용하는 플랫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틱톡은 이제 더 이상 ‘10대들이나 아는 영상들이 올라오는 플랫폼’으로 치부할 수 없다. 틱톡 이용자는 전 세계 10억 명에 이르고, 앱 다운로드는 30억 회 이상이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앱애니의 ‘모바일 현황 2021 보고서’에 따르면 틱톡의 사용자당 월평균 사용시간은 13.8시간으로, 카카오톡(11.1시간)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틱톡을 안 써본 사람은 있을지라도, 한번 써본 사람은 틱톡에 푹 빠지게 된다는 얘기다.

틱톡을 알아야 하는 진짜 이유. 틱톡이 현재 콘텐츠 시장의 선도자이기 때문이다. 틱톡은 15초에서 1분 분량의 짧은 동영상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다(7월부터 최대 3분으로 확대됐다). 심리적 부담이 적은 숏폼 영상을 다루는 데다, 앱 내에서 제공되는 편집 기능과 음악 등만으로도 영상을 구성할 수 있다는 편의성이 있다. 많은 크리에이터가 숏폼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챌린지’도 퍼져 나갔다. 틱톡이 움직이면서 콘텐츠 시장에는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인스타그램은 15초 영상 서비스 ‘릴스’를 내놨고, 유튜브까지 숏폼 시장에 가세해 ‘쇼츠’를 내놨다. 케빈 메이어 틱톡 CEO가 “릴스는 틱톡의 모방 제품”이라고 비판했지만, 애덤 모세리 인스타그램 최고경영자는 “우리는 더 이상 사진 공유 앱이 아니다. 앞으로 수개월간 동영상과 관련한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라며 영상 서비스에 매진할 것임을 밝혔다.

어쨌든 릴스는 인스타그램 이용자를 자연스럽게 유입시키며 선방하고 있다. 전체 영상 플랫폼 중 가장 우위를 점하고 있는 유튜브 역시 12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기반으로 쇼츠 서비스를 확장 중이다. 그렇게 틱톡은 콘텐츠 판도를 뒤집어 놓으며 숏폼 콘텐츠 플랫폼의 춘추전국시대를 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생태계는 Z세대뿐만 아니라 다른 세대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이제 틱톡에서는 Z세대뿐만 아니라 밀레니얼 세대, X세대 크리에이터들도 활동하고 있다. 비교적 짧은 시간을 투자해 브랜딩을 할 수 있다는 강점이 부각되자, 기업과 언론에서도 틱톡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틱톡 계정을 통해 보도를 상황극으로 전하고, 보도국 내에서 틱톡에서 유행하는 챌린지 영상을 만들어 전하기도 한다. 기업이 모델을 뽑는 챌린지도 틱톡에서 진행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숏폼 영상을 활용한 틱톡의 이력서 기능을 기업에서 활용하고 있다.

이제 틱톡은 정보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한다. 1분 내외의 짧은 영상이 교과서가 된다. 짧은 영상의 장점은 ‘핵심’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틱톡의 교육 콘텐츠에는 #LearnOnTikTok라는 해시태그가 붙는다. 틱톡에서 이 해시태그 영상의 누적 조회 수는 1992억 회 이상. 틱톡이 챌린지를 벌이는 Z세대의 놀이터에서 넓은 범주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특히 경제, 재테크와 관련된 콘텐츠는 Z세대에게는 정보이자 실전 투자 길잡이로 기능한다.

‘덕질’의 공간에서 트렌드의 중심으로

Z세대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보다 더 오래, 더 자주 이용하는 SNS. 바로 트위터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트위터의 Z세대 헤비 유저 비율은 압도적으로 높다. 짧은 텍스트와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트위터에서는 실시간으로 모든 것이 이뤄진다. 그래서 ‘덕질’을 하기에 최고의 공간이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방송이나 사진, 기사 등 특정 관심사에 빠르게 몰입할 수 있다. 취향과 취미가 같은 사람끼리 모이고, 관련 이슈를 확인하기도 용이하다.

관심사를 기반으로 대화하기 때문에 대화 역시 빠르게 진행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트위터는 일명 Z세대의 ‘광장’으로 기능한다. 실시간 트렌드 기능은 최근의 이슈를 반영하는 역할을 한다. 뉴스 채널과 외신을 팔로잉하면서, Z세대는 트위터의 기능을 백분 활용한다. 마치 기성세대가 과거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를 활용했던 것처럼, Z세대는 트위터의 실시간 트렌드를 통해 세상을 본다.

다른 플랫폼에 대해 이용자 반응이 빠르다는 점은 트위터가 마케팅 창구로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트위터의 콘텐츠는 소비로도 직결된다는 특성이 있는데, Z세대는 상품을 구매하기 전에 트위터에서 검색하는 경우가 많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에 비해 광고 오염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공간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Z세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주 이용자의 SNS 이용 행태와 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트위터 이용자의 75%가 “구매 전 트위터 검색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주로 키워드 검색을 통해 긍정·부정적 후기 등 경험자의 솔직한 리뷰를 탐색한다고 밝혔다. 구매 인증을 하는 경우(80.8%)도 많다.

장지성 대학내일20대연구소 연구원은 “트위터는 개성이 강한 Z세대에게 중독성이 강한 SNS 플랫폼으로, 다른 SNS 유저보다 활동적인 유저 비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며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할 때도 트위터 플랫폼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 구매 결정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으며, 트위터 내 광고는 하나의 콘텐츠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했다. Z세대가 타깃인 브랜드를 마케팅한다면 눈여겨봐야 할 이유”라고 설명했다.

‘알잘딱깔센’ ‘레게노’의 시작점

또 하나의 ‘덕질’로 출발한 공간은 트위치다. 트위치는 모두가 좋아할 영상을 제공하는 대신 게임 영상을 열광적으로 소비하는 게임 팬덤을 노리고 등장했다. 기성세대는 트위터는 알아도 트위치는 모른다. Z세대와 게임에서 접점이 없기에 어색한 플랫폼이다. 트위치는 아프리카TV라는 시장의 강자가 존재하던 2015년 한국에 상륙했다. 국내 인터넷 생방송 시장을 독점해온 아프리카TV에 비해, 게임 중계방송이 대부분이었던 트위치의 매력은 대중적으로 발굴되기 어려웠다.

그러나 Z세대는 이 트위치를 띄웠다. 게임을 좋아하는 10대가, 덜 선정적인 콘텐츠를 찾던 Z세대가 트위치를 시청했고, 트위치 스트리머들을 양산했다.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16년 30만 명에 그쳤던 트위치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5년 새 8배나 증가한 253만 명(6월 기준)에 이른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MZ세대 온라인 영상 시청 트렌드 보고서’에서도 트위치의 성장은 엿보인다. 1020세대의 트위치 이용 경험률은 지난해 대비 6.9% 상승했고, 10대 후반의 경우 12.2%나 올랐다. 같은 기간 페이스북, 유튜브, 아프리카TV의 이용 경험률은 하락한 것을 보면, 트위치가 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라이브 방송’ 플랫폼이라는 것이 입증된다. 실제로 앱 분석 업체인 앱애니가 지난해 하반기 Z세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트위치는 엔터테인먼트 앱 중 선호도 1위를 차지했다.

트위치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밈’과 ‘팬덤’에 있다. 트위치는 인터넷 문화를 주도하는 ‘밈(온라인에서 유행하는 2차 창작물이나 패러디물)’의 발원지다. 유튜브나 아프리카TV가 밀레니얼 세대 밈의 시작이 됐다면, 트위치는 Z세대가 갖고 노는 밈들의 출발점이다.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의 줄임말)’ ‘레게노(LEGEND를 잘못 읽어 시작된 말)’ ‘ㅋㅋ루삥뽕(웃거나 비웃을 때 사용되는 의성어·트위치 도네이션 캐릭터인 찬구가 웃는 소리에서 유래)’ 등 Z세대 사이에서 자주 쓰이는 유행어들이 여기서 나왔다.

크리에이터에 대한 팬덤도 공고하다. 트위치에는 일명 ‘트수(트위치+백수, 트위치 시청자)’라고 불리는 팬덤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기본적으로 충족된 게임 팬덤의 욕구에 더해 크리에이터에 대한 자발적인 참여와 신뢰를 보낸다. 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라이브 방송 플랫폼인 데다, 각종 밈의 양산지다. 여기에 팬덤이 뒷받침된다. 기업으로서는 트위치를 겨냥할 수밖에 없다. 2018년 맘스터치와 스트리머 풍월량의 콜라보레이션 광고 생방송 이후, 맘스터치의 마살라버거는 팬덤 내 하나의 밈으로 한동안 자리매김했다. 휠라는 스트리머 우왁굳과의 협업을 통해 한정판 제품을 출시하면서 디자이너 ‘알자르 타카르센’을 내세웠다. 유행어인 ‘알잘딱깔센’에서 영감을 얻어 붙인 이름이다. 밀레클래식은 지난해 김블루와 협업해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김블루의 팬클럽 ‘쁠몬’에 대한 애정을 아트워크로 표현하기도 했다. 한정판 제품들은 무신사 스토어에서 하루 만에 매진됐다.

‘갓생’ 기록을 위해 부흥한 블로그

이렇게 Z세대가 노는 플랫폼들 틈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하나 감지된다. Z세대가 블로그를 한다. 과거에는 지금의 유튜버처럼, 사람들이 많이 찾는 블로그 운영자는 ‘파워 블로거’라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텍스트보다 동영상이, 긴 글보다 짧은 워딩이 부흥하면서 블로그의 전성기는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블로그는 전성기가 끝난 플랫폼처럼 여겨졌다. 최근의 트렌드와는 다른, 핫하지 않은 플랫폼에도 Z세대는 발을 들였다. 네이버에 따르면 1020세대의 콘텐츠 생산 비중은 40%를 넘었고, 생산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유는 뭘까.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블로그를 활용하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밀레니얼 세대가 ‘투잡’ 개념이나 수익 창출 수단으로 블로그에 접근한다면, Z세대는 블로그의 ‘기록’ 기능에 초점을 둔다. 게다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익숙한 이 세대에게 블로그는 오히려 낯선 플랫폼이다. 사진과 글자 수에 대한 제한도 없고, 원하는 만큼 TMI(Too Much Information)를 나열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Z세대는 자신을 기록한다.

기록의 시작은 챌린지였다. 지난 6월 네이버는 ‘오늘 일기 챌린지’ 참여를 독려했다. 일상 이야기를 업데이트하면 네이버페이를 지급하는 이벤트였다. 여러 아이디로 같은 글을 복사해 붙여넣기 하는 어뷰징 형태의 글이 다수 발견됐다는 이유로 3일 만에 중단했다가 비판 속에 다시 시작하는 등 논란도 있었지만, 그 시도는 블로그를 기록과 자기 계발 통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공했다. 챌린지 이후 블로그 글 생산량은 33% 이상 증가했다.

특히 블로그는 Z세대에서 유행처럼 번진 ‘갓생 살기’와 맞물려 흥행했다. 좋은 것을 표현할 때 붙이는 접두사인 ‘갓(신·God)’과 ‘인생’을 합친 신조어인 갓생은, 훌륭하고 모범이 되는 인생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고 외부활동을 통해 성취감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자신이 생각하는 갓생 방식을 실천하고 인증하는 Z세대가 늘어난 것이다. 이들은 저마다의 갓생 경험, 노력, 노하우를 블로그를 통해 사람들과 공유하고, 스케줄표를 박제함으로써 자신에게 다짐을 보냈다.

광고의 결정판처럼 여겨졌던 블로그는 Z세대를 만나 일상을 기록하는 공간으로 진화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4월 진행된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네이버 블로그가 20대를 중심으로 일상을 기록하는 트렌디한 매체로 부각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나만의 공간에 대한 욕구’가 블로그를 부활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독자와 조회 수로 채널의 성패가 갈리는 영상 플랫폼 대신, 자신만의 게시글을 올릴 수 있는 공간에 대한 필요가 블로그를 Z세대 플랫폼 중 하나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카카오의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인 브런치의 순항 역시 생각을 표현하는 창구의 필요성을 보여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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