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원으로 살 수 있는 세계 5대 도시 아파트 크기는?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1.11.24 10:00
  • 호수 1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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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35㎡, 홍콩 44㎡, 런던 60㎡, 뉴욕 69㎡, 도쿄 73㎡

‘아보카도 경제학’이란 게 있다. 아보카도 토스트 몇 개를 안 먹어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지 계산한 것이다. 언론에서 만든 신조어지만, 시드니대학에선 실제 관련 연구를 진행한 적도 있다. 시사저널은 지난 2018년 8월 한국의 ‘소울푸드’ 치킨과 국내 부동산 가격을 기준으로 아보카도 경제학을 적용해본 적이 있다. 당시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서울 평균 집값은 5억7300만원. 1만6000원짜리 치킨 약 3만5800마리를 참아야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상황은 더 나빠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0월 서울 평균 집값은 8억7400만원이다. 연평균 1억원씩 올랐다. 포기해야 하는 치킨은 5만4600마리로 늘어났다. ‘1주 1닭’을 실천한다면 약 1047년 동안 치킨을 끊어야 한다. 우스갯소리지만 시사하는 바는 가볍지 않다. 무엇보다 그렇게 치킨을 끊고 살아도 만족스러운 집을 얻으리란 보장이 없다.

 

5대 도시 가장 비싼 지역의 아파트값 비교

LH 토지주택연구원은 지난 6월 ‘적정 주거공간 설정연구’ 보고서를 통해 1인 가구의 적정 면적을 32.6㎡로 제안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수도권 거주 인구의 1인당 주거면적은 31.2㎡로 더 작다. 외국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미국의 1인당 주거면적은 65.0㎡(2019년)로 한국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영국(40.9㎡·2018년)과 일본(40.2㎡·2019년)보다도 좁다. 인구밀도가 한국보다 높은 대만도 47.7㎡(2016년)로 한국보다 넓은 곳에 산다.

눈으로 보면 그 차이는 더욱 와닿는다. 서울 아파트의 10월 중위 매매가는 약 10억원이다. 시사저널은 해외 각국의 부동산 중개 플랫폼을 통해 10억원으로 어떤 아파트를 살 수 있는지 찾아봤다. 비교 도시는 뉴욕, 런던, 도쿄, 홍콩 등 4곳이다.

각국의 주택유형과 측량기준 등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100% 객관적인 비교는 불가능하다. 최대한 기준을 통일하고자 지은 지 15년(한국 리모델링 기준연수)이 넘은 아파트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또 각 도시 내에서도 소득이나 집값이 가장 높은 지역을 참고했다. 환율은 11월18일을 기준으로 했다.

뉴욕 맨해튼 이스트 4번가 아파트

미국 최대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질로우’에 따르면, 뉴욕에서 84만~85만 달러로 구입 가능한 아파트는 총 4곳이다. 이 중 소득·집값이 뉴욕 내 최고인 맨해튼의 한 아파트가 84만9000달러(10억300만원)에 올라와 있다. 해당 아파트는 타임스스퀘어와 도보로 약 20분 거리다. 가까운 지하철역과는 10분 거리다.

아파트 안에는 공용 세탁기와 수영장, 체육관 등이 설치돼 있다. 집은 방 1개와 화장실 1개로 이뤄져 있다. 남향이고 발코니가 딸려 있다. 거주 가능한 총내부면적(Total interior livable area)은 69.6㎡다. 이는 발코니를 포함해 주민이 집 안에서 실제 쓸 수 있는 면적을 뜻한다. 한국의 전용면적과 비슷한 개념이다. 1967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리모델링을 거쳐 54년째 뉴욕의 심장에 서있다.

런던 시티오브런던 배너가 플랫(영국식 아파트)

인구밀도 높은 대만보다 좁은 집에 사는 한국

비싼 집값으로 악명 높은 런던의 경우, 중심부의 평균 집값은 18억원이 넘는다. 그중에서도 금융 중심지인 시티오브런던은 가장 부유한 지역이다. 직장인 평균 연봉이 8400만원으로 인근 웨스트민스터 지역보다 약 2800만원 더 높다. 영국 중개 플랫폼 ‘주플라’에 따르면, 시티오브런던에서 10억원대로 구할 수 있는 집은 40여 곳이다. 매매가 65만 파운드(10억3600만원)로 책정된 4층짜리 플랫(영국식 아파트)은 그중 하나다.

매물로 나온 집은 2~3층을 쓰는 호수다. 2층에는 거실과 부엌, 3층에는 방 3개와 화장실 1개가 갖춰져 있다. 공용면적을 뜻하는 GIA(총내부면적)는 총 80.6㎡다. 영국 도시개발공사(OPDC)는 주택 면적을 산출할 때 GIA의 75%를 NIA(순내부면적·한국의 전용면적)로 본다. 이를 토대로 계산해 보면 전용면적은 60.4㎡다.

이 매물의 장점은 역세권이라는 점이다. 가까운 지하철역에 4분이면 도착한다. 초등학교도 5분 거리에 2곳이 있다.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해당 아파트에 임차권이 설정된 날짜가 2002년이다. 즉 최소 19년 전에 지어졌음을 추측할 수 있다.

부동산 버블의 대명사 격인 일본은 1990년대 초 버블 붕괴로 10년 가까이 집값 하락세를 경험했다. 그러다 2010년대 중반 들어 도쿄를 중심으로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 5월 도쿄 집값은 1년 전보다 8.7% 올라 2005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도쿄 내에서도 집값이 가장 비싼 부촌은 미나토구(港區)다. 1㎡당 토지 가격만 5000만원에 달한다. 이곳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남편이 2009년에 고급 아파트를 구입한 지역이다. 매입가는 당시 환율로 11억4000만원이었다.

도쿄 미나토구 ‘월드시티 브리즈타워’ 아파트

일본 중개 플랫폼 ‘라이풀’에 따르면, 미나토구 아파트 ‘월드시티 브리즈타워’는 9780만 엔(10억1200만원)에 매매 중이다. 발코니가 딸려 있고 전용면적(專有面積)은 73.2㎡다. 라이풀은 전용면적에 대해 “발코니를 빼고 주민만 쓸 수 있는 독점공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화장실은 1개고 방은 3개다. 지하철역과의 거리는 14분인데, 입주자를 위한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지어진 지는 16년째다.

전 세계 집값을 얘기할 때 늘 꼭대기를 차지하는 국가는 홍콩이다. 글로벌 부동산 리서치 기업 세빌스가 지난해 1㎡당 부동산 가격을 조사한 결과, 홍콩은 모나코 다음으로 2위를 기록했다. 모두 인구밀도 최상위권 나라들이다. 홍콩의 치솟은 집값이 2019년 반중 시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집값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11월11일 홍콩 언론은 최근 3.3㎡당 7억6000만원짜리 아파트가 팔렸다는 소식을 전했다.

홍콩 북서부 케네디타운은 떠오르는 부자 동네다. 이곳에는 ‘휘웡 테라스(羲皇台)’란 아파트 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지하철역 3분 거리의 초역세권에다 7분만 걸어가면 해안가가 나온다. 홍콩 중개 플랫폼 ‘미들랜드 리얼티’를 보면, 190가구 중 한 호수가 매물로 나와 있다. 한국의 전용면적과 흡사한 SFA(판매 가능한 바닥면적)가 44.5㎡다. 방과 화장실은 1개씩 있고 35년 전에 준공됐다. 이 호수의 가격은 650만 홍콩달러(9억8600만원)다.

홍콩 케네디타운 ‘휘웡 테라스’ 아파트

9억원대 강남 아파트, 7년 새 6억원 올라

서울의 10억원짜리 아파트는 어떨까. 드물지만 강남에서도 10억원으로 구할 수 있는 아파트가 있다. 강남구 논현동 신동아파밀리에 단지에서 가장 작은 호수인 전용 35.7㎡짜리다. 이 호수의 시세는 9억~9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네이버에는 9억9000만원에 매물이 올라와 있다. 2014년 실거래가 3억5000만원에 비하면 7년 사이에 6억원 이상 올랐다.

해당 호수의 화장실은 1개고 방은 2개다. 거실은 따로 없고 큰방 하나를 거실 용도로 쓰는 구조다. 현관 구조는 복도식이다. 도보로 7분 거리에 신사역과 논현역이 있고, 14분 거리에는 논현초등학교가 있다. 단지 바로 건너편에는 학동공원이 있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다만 대형마트 등 생활편의시설은 다소 멀리 떨어져 있다는 평을 받는다. 지어진 지는 올해로 25년째다. 35.7㎡ 호수는 비슷한 가격의 홍콩 휘웡 테라스(44.5㎡)보다 좁다. 뉴욕, 런던, 도쿄의 아파트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신동아파밀리에’ 아파트ⓒ시사저널 박정훈<br>
서울 강남구 논현동 ‘신동아파밀리에’ 아파트ⓒ시사저널 박정훈<br>

좁은 집이라도 사서 몸을 누울라치면 세금 부담이 따라온다. 시세 10억원짜리 아파트의 공시가는 대략 7억원 정도다. 세법에 따라 공시가 6억원 이상이면 재산세 최고세율 0.4%가 적용된다. 정부는 1주택자에 한해 공시가 6억원 이하일 경우 2023년까지 재산세를 0.05%포인트 깎아주기로 했다. 그래도 안심하긴 힘들다. 공시가에 시세가 반영돼 2025년까지 매년 2~3% 오를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의 공시가 현실화 계획에 따른 것이다.

재산세와 함께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커진다. 지난해 0.6~3.2%였던 종부세율은 올해 두 배로 뛴다. 대신 부과 기준이 최근 법 개정으로 공시가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상향됐다. 하지만 그 적용 대상은 1주택자다. 다주택자는 원래대로 공시가 합계액 6억원이 넘으면 종부세를 내야 한다.

 

미니주택에 세금폭탄…美·英·日 종부세 없어

미국의 평균 재산세율은 약 1.69%로 한국보다 높다. 다만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는 부동산 취득가를 과세표준으로 삼는다. 따라서 집값이 올라도 세금 부담이 늘지는 않는다. 일본의 재산세는 총 1.7%로 역시 높은 편이다. 대신 한국의 공시가에 해당하는 ‘주택평가액’을 3년에 한 번만 산출한다. 즉 매년 집값이 올라도 3년 동안은 추가 납세액이 없다.

재산세와 비슷한 지방세가 있다. ‘카운슬세(council tax)’다. 이는 집값에 따라 액수가 결정된다. 시티오브런던의 경우, 올해 기준 최저 699파운드(111만원)에서 최고 2098파운드(334만원)를 부과한다. 최고 액수 부과기준은 집값 약 5억원 이상이다. 영국과 미국, 일본에는 종부세가 없다. 홍콩은 금융허브답게 세금 부담이 적은 편이다. 그러나 부동산을 보유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매년 토지사용료와 재산세 명목으로 부동산 시세의 8%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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