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사망으로 끝나지 않아” 5·18 피해자들 국가상대 소송
  • 박세진 디지털팀 기자 (ordinary_psj@naver.com)
  • 승인 2021.11.24 17:4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위자료 청구 소송
피해자 “가족들이라도, 장례 치르기 전 사죄하길”
5·18 광주 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이 24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배상 청구 소송의사를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한 가운데 5·18 민주화 운동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한다. 소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과거사청산위원회가 맡는다.

민변 과거사청산위원회는 24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 민주화 운동 피해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낸다고 밝혔다. 소송에는 5·18 민주화운동 중 사망하거나 후유증으로 사망한 5명, 부상자 40여 명, 5·18민주화 운동과 관련돼 형사처벌을 받은 20여 명 등 70여 명이 참여한다.

그 동안 피해자들은 '5·18보상법'에 따라 일정 생활지원과 보상을 받았지만,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는 배상을 받지 못했다. 재판상 화해가 성립돼 추가로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제기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헌재와 대법원에서 잇따라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활로가 생기게 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이 직접 참석해 증언을 했다. 당시 19살이었던 A씨는 공수부대 군인 5명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칼에 찔리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경찰이 찾아와 지하실에서 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B씨는 동생을 잃었다고 말했다. B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끝내 이렇게 가는 모습을 보니 참담했던 그때가 떠올라 마음이 무겁다"며 "전두환이 죽었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가족들이라도, 장례 치르기 전에 사죄했으면 정말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변 측 조영선 변호사는 "전두환 정권 하에 너무나 많았던 인권침해에 대해 일말의 책임, 사과, 반성도 없이 사망한 것에 진심으로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두환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검토했지만 개인에 대한 청구는 소멸시효가 가장 문제가 됐고 사망하는 바람에 상징적 소송도 할 수 없게 됐다"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밝혔다.

한편 전 전 대통령은 전날 오전 향년 90세의 나이로 숨졌다. 그는 사망 전까지 5·18 민주화 운동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세상을 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