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뚫고 승승장구하는 기업들의 지혜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12.02 10:00
  • 호수 1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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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코로나 팬데믹에 어떻게 대처했나
코스피 상장기업, 3분기 ‘사상 최대’ 실적 기록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게 됐다. 재계도 코로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사업구조와 방향을 대대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코로나19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모습이다. 과감한 M&A(인수·합병)로 새로운 먹거리를 개척하고, 실적 개선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실제로 올 3분기 한국 기업들은 코로나19 충격을 딛고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11월17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발표에 따르면,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586곳(금융업 등 제외)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1~3분기 순이익은 128조104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8조1885억원)보다 165.84% 늘어난 수치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100조원을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종전 최고치는 2018년 96조4931억원이었다.

삼성·LG도 3분기에 역대급 실적 기록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크게 늘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1650조9321억원으로 18.0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43조240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8.19% 늘어났다. 모두 사상 최대치다. 매출액 영업이익률과 매출액 순이익률도 개선됐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8.68%로 전년 동기 대비 3.24% 올랐고, 순이익률도 전년 동기보다 4.31% 높아진 7.76%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의 사업구조 재편과 경제 회복 국면이 맞물리면서 실적 개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성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공시부 팀장은 “화학이나 철강 등 굴뚝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네이버 등 영업이익률이 높은 기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며 산업구조가 다변화했다”며 “반도체 실적도 잘 나오며 마진율이 전반적으로 올랐다. 하반기도 이런 실적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역대급 실적을 냈다. 삼성전자는 2021년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연결기준 매출 73조9800억원, 영업이익 15조82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0.48%, 영업이익은 28.04% 증가했다. 전기와 비교해봐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6.19%, 25.87% 늘어났다. 영업이익도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간이었던 2018년 3분기(17조57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성적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비대면 업무가 확산하면서 반도체사업이 호황을 맞았고, 신규 폴더블폰의 흥행 성공으로 스마트폰 판매가 늘어나면서 분기 최대 매출을 올린 것이다.

LG전자도 프리미엄 가전과 TV 판매 호조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LG전자의 3분기 잠정 매출은 18조7845억원으로, 역대 분기 매출 중 최다다. 시장에서는 LG전자의 주력사업인 생활가전(H&A) 매출이 7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 추정치대로면 올 들어 3분기 연속 매출 6조원을 넘어선 셈이다. LG전자 가전의 상승세는 공간 인테리어 가전인 ‘오브제컬렉션’의 흥행 덕으로 풀이된다. LG 오브제컬렉션은 올해 2분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유럽 등 해외시장에도 출시하며 글로벌 공간가전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아울러 상업용 에어컨 등 B2B 사업이 확대되면서 계절성을 극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세계그룹 역시 부진을 털고 3분기에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이마트와 신세계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각각 2조7167억원, 1조6671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는 전년 동기 대비 13.0%, 신세계는 전년 동기 대비 37.3% 늘어난 규모다. 두 회사 모두 분기 사상 최대 규모의 매출이다. 신세계그룹은 전통적인 유통기업에서 벗어나 이커머스 시장의 신흥 강자로도 떠올랐다. 이마트의 자회사인 SSG닷컴의 3분기 별도 총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8% 신장한 1조4914억원으로 시장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쇼핑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공격적인 마케팅과 당일 배송 서비스 등으로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PC그룹은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올해 상반기 캄보디아에 파리바게뜨 1호점을 오픈한 데 이어 11월11일에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파리바게뜨 인도네시아 1호점을 열었다. 싱가포르에서도 쉐이크쉑 신규 점포를 연이어 개설했고, 말레이시아에 현지 생산공장 건립도 추진하는 등 적극적으로 동남아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최근 2년간 해외에 새로 오픈한 점포만 33곳에 이른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의 기업이 해외사업을 축소하는 것과 비교되고 있다. 중국 등 해외사업 초기에는 직접 진출로 활로를 모색했다면 최근엔 현지 기업과 합작하거나 마스터프랜차이즈 등으로 다양화하며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하나금융은 11월19일 천주교 대전교구에 1억원을 전달했다.ⓒ하나금융
SPC그룹이 비대면 소비 트렌드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딜리버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SPC그룹 제공

사업구조 재편과 경제 회복 맞물려

SPC그룹은 딜리버리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파바 딜리버리’를 도입해 업계 최초로 배달 서비스를 시행해 빵도 배달해 먹는 시대를 열었다. 파바 딜리버리는 2018년 9월 선보일 당시 서비스 가능 점포 1100여 점에서 시작해 현재 2800여 점으로 확대됐다. 실제로 파바 딜리버리 매출은 2018년 론칭 초기와 비교해 10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곳이 하나금융그룹이다. 최근 하나금융은 한국천주교회 ‘백신나눔운동’ 후원의 일환으로 천주교 대전교구에 기부금 1억원을 전달했다. 백신나눔운동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어려운 이들과 함께한 김대건 신부의 나눔정신을 기리고자 한국천주교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연중 캠페인이다. 하나금융그룹은 김대건 신부의 삶을 본받고 ESG경영 실천을 위해 세종특별자치시와 함께 백신나눔운동 후원에 동참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하나금융은 △금융권 최초 중국 ‘우한 교민’을 위한 방역마스크 1만 개 전달 △선별진료소 및 예방접종센터에 지원물품 전달 등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 △재래시장 방역활동 및 소상공인 자녀 대상 장학금 전달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이 같은 하나금융의 기부활동이 코로나19에 지친 취약계층을 위로하고 선한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위드 코로나’ 소비심리 3개월째 개선
물가상승률도 9년 만에 최고 수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가 시행된 11월 소비자들의 체감경기가 3개월 연속 개선되고 있다. 아울러 현재 물가상승률은 9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향후 금리 인상과 물가도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11월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7.6으로 10월보다 0.8포인트 높아졌다. 9월(103.8)과 10월(106.8)에 이어 3개월째 오름세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등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19년)과 비교해 소비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이다.

10월과 비교해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 가운데 소비지출전망(115, +3p)과 현재경기판단(81, +1p) 두 지수가 상승했다. CCSI 항목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취업기회전망(98) 지수도 4포인트 올랐다. 향후경기전망(96), 가계수입전망(101), 현재생활형편(92) 지수에는 변화가 없었고, 생활형편전망(97, -1p) 지수는 오히려 떨어졌다.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과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우려 등의 영향으로 금리수준전망(138) 지수 역시 한 달 사이에  5포인트 뛰었다. 금리수준전망 지수 절대 수준도 2011년 3월(138) 이후 10년8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 1년간의 소비자물가에 대한 체감상승률을 뜻하는 ‘물가인식(2.7%)’과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값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2.7%)’도 각 0.3%포인트씩 올랐다. 기대인플레이션율 오름 폭(0.3%p)은 2017년 1월(0.3%p) 이후 4년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소비자심리지수 상승에 대한 기여도를 보면 소비지출전망 지수가 가장 큰데, 이는 위드 코로나로의 방역체제 전환이 원인”이라면서도 “하지만 물가 우려 등 때문에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지수는 같거나 떨어져 전반적으로 소비자심리지수 상승 폭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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