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구애’ 나선 이재명…“호남 없이 민주당 없다”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11.2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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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매타버스’ 첫 행선지로 DJ의 ‘정치적 고향’ 목포 방문…집토끼 민심 달래기
‘텃밭 지지도 저조’ 돌파 의지…野향해 “복수혈전에 미쳐있는 세력이 과거로 돌릴 것”
3박4일 일정 시작…전남서부~중부~동부권 벨트 훑고 D-100일에 광주 상륙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호남 ‘매타버스’ 첫 일정으로 고(故) 김대중(DJ)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격인 목포를 방문했다. 이 후보가 이날 첫 행선지로 찾은 목포 동부시장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척을 해 보이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호남 ‘매타버스’ 첫 일정으로 고(故) 김대중(DJ)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격인 목포를 방문했다. 이 후보가 이날 첫 행선지로 찾은 목포 동부시장에서 상인들을 향해 엄지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6일 텃밭인 호남을 찾아 ‘집토끼’ 민심 잡기에 나섰다. 이 후보는 이날부터 오는 29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호남 구석구석을 훑는다. 부산·울산·경남과 충청에 이어 ‘매타버스(매주타는 민생버스)’ 세번째 일정이다. 선대위 전면적 쇄신을 선언한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의 심장부인 호남을 방문해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새로운 출발을 선언하고 민주당 지지층 결속을 끌어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 후보는 이날 호남 ‘매타버스’ 첫 일정으로 고(故) 김대중(DJ)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격인 목포를 방문했다. 첫 행선지로 찾은 목포 동부시장에서 이 후보는 “호남의 개혁 정신을 실천하지 못했다”며 거듭 반성하는 한편 “호남이 없으면 민주당이 없다”며 호남 민심에 적극 구애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복수혈전에 미쳐있는 세력”이라고 비판하며 정권 재창출을 호소했다.

오전 10시 40분께, 지지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동부시장 북문을 통해 입장한 이 후보는 시장 한복판에 마련된 작은 플라스틱 상자를 연단으로 삼아 마이크 없이 육성연설을 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개혁은 호남에 빚을 지고 있다. 호남의 희생과 헌신 덕에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튼튼하게 뿌리내렸다”며 “그런데 민주당이 호남이 명령한 개혁 정신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호남이 없으면 민주당이 없다”, “앞으로도 호남은 역사가 뒤로 후퇴하지 않도록 책임져줄 것”, “호남이 없으면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개혁이 쉽지 않다”며 호남의 사명감을 강조하며 “여러분이 도와주지 않으면 이 나라는 과거로 돌아간다”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속도감 있는 개혁도 강조했다. 이 후보는 “국민이 맡긴 일이 있다. 괜히 (민주당에) 다수 의석을 준 게 아니”라며 “해야 될 일, 국민이 원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부당하게 발목 잡고, 부당하게 방해하면 그 방해를 밟고 넘어서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더욱 각을 세웠다. 이 후보는 “여러분이 도와주지 않으면 복수혈전에 미쳐있는 세력들이 국민의 삶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그 권력을 사용하는 시대로 돌아간다”며 ”‘이재명의 민주당은 다르구나. 최소한 과거로 되돌아가려고 하는 무능하고 무지하고 무책임한 세력에게 이 나라를 맡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전남 목포시 동부시장을 방문, 플라스틱 상자 연단 위에 올라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전남 목포시 동부시장을 방문, 플라스틱 상자 연단 위에 올라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목포 산정동 동부시장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지지자 등 500여명이 운집해 “대한민국 대전환합니다” “디지털 대전환합니다, 호남방문을 환영합니다”는 내용의 손팻말을 든 사람들은 연설 중간 중간 ‘이재명’을 연호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26일 오전 목포 산정동 동부시장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지지자 등 500여명이 운집해 “대한민국 대전환합니다” “디지털 대전환합니다, 호남방문을 환영합니다”는 내용의 손팻말을 든 사람들은 연설 중간 중간 ‘이재명’을 연호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이날 동부시장에는 이 후보 지지자 등 500여명이 운집했고 “대한민국 대전환” “디지털 대전환, 호남방문을 환영합니다”는 내용의 손팻말을 든 사람들은 연설 중간 중간 ‘이재명’을 연호했다. 이에 일부 상인들도 “이재명! 대통령!”으로 호응했다. 지지자들이 발 디딜 틈없이 대거 몰리면서 이 후보 일행이 시장통 북문에서 동문까지 이동하는 데 애를 먹었다.

목포 방문을 시작으로 3박4일 호남 ‘매타버스’ 일정을 시작한 이 후보는 오는 29일까지 광주·전남 지역구 전역을 순회할 계획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신안군 압해읍 응급의료 전용 헬기 계류장으로 이동해 섬마을 수호천사 닥터헬기와 함께하는 ‘국민 반상회’ 일정을 이어갔다. 저녁에는 목포 인근 해남 화원면의 한 캠핑장에서 30대 직장인들을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명심캠핑' 일정을 소화한다. 

이튿날인 27일에는 전남 중부권의 장흥 토요시장을 방문해 시장 상인들을 만나고, 강진을 찾아 농민들과 ‘국민 반상회’를 연다. 이어 전남 동부권 여수와 순천으로 이동해 항만 육성 정책을 발표하고 여수 관광명소인 낭만포차 거리 등을 걸으며 지역을 방문한 젊은이들의 민심을 살핀다.

28일과 29일은 광주 일정을 중심으로 채웠다. 광주 양림교회 예배 참석으로 일정을 시작해 광주 송정 오일장을 찾아 시민들을 만난다. 28일 오후에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광주 대전환 선대위’ 출범식을 연다. 광주 지역 선대위는 공동선대위원장 10명 중 9명을 20~30대로 구성해 청년층을 전진 배치했다. 대선 D-100일인 29일에는 광주에서 전 국민 선대위 회의를 개최한다. 이어 조선대에서 광주·전남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끝으로 영광터미널에서 민심을 청취하는 것으로 호남 일정을 마무리한다.

이 후보의 부인인 김혜경 씨도 호남 일정에 합류해 바닥 민심 다지기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지난 24일 여수, 광주 등에서 ‘그림자 내조’를 마치고 돌아온 김 씨는 27일 다시 호남으로 내려가 이 후보 일정에 동행한다. 이번 호남 일정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의 극적인 만남이 연출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남지사 출신인 이 전 대표가 호남 지역에서 이 후보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이 전 대표 측은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표는 이번 주말 충청·경남 지역 일정이 있으며 호남 방문 계획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26일 오전 목포 산정동 동부시장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지지자 등 500여명이 몰렸고 “대한민국 대전환합니다” “디지털 대전환합니다, 호남방문을 환영합니다”는 내용의 손팻말을 든 사람들은 연설 중간 중간 ‘이재명’을 연호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26일 오전 목포 산정동 동부시장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지지자 등 500여명이 몰렸고 “대한민국 대전환합니다” “디지털 대전환합니다, 호남방문을 환영합니다”는 내용의 손팻말을 든 사람들은 연설 중간 중간 ‘이재명’을 연호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26일 오전 목포 산정동 동부시장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지지자 등 500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한 지지자가 애완견과 함께 시장을 찾아 ‘이재명’을 연호하고 있다.ⓒ시사저널 정성환
26일 오전 목포 산정동 동부시장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지지자 등 500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한 열렬 지지자가 애완견과 함께 시장을 찾아 ‘이재명’을 연호하고 있다.ⓒ시사저널 정성환

이 후보의 현장 밀착 행보는 호남 지지층의 마음을 달래고 호남 지지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번 호남 일정은 2박 3일 일정이던 기존 매타버스 일정보다 하루를 더 늘려 진행하는 것이다. 또 대선 D-100일에 맞춰 첫 지역 선대위 회의 개최 장소로 광주를 선택한 것 역시 호남 민심에 호소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선출로 여야 대진표가 완성된 이후 시행한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호남이 역대 대선 때마다 민주당 후보에게 몰표를 줬던 것과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조사(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2~13일 전국 성인 1009명을 상대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호남(광주·전라)에서 이 후보는 58.1%, 윤 후보는 20.1%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층이 포진한 호남에서 이 후보로선 실망스러운 성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당시 호남에서 90%가량의 몰표를 받았고, 2017년 대선 때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쪽으로 표가 분산됐음에도 61.9%를 득표한 바 있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극히 저조하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남지역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64.9%로 높은 수준이었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19.1%나 쏠렸다.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사회여론조사(KSOI)와 리얼미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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