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봉쇄 불가피하다”는 미국 vs “과도하다”는 WHO
  • 박선우 객원기자 (capote1992@naver.com)
  • 승인 2021.11.2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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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오미크론 등장 알린 국가의 입국 차단 불합리”
앤서니 파우치 “입국 제한, 변이에 대비 시간 벌어준다”
29일 오전 방호복을 입은 해외 입국자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기사의 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사진 ⓒ연합뉴스
29일 오전 방호복 차림의 해외 입국자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기사의 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사진 ⓒ연합뉴스

코로나19 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출현에 놀란 세계 각국이 남아프리카권 국가들을 대상으로 입국 제한 조치를 내리는 가운데 ‘불합리한 규제’라는 WHO의 주장과 ‘불가피한 조치’라는 미국 전염병 전문가의 주장이 대립했다.

28일(현지시각) AP 통신 등에 따르면 마치디소 모에티 WHO(세계보건기구) 아프리카 지역사무국장은 성명에서 일부 아프리카 국가 여행객들의 입국을 차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하고, 이같은 조치를 단행한 국가들에게 과학과 국제보건규약(IHR)을 준수할 것을 강조했다. IHR은 전세계 196개국인 승인한 국제법으로, 국제적 확산 위험이 있는 질병이 발발했을 때 관리 및 대응 체계에서 각국이 갖출 권리 및 책임이 규정돼 있다.

모에티 국장은 성명을 통해 “여행 제한은 코로나19 확산을 조금 낮출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삶과 생계에 부담을 준다”면서 “IHR에선 만약 규제가 적용된다면 불필요하게 침해하는 것이 아닌 과학을 기반으로 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미크론의 전파력이나 종합적인 위험도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내린 섣부른 입국 제한 조치가 남아프리카 국가들에 적지 않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어 모에티 국장은 “세상에 새 변이를 알린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과 보츠와나 정부의 신속성과 투명성은 칭찬할만 하다”면서 “WHO는 생명을 살리는 공중보건 정보를 과감하게 공유해 코로나19 확산으로부터 세상을 보호해준 아프리카 국가들 편에 서있다”고 발언했다. 일부 전문가들 역시 입국 제한 등의 조치로 변이의 출현을 알린 국가들이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된다면 다음 변이 출현 때는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입국 제한은 변이 바이러스 대비에 필요한 시간을 벌어주는 조치라며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ABC 측과의 인터뷰에서 “여행 제한은 전파력이 매우 높은 바이러스 유입을 완전히 막아줄 수 없다”면서도 “대비할 시간은 벌어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앞서 오미크론의 등장이 보고되자 영국과 이스라엘, 미국, EU(유럽연합) 등 세계 각 국가들은 남아공 및 인접 국가에서 오는 항공편을 중단시키는 등의 제한 조치를 잇따라 발표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28일부터 남아공, 보츠와나, 짐바브웨, 나미비아, 레소토, 에스와티니, 모잠비크, 말라위 등 아프리카 8개국에 대해 입국 제한 조치를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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