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다수’ 서울시의회, 오세훈에 “TBS 예산 늘려라” 압박
  • 변문우 디지털팀 기자 (sisa4@sisajournal.com)
  • 승인 2021.11.3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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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지천 르네상스’ 등 오세훈 대표사업 예산 전액 삭감…상임위 예비심사로 압박
오세훈표 예산안에 시민단체도 반발…“독단적 시민사회 예산 축소는 민주주의 퇴행”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3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 참석해 더불어민주당 김경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3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 참석해 더불어민주당 김경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의회가 예산 심의 등의 권한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 본격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110석 중 99석은 민주당 소속 의원들로 구성돼 있어서다. 오 시장으로선 시의회와의 관계 설정이라는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30일 시민소통기획관 소관 예산안에 대해 수정 발의한다고 밝혔다. 문광위 소속 경만선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은 "TBS 출연금 136억원을 증액할 것을 수정 요청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삭감한 TBS 출연금 123억원에 더해 13억원을 더 늘려 편성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윤종장 시민소통기획관은 "TBS는 상임위 예비심사 과정에서 많은 논의 있었다"며 "상업광고를 통해 재정 자립도를 높이고자 하는 집행부 의견 전달이 제대로 안 됐다. 증액한 예산안 자체가 기존 의존율을 더욱 높이는 부분이라 더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날 상임위 예비심사 결과는 오는 3일 열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예결위도 TBS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서울시 집행부에서 또 다시 '부동의' 입장을 밝히게 된다면, 시의회 본회의에서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동의 여부를 묻게 된다.

오 시장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시의회가 증액 요구한 예산이 의원들 동의를 얻어 통과할 경우 효력이 발생한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장 동의를 받지 못한 예산이란 오명은 피하지 못하게 되고,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의회는 TBS 예산 증액 요구와 함께 오 시장의 대표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하며 발목잡기에 나서고 있다. 전날 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는 오 시장이 '서울비전2030'에서 밝힌 '지천 르네상스' 예산 약 32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또 오 시장의 대표 공약 사업인 온라인 교육플랫폼 '서울런'이나 안심소득 관련 예산도 상임위 단계에서 전액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

상임위가 삭감한 예산은 예결위 심의 과정에서 집행부와 협상을 통해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있지만,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 시장과 시의회의 입장 차가 커 예결위 심의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임위 단계에서 삭감된 예산이 예결위에서 살아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이번 예산안 심의에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2022년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필요성을 다시 주장해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시 도시재생사업 관련 시민단체들이 29일 시청 앞에서 도시재생사업 예산 삭감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시도시재생지원센터협의회 제공
서울시 도시재생사업 관련 시민단체들이 29일 시청 앞에서 도시재생사업 예산 삭감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시도시재생지원센터협의회 제공

서울시 예산안과 관련해 시민단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에서 시민단체 등에 지급해온 민간위탁·보조금을 대폭 삭감하는 내년도 예산안 내용을 두고 일부 시민단체들이 예산 삭감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9일 성명 발표에 나선 최정옥 서울특별시 협치의장회의 대표의장은 서울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시장의 독단적인 시민참여 예산 삭감 및 축소는 민주주의의 퇴행이자 시민주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며 "서울시는 시민참여를 보장하고, 약속한 예산을 집행하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의 일부 단체들은 예산안의 원안 통과를 주장하며 맞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서울바로세우기시민연대와 이성배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도 29일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을공동체, 사회주택 등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예산을 삭감하고 진정으로 서울시민을 위한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맞불을 놓았다.

서울시 예산안은 각 상임위를 통과한 후, 12월 16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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