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늙은이가 국민 2% 부자입니까”…종부세에 뿔난 60대 부부
  • 변문우 디지털팀 기자 (sisa4@sisajournal.com)
  • 승인 2021.12.0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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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국민청원서 “열심히 일한 것이 죄…이제 소득 없는데 어떻게 부담하나”
“종부세 해결 방법은 이혼이나 월세 인상밖에 없어…가정 파탄 야기하는 정책”
정부의 초강력 대출 규제 속에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발급되고, 금리인상이 이뤄지면서 주택 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사진은 28일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연합뉴스
정부의 초강력 대출 규제 속에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발급되고, 금리인상이 이뤄지면서 주택 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사진은 28일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연합뉴스

지난 11월 고지된 역대 최대 규모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관련해 월세 수입으로 생계를 꾸리는 60대 부부의 불만이 국민청원으로 올라왔다.

11월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가 국민 2%에 속하는 부자입니까?'란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청원은 1일 오후 1시 기준 3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만 63세 여성인 해당 글의 청원인은 "비싼 것 안 먹고 비싼 옷 안 입고, 늘 절약이 몸에 밸 정도로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았다"며 "노후를 생각해서 두 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악착같이 모으고 또 모아 경기도 용인시 쪽에 겨우 집 두 채를 장만해 놓고 나니 어느덧 할머니가 됐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 사는 집은 3~4년 전 주택연금을 신청해 월 81만원을 받고 있고, 나머지 한 채에서 받는 월세 90만원과 우리 부부가 받는 국민연금 100만원을 포함해 약 270만원으로 한 달을 꾸려 가고 있다"며 "넉넉하진 않지만 두 늙은이의 병원비로 쓰고 손주 간식 정도는 사주면서 나름 잘 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지난해에는 월세가 수입이라면서 소득세를 내라고 하더니, 며칠 전에는 국민의 2%에만 해당된다는 종부세를 110만원이나 내라고 고지서가 날아왔다"며 "집 두 채라고 해 봐야 합해서 공시지가 8억2000만원이다. 이것도 올해 갑자기 집값이 오르면서 양쪽 집을 합해 3억원 이상 오른 거고, 지난해까지만 해도 모두 5억원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소득도 없는 늙은이가 무슨 돈이 있다고 재산세에 소득세, 이제는 종부세까지 내라고 하는가? 전세 20억~30억 사는 사람들은 세입자라는 이유로 종부세를 안 낸다. 제가 국민 부유층 2% 맞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그는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젊어서 열심히 산 게 죄인가"라며 "나이가 젊어서 일하고 벌어서 내면 억울하다는 생각은 덜 들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젠 식당 허드렛일이라도 하고 싶어도 면접 자체를 거절당하는 나이가 됐는데 어디서 돈을 벌어서 이 세금, 저 세금을 내냐"고 분노를 표했다.

청원인은 종부세 부담에서 벗어날 방법으로 '이혼'과 '월세 인상'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법이 있더라. 두 늙은이가 집 한 채씩 나눠 갖고 이혼하면 깨끗하게 해결되겠더라"며 "국가가 행복하게 노년을 보장해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가정 파탄을 야기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꼬았다.

또 그는 "일할 수도 없는 나이라 돈 나올 데라고는 집세밖에 없으니 월세를 그만큼 더 올릴 수밖에 없다"며 "저도 젊을 때 방 한 칸 셋방살이부터 시작해서 세입자들 심정을 잘 안다. 6년간 세를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어쩔수 없다. 결국 불쌍한 세입자만 죽어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 마음도 편하지 않다. 세입자는 어디에 하소연하라고 할 거냐"며 "저 같은 사람이 어떻게 국민 2% 안에 있다는 건지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을 듣고 싶다"고 게시판을 통해 촉구했다.

60대 부부가 종부세 부담 고충을 호소하며 올린  글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본
60대 부부가 종부세 부담 고충을 호소하며 올린 글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본

앞서 11월22일 올해분 종부세 고지서가 발송된 이후 각종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납세 대상자는 지난해 대비 28만명이 증가한 94만7000명에 달하며, 고지 세액은 3조9000억원이 늘어 5조7000억원이다.

특히 다주택자의 경우 지난해 35만5000명이 9000억원을 부담했지만, 올해는 48만5000명이 2조7000억원을 부담한다. 1인당 평균 부담 세액은 지난해 254만원에서 올해 약 557만원으로 2.2배가량 증가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종부세 대부분은 법인과 다주택자가 부담하며 국민 98%는 종부세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어 종부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임대료 수준은 임대시장의 수요 공급 상황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다주택자가 증가한 세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제한적"이라며 "또 임대차 시장 안정과 임차인 보호를 위해 전월세 상한제 등 제도적 보완장치도 마련돼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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