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검증 마친 ‘몬스터’ 김민재, 빅리그로 돌진할까 
  • 서호정 축구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2.04 15:00
  • 호수 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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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수비력에 전술 소화·소통 능력까지…러브콜 본격화

김민재가 유럽 무대 검증을 초고속으로 마쳤다. 터키 쉬페르리그 명문 클럽인 페네르바체 입단 3개월 만에 리그 최고 수비수로 올라섰다. 경기를 마칠 때마다 결과와 상관없이 김민재의 명품 수비를 향한 칭찬 세례가 한가득이다. 빅리그 관심도 구체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민재는 지난 8월 중국 슈퍼리그 베이징 궈안을 떠나 페네르바체로 이적하며 꿈에 그리던 유럽 진출에 성공했다. 데뷔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무실점 승리를 견인한 김민재는  자신감을 거대한 경쟁력으로 승화시키는 중이다. 입단 후 팀이 치른 19경기 중 17경기에 나서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다. 결장한 2경기는 퇴장 징계와 체력 관리를 위한 로테이션 차원에서의 배려였다. 

감독의 신뢰도 절대적이다. 포르투갈 출신의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은 2017년부터 3년간 중국 상하이포트FC 지휘봉을 잡으며 경쟁팀 베이징에서 맹활약하던 김민재를 주목했다. 최후방에서 유럽·남미의 수준급 공격수들을 봉쇄하는 것을 본 그는 구단을 적극 설득해 김민재를 영입했다. 

ⓒEPA 연합
김민재는 터키 쉬페르리그 명문 클럽인 페네르바체 입단 3개월 만에 리그 최고 수비수로 올라섰다.ⓒEPA 연합

입단 3개월 만에 리그 최고 수비수 등극 

공격적인 스리백을 중심으로 포백을 혼용하는 페레이라 감독은 데뷔전부터 김민재에게 수비 리더 역할을 맡겼다. 그의 스리백은 좌우 스토퍼가 높이 전진해 빌드업에 참여하고, 1명의 선수가 남아 상대의 역습에 대비하는 형태다. 1명의 수비수는 뛰어난 신체 능력과 침착한 수비 지능을 모두 발휘해야 한다. 그 중요한 역할을 아시아에서 갓 넘어온 젊은 선수에게 부여할 정도로 감독은 김민재의 능력을 확신했다. 

터키 축구를 대표하는 라이벌전인 ‘이스탄불 더비’에서 김민재는 자신의 가치를 한층 더 높였다. 리그에서 우승 횟수와 인기도에서 늘 1위를 놓고 다투는 페네르바체(19회)와 갈라타사라이(22회)의 맞대결은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높다. 현재 페네르바체에는 독일 대표팀과 아스널 에이스였던 메수트 외질, 브라질 대표팀과 바이에른 뮌헨에서 활약한 미드필더 루이스 구스타보가 활약 중이다. 갈라타사라이도 소피앙 페굴리, 아르다 투란, 페르난도 무슬레라 등 유명 선수를 보유했는데 이들이 총출동하는 맞대결은 터키는 물론 유럽 전체에서도 주목한다. 수준 높은 경기에서 빛나는 선수를 확인하기 위해 유럽 빅리그 명문 팀의 스카우트들도 몰려든다.

이스탄불 더비에서 당초 스카우트들의 초점은 페네르바체의 센터백 어틸러 설러이에게 맞춰져 있었다. 헝가리 국가대표인 설러이는 지난여름 열린 UEFA 유로2020에서의 맹활약을 인정받아 첼시로부터 적극적인 구애를 받고 있다. 하지만 페레이라 감독은 이날 설러이는 벤치에 앉히고, 김민재와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수비수 마르셀 티세랑을 중앙 수비에 세우는 포백으로 나섰다. 왼발잡이 센터백으로서 장점을 두루 갖춘 설러이지만, 상대 홈에서 열려 수세적인 경기가 예상되는 승부처에서 감독은 김민재를 더 신뢰했다.

김민재는 믿음에 완벽히 보답했다. 티세랑이 공중전에 나서면 주변에서 수비 조율을 책임졌다. 빠른 발과 정확한 판단력을 이용해 가로채기 4회, 걷어내기 6회를 기록했다. 하이라이트는 1대1 동점 상황이던 후반 11분 나왔다. 김민재는 갈라타사리아의 판안홀트가 완벽하게 올린 땅볼 크로스를 상대 공격수의 발에 닿기 전에 완벽한 태클로 막아냈다. 자신의 뒤쪽으로 갈라타사라이 공격수 2명이 쇄도한다는 걸 알고 슬라이딩 태클로 공만 깔끔하게 걷어낸 것이다. 위기를 넘긴 페네르바체는 후반 추가 시간에 터진 미구엘 실바의 골로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후 중계방송사의 분석 프로그램에서도 김민재의 슈퍼태클은 득점 장면 이상으로 집중 분석됐다. 개인 퍼포먼스는 물론 스리백과 포백 어디에서도 팀의 수비 기둥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연한 전술 소화 능력, 결정적인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판단과 지능을 증명했다. 터키 언론에서도 설러이를 보기 위해 온 유명 클럽의 스카우트들이 김민재만 주목하고 돌아갔다고 전했다. 

토트넘 등 큰 관심 보여 

수비력, 축구 지능, 경험 등 모든 면에서 전성기에 돌입한 김민재를 구단과 언론이 칭송하는 만큼 주목하는 외부 시선도 커진다. 이미 김민재는 많은 유럽 클럽의 스카우트 리스트에 올라 있다. 이번 여름에도 토트넘, 유벤투스, 아스널 등 무수한 클럽의 관심을 받았다. 문제는 확신이었다. 영입을 위해선 베이징 측이 설정한 이적료 900만 유로(약 120억원)를 지불해야 했는데, 아직 유럽에서 검증되지 않은 선수 영입에 투자하긴 확신이 부족했다. 결국 김민재는 베이징에서의 연봉을 절반 가까이 삭감하며 이적료 400만 유로에 페네르바체에 합류했다. 빅리그 진입을 위한 쇼케이스를 선택한 셈이다. 

김민재는 페네르바체에 입성하며 향후 더 큰 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놨다. 지난 10월 아잔스포르를 비롯한 터키 매체들은 김민재와 페네르바체가 첫 1년간은 이적 불가, 바이아웃(최소 이적료 조항) 900만 유로를 설정했다고 보도했다. 거기다 향후 또 다른 이적을 할 경우 발생하는 이적료의 25%를 받는 조항까지 포함됐다. 당장 김민재를 활용하는 동시에 추가 이적료 수입까지 받아내겠다는 의미다. 

3개월 만에 유럽 일류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실력임을 증명하자 김민재를 향한 페네르바체의 조바심도 커졌다. 당장 1월부터 이적할 가능성에 대해선 구단주인 코치 회장이 강력 부인했다. 바이아웃 조항이 있지만 여러 클럽의 경쟁을 유도해 이적료를 2배 이상으로 올려 받으려 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현재 김민재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팀은 손흥민이 활약 중인 토트넘으로 알려졌다. 누누 산투 감독을 선임 4개월 만에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한 토트넘은 이탈리아 출신의 명장 안토니오 콘테 감독을 영입했다. 하지만 콘테 감독 부임 후에도 극적인 효과는 나지 않고 있다. 콘테 감독은 수비라인의 질적 향상을 위한 보강을 강조 중이다. 터키 매체 포토스포르는 “토트넘이 김민재 영입을 추진 중이다. 콘테 감독은 최근 김민재와 영상 통화로 면담을 진행했는데 손흥민도 이 자리에 통역으로 함께했다”고 보도했다. 

첼시와 유벤투스에서 공격적인 스리백을 활용한 콘테 감독 입장에서는 김민재의 재능은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다. 토트넘 구단에서도 아시아 출신의 한계를 넘어 월드클래스로 도약하며 실력과 인기를 모두 사로잡은 손흥민에 이어 김민재까지 적절한 투자로 데려오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오히려 수년 전부터 가져온 관심을 넘어 실질적인 영입을 추진할 근거가 페네르바체에서의 활약으로 분명해졌다. 김민재가 빅리그로 향할 시기가 생각보다 더 빨리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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