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공포] 일상 회복한 일본, 오미크론에는 괜찮을까
  • 박대원 일본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2.07 07:30
  • 호수 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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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신규 입국 금지에도 새 변이 바이러스 일본 상륙

일본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서울시 면적(605.2㎢)의 약 3.5배에 해당하는 도쿄도(2190.9㎢)에서 11월 한 달 동안 하루 확진자 수는 최대 31명에 불과했다. 전국 규모로 보더라도 11월 내내 하루 확진자 수가 300명도 되지 않았다. 도쿄올림픽 직후 감염 폭발 상태가 계속돼 일평균 1만~2만 명대 확진자가 발생했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다. 

확진자 수 급감으로 일본 사회는 빠르게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지난 9월말 긴급사태 선언 해제 직후 도쿄도 내 공공 도서관 및 실내체육관 등의 운영시간 규제가 대폭 완화됐으며 11월부터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음식점 내 주류 판매 및 영업시간 제한 또한 전면 해제됐다. 12월1일부터는 테이블당 4명까지만 식사하도록 하는 감염 방지 대책도 8명까지로 완화됐다. 스포츠 경기 및 콘서트장 관객 수를 1만 명 이내로 하는 대책 역시 완화되어 수용 정원의 50% 이내일 경우 상한 없이 수용이 가능하다. 이와 같은 감염 방지 대책 완화와 관련해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사회경제 활동을 재개하면서 기본적인 감염 방지 대책을 철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코로나19 대책 분과회 멤버인 다테다 가즈히로(舘田一博) 교수는 현재의 감염 상황에 대해 “긴급사태 선언이 9월말에 해제되고 2개월이 지났는데 아직 전국적인 감소 경향이 유지되는 상황이다. 백신 접종률도 2차 접종을 완료한 사람이 76%를 넘었고, 전국의 감염자 수도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어 매우 좋은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점점 추워지는 날씨로 바이러스가 확산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고 12월과 1월에 백신 효과가 약화되면 감염 증가를 유도하는 요인이 커질 것이라며, “인구 이동이 많아지는 연말연시에 감염자가 증가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10월25일 도쿄의 번화가 시부야의 한 식당에서 손님들이 늦은 시간까지 머물고 있다.ⓒXinhua 연합

번화가 인구 이동 회복세 뚜렷한 도쿄

11월28일 오후, 도쿄의 번화가 신주쿠(新宿)는 갑작스레 날씨가 쌀쌀해졌는데도 시민들로 가득했다. 대형 쇼핑센터 내 카페는 대부분 만석이었으며, 도넛 체인점 미스터 도넛에서는 입장을 위해 10명 이상의 시민이 줄지어 있는 장면까지 연출되었다. 신주쿠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도쿄의 한인타운 신오쿠보(新大久保)는 코로나19 상황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한국식 핫도그와 호떡을 판매하는 가게 앞에는 20명 가까운 인원이 주문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식당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던 시민(20대 회사원)은 “최근 유행하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보고 한국 음식이 먹고 싶어 한인타운을 찾았다. 이 정도로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반면 일본에서 감소 추세가 계속되는 상황에 대해선 “(한국과 일본의) 백신 접종률에 큰 차이가 없다고 들었는데 이상하다. 일본도 1월 즈음 확진자가 크게 늘 것이 분명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발견되자 11월29일 모든 외국인의 신규 입국을 금지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11월8일 비즈니스 목적의 방일 및 유학생, 기능실습생 등의 신규 입국을 허가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다시 국경 폐쇄 조치가 발표된 것이다. 외국인 신규 입국 금지와 관련해 요코하마 시립대학 글로벌 추진실의 모리야 아키코(森谷章子) 과장은 NHK와의 인터뷰에서 “(유학생) 입국이 재개된다고 생각하자마자 입국이 금지되어 안타깝지만, 감염 대책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국인 신규 입국 금지 조치에도 11월30일 일본에서 오미크론 감염자가 발견되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감염자는 나미비아 국적의 30대 외교관으로 11월28일 나리타 공항을 통해 입국했을 당시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그러나 입국 직후 실시된 PCR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고, 해당 검체를 유전자 분석한 결과 오미크론 감염으로 확인된 것이다. 해당 남성은 가족 2명과 함께 동반 입국했으나 나머지 2명은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에서 오미크론 감염 사례가 보도된 당일, 도쿄의 한 국립대학교 캠퍼스에서 만난 한 대학원생은 “이제 좀 일상으로 돌아온 기분이었는데 오미크론으로 인해 감염 상황이 어떻게 될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발견에 따른 일본 정부의 신규 입국 금지 조치와 관련해 일본 내 미군기지가 집중되어 있는 오키나와현에서는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일지위협정(주일미군 지위협정)에 따른 사증(비자) 면제 조치로 인해 미군의 신규 입국은 여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키나와현 지역매체인 류큐신보(琉球新報) 11월30일자는 “일본의 검역이 적용되지 않는 미군기지를 경유해 오미크론이 현 내에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군으로부터의 정보 공유가 불투명한 상황을 지적했다.

오미크론 충격, 경제 대책 실시로 이어질지 주목 

기시다 내각은 11월19일,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침체된 일본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55조7000억 엔(약 570조원)에 달하는 경제 대책을 발표했다. 관광사업 활성화와 내수 진작을 위해 정부가 국내여행 경비의 최대 절반을 지원하는 ‘고투 트래블(Go To Travel)’ 캠페인 재개가 대표적이다. 이 캠페인은 작년 7월부터 시작되었으나 감염 확대로 인해 스가 내각 때 중단된 바 있다. 그러나 관광업계에서는 오미크론의 발생으로 캠페인 재개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11월29일 “연말연시의 감염 상황을 보고 (재개 여부를) 검토하고 싶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사이타 데쓰오(斎藤鉄夫) 국토교통상 역시 11월3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캠페인 재개는 안전, 안심을 확실히 확보해 감염 상황이 안정되어 있는 것이 대전제”라며 “오미크론에 대해 현시점에서 불분명한 부분이 많으나 그 영향을 포함해 앞으로의 감염 상황을 주시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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