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이 선정한 2021 ‘올해의 인물’은 ‘MZ세대’였다. MZ세대는 1980~1994년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5~2000년대 초 사이 태어난 X세대를 통칭한 세대를 의미한다. 분야별 올해의 인물도 역시 MZ세대가 관통했다. 올해의 정치 인물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경제 인물에 선정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역시 50대로 MZ세대는 아니지만 기존 재벌가 총수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젊은 소통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많은 점수를 받았다. IT·의과학 인물의 가상인간 로지(22세 여성), 연예 인물의 BTS, 스포츠 인물의 김연경 또한 MZ세대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스타들이다. 이 밖에 사회 인물은 코로나 의료진, 문화 인물은 《오징어게임》, 국제 인물은 일론 머스크가 각각 선정됐다.
매년 송년호에서 발표되는 시사저널 올해의 인물은 세 번의 절차를 거쳐 최종 선정된다. 먼저 시사저널 편집국 기자들이 지난 한 해 각 분야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인물(또는 사건·현상 등)을 추천한다. 기자들의 추천을 바탕으로 후보군을 만든 후 시사저널 홈페이지를 방문한 독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다. 해당 결과를 토대로 시사저널 편집국에서 다시 최종 선정 작업에 돌입한다.
‘리빙 레전드’(살아있는 전설) 방탄소년단(BTS)은 여전히, 쉴 새 없이 K팝의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2020년의 성과도 대단했는데, 2021년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BTS는 지난 11월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인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에서 대상에 해당하는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를 비롯해 ‘페이보릿 팝 듀오 오어 그룹’과 ‘페이보릿 팝송’ 부문도 수상하며 3관왕에 올랐다. 해당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것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 아티스트 중에서도 처음이다.
BTS는 11월말과 12월초 총 4일에 걸쳐 2년 만의 미국 콘서트를 개최해 총 21만4000여 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번 공연이 열린 로스앤젤레스(LA) 소파이 스타디움은 2022년 슈퍼볼과 2028년 하계올림픽의 개·폐막식장이다.
BTS는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공연한 첫 아시아 아티스트이자, 공연장 개관 이래 4회 공연 전체를 매진시킨 첫 단독 아티스트가 됐다. 미국 빌보드지는 BTS가 소파이 스타디움 콘서트로 3330만 달러(약 393억9000만원)를 벌어들였다고 보도했다. 역대 콘서트 티켓 수익 6위에 해당하는 수치며 최근 9년 만에 가장 큰 흥행 기록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이 정도 규모의 콘서트는 팝스타의 상징과도 같다. 과거엔 음반 판매량으로 스타성을 가늠했으나, 요즘은 음원이나 유튜브 스트리밍 또는 거대 콘서트 투어가 스타성의 지표가 됐다”며 “AMA와 콘서트에서 나타난 성과를 보면 BTS가 기존 최고의 ‘아이돌 스타’에서 명실상부 최고의 ‘팝스타’로 격상됐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7·2019·2020년에 이어 네 번째
BTS와 시사저널 올해의 인물의 인연은 2017년, 2019년, 2020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그동안 시사저널은 BTS의 남다른 행보를 꾸준히 조명해 왔다. BTS는 밑바닥부터 팬들과 함께 성장했고, 청년 세대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거나 인종차별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일에도 적극 나섰다.
BTS 멤버 제이홉은 11월28일(현지시간)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세대의 목소리가 돼 이를 대변한다는 것이 낯간지럽기는 하지만 막중한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그저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이를 공유해 영광이었을 뿐인데, 그것(영향력) 또한 BTS 음악이 가진 힘이자 에너지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공에 대한 기준을 두지 않으려고 한다. 그 기준을 정해 버리면 거기에 다다르려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피로해지기 때문”이라면서 “연연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BTS에게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만큼은 꼭 넘고 싶은 장벽이다. BTS는 음악계 최고 권위로 꼽히는 그래미 어워드에서도 2년 연속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올랐으나 아쉽게도 본상 후보에는 지명되지 않았다. BTS 멤버 슈가는 “어렸을 적 그래미 시상식 무대를 보며 자라왔기에 아직도 후보에 올랐다는 게 설레고 기대도 된다. 당연히 쉽지는 않겠지만 뛰어넘을 장벽이 있고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