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여론조사] 국민 62% “BTS 멤버들에게 병역특례 허용해야”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1.12.29 10:00
  • 호수 1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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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연령대에서 찬성 여론 우세…대선 앞두고 사회적 쟁점으로 급부상

“공평성의 차원에서 (입대) 연기를 해주거나 하는 게 바람직해 보이고 면제는 최대한 자제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병역특례 대상에 포함될) 자격이 충분하다. 국익 기여도가 높은 다른 분야 청년과 마찬가지로 공정한 기회를 부여받아 대체복무를 할 수 있길 바란다.”(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을 군대에 보내야 하는지가 다시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작 당사자인 BTS 멤버들은 정상적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겠다고 밝혀왔다. BTS 팬클럽인 아미 측도 “BTS 멤버들의 군 면제를 원한다고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갈수록 확산되는 배경에는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이 있다. 정치권이 대형 이슈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가운데 주목도와 파급력 면에서 여타 현안을 압도하는 BTS 병역 문제가 여지없이 소환됐다. 대중문화예술인들도 ‘이번 기회에 꼭 병역법을 개정해 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때마침 BTS의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 3관왕 등극 소식이 들려오면서 관련 논의에 더욱 탄력이 붙고 있다. 

실제로 BTS 등 대중문화예술인에게 병역특례의 문을 열어주는 법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치열한 갑론을박 속에 쉬이 결론을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11월25일 회의에서 병역법 개정안 3건을 의결하지 않고 잠정 보류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찬반이 엇갈린 탓이다. 국방위는 앞으로 공청회, 간담회 등 공론화 절차를 밟기로 했다. 공론화 과정에서 대선후보 간 공약 경쟁이 벌어질 소지도 있어 보인다. 벌써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입장을 내놨다. 정치권과 대중문화예술계, 국방부·병무청 등이 동시에 주목하는 것은 여론의 향방이다. 

ⓒAP 연합

찬성 61.9% vs 반대 34.2% 

시사저널은 여론조사를 통해 현재 우리 국민이 BTS 병역특례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아봤다. 여론조사는 12월7일 시사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무선 자동응답(ARS) 방식을 사용했고, 통계 보정은 2021년 1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연령대·지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림가중)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우선 BTS를 비롯해 국위를 선양한 대중문화예술인에게 병역특례 혜택을 주는 게 적절한지 묻는 문항에서 찬성한다는 응답이 61.9%로 반대한다는 응답 34.2%를 압도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3.9%였다. 

찬성 여론은 모든 연령대에서 반대보다 높게 나타났다. 50대(67.9%)에서 두드러졌고 60세 이상(63.5%), 40대(62.8%), 30대(58.4%)가 뒤를 이었다. 만 18~29세 구간에서는 찬성(49.2%)이 반대(48.3%)를 0.9%포인트 차이로 근소하게 앞서 눈길을 끌었다. 징집 연령대인 20대 남성이 포함된 만큼, 반대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큰 것이라는 풀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금수저’ ‘흙수저’로 구분될 만큼 태생적으로 달라지는 삶이 주는 상대적 박탈감이 20대 사이에 만연해 있다”면서 “최소한 병역은 공평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여론조사를 통해 조금이나마 표출된 게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만 18~29세, 여타 응답층과 미묘한 온도 차 

지역별로는 대전·세종·충청(74.4%), 서울(66.5%), 광주·전남·전북(65.3%), 부산·울산·경남(60.9%), 경기·인천(59.0%), 강원(56.5%), 대구·경북(48.6%) 순으로 찬성 응답자가 많았다. 제주는 찬성과 반대가 각각 46.2%로 같았다. 성별에 따른 찬성 응답률은 여성이 65.6%로 남성 60.2%보다 5.4%포인트 높았다. 

논란의 핵심 키워드는 ‘국위선양’과 ‘형평성’이다. 정부는 특정 국제 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과 국내 예술경연대회 1위, 5년 이상 중요 무형문화재 전수교육을 받고 자격을 취득한 사람 등을 예술요원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올림픽 동메달 이상 수상자를 체육요원으로 각각 편입해 대체복무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국위선양에 기여한 예술·체육인들이 군대에 가는 대신 특기를 활용해 복무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편입 대상에서 유독 대중문화예술 분야는 성과를 판단할 만한 지표가 모호하다는 이유로 빠져 있다 보니, 형평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특히 ‘세계 정상급 팝스타로 우뚝 서며 대한민국 국격을 높인 BTS가 특례 대상에서 빠지는 게 맞느냐’는 질문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법령에서 예술요원 편입을 인정하는 기준은 국내외 42개 음악·무용 경연대회로 정해져 있다. 국회 국방위 국민의힘 간사이자 병역법 개정안 발의자인 성일종 의원은 “서울에서 열린 클래식 음악 콩쿠르 1위 수상자와 팝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AMA 대상을 수상한 BTS 중 누가 더 국위를 선양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올림픽 메달 1개의 경제적 가치가 최고 2690억원인데, BTS의 경제 유발 효과는 10년간 약 56조원에 달한다’는 내용의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 내용을 같이 제시했다. 

대중문화예술인들이 원천 배제된 기준에 대해 여론조사 응답자 53.8%도 불공정하다고 여겼다. 이 중 매우 불공정하다는 응답이 14.1%, 불공정한 편이라는 응답이 39.7%였다. 공정하다, 즉 문제 없다고 본 응답자는 40.2%(매우 공정 15.6%, 공정한 편 24.6%)였다. 남성(54.2%)이 여성(53.6%)보다 더 현행 법령을 불공정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만 18~29세에선 조사 대상 연령대 중 유일하게 공정하다(47.4%)는 응답이 불공정하다(44.0%)보다 많았다. 해당 응답층은 대중문화예술인을 병역특례 대상에 넣어야 하는지를 놓고 찬반으로 팽팽하게 맞선 데 이어 이번 질문에서도 나머지 연령 구간과의 온도 차를 나타냈다. 관점에 따라서는 형평성의 개념이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병무청 관계자는 “대중문화예술인의 예술요원 편입은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객관적 기준 설정, 형평성 등을 고려해 관련 부처와 함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도 “예술·체육요원의 (대체복무) 편입 대상 확대는 선택하기 어렵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법 개정을 사실상 반대했다. 

부 대변인은 형평성 문제에 더해 인구 급감 추세를 언급했다. 병역자원이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특례 대상을 확대하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국방부의 이 같은 염려에 응답자 52.7%도 동의했다. 41.4%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일반 청년들과의 형평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예술·체육 특기자에 대한 병역특례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병역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 1970년대 초 만들어진 특례 제도는 없애는 게 맞다”면서 “특례 범위를 최소화하되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례 제도 자체에 대해선 찬성이 압도적 

예술·체육요원 대체복무 제도 자체를 향한 국민 시각은 어떨까. 10명 중 7명가량(69.8%)는 필요하다고 답했다.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28.6%에 불과했다. 만 18~29세 응답자들의 찬성 응답률(78.8%)이 가장 높다는 게 눈에 띄었다. 여성(74.1%)의 찬성률이 남성(66.8%)보다 높았으나, 찬성이 반대보다 훨씬 많다는 점은 다르지 않았다. 

병역특례가 국위선양이라는 도입 취지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는 응답이 76.8%로 반대 응답(19.8%)을 크게 웃돌았다. 연령대, 사는 지역, 성별을 막론하고 ‘압도적으로 우수한 예술·체육 특기자라면 군대에 안 보내도 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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