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스포츠 인물] 김연경, 압도적 지지 받은 ‘배구 여제’
  •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2.28 13:00
  • 호수 1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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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손흥민·KT 위즈·양궁 국가대표팀 제치고 스포츠 최고의 인물로

시사저널이 선정한 2021 ‘올해의 인물’은 ‘MZ세대’였다. MZ세대는 1980~1994년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5~2000년대 초 사이 태어난 X세대를 통칭한 세대를 의미한다. 분야별 올해의 인물도 역시 MZ세대가 관통했다. 올해의 정치 인물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경제 인물에 선정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역시 50대로 MZ세대는 아니지만 기존 재벌가 총수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젊은 소통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많은 점수를 받았다. IT·의과학 인물의 가상인간 로지(22세 여성), 연예 인물의 BTS, 스포츠 인물의 김연경 또한 MZ세대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스타들이다. 이 밖에 사회 인물은 코로나 의료진, 문화 인물은 《오징어게임》, 국제 인물은 일론 머스크가 각각 선정됐다.

매년 송년호에서 발표되는 시사저널 올해의 인물은 세 번의 절차를 거쳐 최종 선정된다. 먼저 시사저널 편집국 기자들이 지난 한 해 각 분야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인물(또는 사건·현상 등)을 추천한다. 기자들의 추천을 바탕으로 후보군을 만든 후 시사저널 홈페이지를 방문한 독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다. 해당 결과를 토대로 시사저널 편집국에서 다시 최종 선정 작업에 돌입한다.

김연경을 빼고 2021년의 스포츠를 논할 수 있을까. ‘올해의 스포츠 인물’에는 압도적 지지로 여자배구의 김연경(33·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이 선정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연일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손흥민(29·토트넘 홋스퍼)이나 프로야구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룬 KT 위즈, 그리고 안산·김제덕 등 MZ세대 스타를 배출해낸 도쿄올림픽 양궁 대표팀 등이 후보에 올랐으나 ‘배구 여제’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김연경의 위대함은 지난 8월 도쿄올림픽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올림픽 개막 전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 학폭 논란과 레프트 공격수 강소휘의 발목 수술로 반쪽 전력이 된 여자배구 대표팀에 대한 기대는 적었다. 하지만 박정아·김희진·양효진·염혜선 등으로 꾸려진 대표팀은 김연경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면서 기적의 4강을 일궈냈다.

ⓒ연합뉴스

달라진 스포츠 관전 문화에서 메달 획득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대표팀은 매 경기 투혼을 보여주면서 여느 종목보다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브라질과의 4강전은 고갈된 체력 때문에 0대3으로 완패했으나, 도쿄올림픽 전 종목 통틀어 시청률(지상파 3사 합계 38.1%)이 가장 높았다. 대표팀의 활약은 그대로 국내 여자배구 인기로 이어졌다.

김연경은 앞서 2020~21 시즌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을 당시에도 쌍둥이 자매 논란으로 만신창이가 된 팀을 포스트시즌까지 이끌면서 활약을 이어갔다. 국가대표팀에서나 소속팀에서나 ‘캡틴’의 면모를 유감 없이 보여주면서 팀을 위한 살신성인이 무엇인지 잘 보여줬다.

그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은 데이터로도 잘 나타난다. 트위터가 최근 공개한 2021년 키워드 통계에 따르면 김연경은 전 세계 여자 스포츠 선수 중 당당히 1위에 올랐다. 도쿄올림픽 당시 심적인 부담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체조선수 시몬 바일스(미국·2위)나 인터뷰 거부 등으로 테니스계를 달군 오사카 나오미(일본·3위)를 제친 것이다. 김연경은 유튜브 채널 ‘식빵언니’를 통해 활발하게 팬들과 소통하는데, 도쿄올림픽 이후 일반인까지 팬으로 끌어들이며 현재 구독자 수가 138만 명을 돌파했다. 실시간 라이브에도 2만 명 이상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많다.

김연경은 도쿄올림픽 이후 국가대표팀 은퇴를 발표했다. 그가 태극마크를 달고 뛴 16년 동안 여자배구는 도쿄올림픽 4강은 물론이고, 2012 런던올림픽 4강,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은메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동메달 등의 성과를 냈다.

 

중국리그 이후 다음 행선지 어디일지 관심

현재 중국리그에서 뛰고 있는 김연경은 여전히 월드클래스다운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슈퍼리그 1라운드 6경기 중 4경기(12세트)에 나서 68득점(경기당 평균 17득점)을 뽑아냈다. 바뀐 중국리그 규정 탓에 상하이 구단 내 또 다른 외국인 선수 조던 라슨과 번갈아 기용되고 있는데 코트에 나설 때마다 결정적 역할을 해내고 있다.

김연경은 2022년 1월6일 중국리그가 끝나면 다시 행선지를 고민해야 한다. 선수 등록 기한 때문에 당장 국내 리그 복귀는 어렵다. 김연경 측은 중국리그 종료와 함께 국내에 귀국해 2월 중순까지 휴식을 취하며 차기 행선지를 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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