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이 선정한 2021 ‘올해의 인물’은 ‘MZ세대’였다. MZ세대는 1980~1994년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5~2000년대 초 사이 태어난 X세대를 통칭한 세대를 의미한다. 분야별 올해의 인물도 역시 MZ세대가 관통했다. 올해의 정치 인물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경제 인물에 선정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역시 50대로 MZ세대는 아니지만 기존 재벌가 총수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젊은 소통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많은 점수를 받았다. IT·의과학 인물의 가상인간 로지(22세 여성), 연예 인물의 BTS, 스포츠 인물의 김연경 또한 MZ세대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스타들이다. 이 밖에 사회 인물은 코로나 의료진, 문화 인물은 《오징어게임》, 국제 인물은 일론 머스크가 각각 선정됐다.
매년 송년호에서 발표되는 시사저널 올해의 인물은 세 번의 절차를 거쳐 최종 선정된다. 먼저 시사저널 편집국 기자들이 지난 한 해 각 분야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인물(또는 사건·현상 등)을 추천한다. 기자들의 추천을 바탕으로 후보군을 만든 후 시사저널 홈페이지를 방문한 독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다. 해당 결과를 토대로 시사저널 편집국에서 다시 최종 선정 작업에 돌입한다.
가상인간 로지(Rozy)는 지난 8월 신한라이프의 TV 광고모델로 데뷔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매력적인 외모와 경쾌한 춤실력 탓에 데뷔를 앞둔 연예인 지망생이거나 걸그룹 멤버일 것이라 생각했다.
로지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인간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신선한 충격에 빠졌다. 고도화된 그래픽 기술과 인공지능(AI)으로 실제 사람과 구별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대중의 반응은 ‘호기심 반, 재미 반’이었다.
로지의 활동은 가상공간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연예인처럼 소속사(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가 있다. 프로필 나이는 22세며, 해외여행과 요가, 운동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일상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하면서 팬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사람들은 차츰 이 낮선 인플루언서에게 열광하기 시작했다. 현재 로지의 SNS 팔로워만 10만 명 이상이다.
기업들도 잇달아 로지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현재 로지가 광고모델로 출연하고 있는 곳만 신한라이프를 포함해 5곳 이상이다. 패션 편집숍 W컨셉은 최근 로지를 앰배서더로 발탁했고, LF의 영캐주얼 브랜드 질바이질스튜어트와 슈페리어의 골프웨어 브랜드 마틴골프는 로지를 전속모델로 선택했다. 로지는 아모레퍼시픽 헤라의 SNS 인플루언서로도 활동 중이다. 2021년에 받은 로지의 모델료만 10억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델 수입만 2021년 10억원 이상
로지는 최근 자신의 광고 배경음악인 《Fly so Higher(부제: 오늘처럼 놀라운 내일을)》를 정식 음원으로 출시하고 뮤직비디오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음원 발매 후 발생하는 수익금은 광고주인 신한라이프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에 사용할 예정이었는데, 말 그대로 ‘대박’을 터트렸다. 뮤직비디오 공개 3주 만에 100만 뷰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패션 중심지인 미국 뉴욕의 한복판에서 최근 한복 패션쇼가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이 함께 기획한 한복 디지털 패션쇼였다. 로지는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와 함께 한복을 입고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로지의 활동에 자극받은 것일까. 국내 주요 기업들이 최근 가상인간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기 시작했다. LG전자는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2021’에서 가상인간 ‘김래아’를 선보였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비대면으로 실시된 행사에서 김래아는 유창한 영어로 LG전자 제품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LG전자는 김래아를 실제 사람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7만 건에 달하는 실제 배우의 움직임과 표정을 추출했고,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3D 이미지를 학습시켰다고 한다.
이 밖에도 롯데홈쇼핑이 자체 개발한 가상인간 ‘루시’는 지난 9월부터 쇼호스트로 활동하며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농협의 경우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구현한 AI 은행원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했다. 최근 분사한 SK스퀘어의 경우 가상인간 ‘수아’를 개발한 온마인드를 첫 투자처로 택하기도 했다. 현실세계로 스며든 가상인간의 활동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