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일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다시 과거 군사독재 시절로 돌아갈 순 없다”며 총탄에 맞서는 시위를 벌여, 전 세계에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월20일(현지시간)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미국이 돌아왔다”며 트럼프 정부 시절 실추된 국제사회 리더로서의 미국의 부활을 예고했다. 그는 최근 들어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며, 민주주의를 지키는 ‘세계 대통령’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시사저널이 ‘2021 올해의 인물’ 국제 인물 선정을 준비하면서, 당초 강력한 후보로 미얀마 시민들과 바이든 대통령이 거론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12월13일(현지시간) 한 외신이 보도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뽑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었다는 뉴스였다. 이틀 후인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도 그를 올해의 인물로 뽑았다. 시사저널 독자 투표에서 머스크의 지목률이 높아졌고, 편집국의 의견도 머스크로 쏠렸다.

타임 “사회의 거대한 변화 보여주는 가장 풍부한 사례”

2021년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역시 머스크가 이끌고 있는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는 민간인만을 우주선에 태운 채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관광에 성공했다. 타임은 “머스크는 단순히 세계 최고의 부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거대한 변화를 보여주는 가장 풍부한 사례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머스크에 대해 ‘어릿광대’ ‘천재’ ‘관종’ ‘몽상가’ ‘선지자’ ‘기업가’ ‘쇼맨’ 등의 수식어를 나열했다. 여기서 엿볼 수 있듯 머스크에 대한 평가에는 호감과 비호감이 공존한다.

좌충우돌 언행과 트윗으로 큰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미국 정치권과 바이든 정부를 향해 도발적인 언행도 서슴지 않았다.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원 법안에 대해 “나라면 다 버릴 것”이라고 일갈했고, 민주당의 부유세 법안 추진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다른 사람들의 돈을 다 쓰고 나면 또 찾으러 올 것”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에게도 원성의 대상이 됐다. ‘입방정’으로 표현될 정도로 가벼운 그의 트윗에 따라 가상화폐와 주식이 마구 출렁거리는 혼란의 원인을 제공한 탓이다.

실제 그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자마자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올해의 인물(머스크)이 세금을 내도록 하고 모든 사람의 돈을 공짜로 쓰는 것을 막기 위해 세법을 바꾸자”고 비판했고, 셰러드 브라운 상원의원은 “노조를 파괴한 억만장자가 올해의 인물이 되어선 안 된다”고 저격했다.

탐사보도 전문매체 ‘프로퍼블리카’는 지난 6월 머스크를 비롯한 억만장자들이 2018년 연방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머스크의 자산 가치는 현재 2440억 달러로 전 세계 1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납세를 위해 자신이 보유한 약 140억 달러(약 16조6700억원) 상당의 테슬라 주식을 매도했고, 12월19일 트위터에 “올해 110억 달러(약 13조1000억원)가 넘는 세금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감명국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