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성장통인가, 붕괴의 전조인가 [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2.30 07:30
  • 호수 1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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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에서 시작된 중국 경제 리스크 또 불거져
과거 관점으로 중국 평가하는 오류 피해야

중국 경제는 언제나 심상찮았다. 경제가 좋았던 시절에도, 그렇지 못했던 시절에도 중국에 대한 시선은 부정적이었으며, 파국이 코앞에 와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중국은 나름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뒤로 미뤄놓고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렇게 해서 40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미국과 더불어 세계 양대 경제대국이 됐다. 언제나 위기와 함께한 것이 중국 경제였던 것이다.

중국 경제에 대한 시선은 이중적이며 모순적이다. 끊임없는 위기론으로 대표되는 ‘내부 붕괴론’과 더불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국이 모든 것을 장악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는 ‘중국 일극론’이 공존하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을 가장 먼저 겪었지만 가장 빠르게 빠져나와 급격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경제는 최근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Xinhua
중국 경제의 리스크가 불거진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이 칭하이성 시닝 지역의 카펫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Xinhua

중국 경제에 대한 이중적 시선, 왜?

지난 10년간 중국 경제 위기론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과잉생산과 그림자 금융, 부동산이었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막대한 수요를 충당하고,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공식·비공식적인 지원으로 중국의 생산능력은 건설에 필요한 시멘트, 철강 등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그러한 생산능력을 소화하기에 세계시장은 좁았기에 결국 과잉공급 문제가 불거졌다. 과잉생산에 따른 공황 발생 우려가 한때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환경·에너지 기준 상향 등을 이유로 노후시설들을 정리하고 일대일로 사업을 통한 인위적 수요 창출로 문제를 상당 부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축소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후 등장한 위기 요소는 그림자 금융이었다. 은행 등 금융기관이 아닌 곳에서 발행되는 다양한 금융상품 확대는 금융 당국의 통제를 벗어나 과도하게 확산됐으며, 특히 지방정부의 공기업 및 투자기업이 중심에 서면서 손대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중국 경제와 관련해 그림자 금융과 관련한 언급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2018년 이후 중국 정부가 다양한 방법으로 그림자 금융을 기존 금융체계 속으로 들어오도록 했으며, 이 과정에서 비공식적인 부채들은 점차 공식적인 금융기관의 채무 또는 대출로 전환됐다. 유동성이 과잉공급될 때 나타나는 이러한 현상을 중국은 정치적 역량을 동원해 단기간에 해소하고 금융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제어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2021년 새롭게 중국 경제를 괴롭히고 있는 주제는 부동산이라 할 수 있다. 2021년 4분기에 중국 100대 도시의 미분양 주택 재고는 최근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기존 주택 거래량 역시 전년 대비 21% 감소하면서 지난 7월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시장 위축은 부동산 기업의 연쇄 부도와 맞물리면서 중국 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 헝다그룹의 디폴트 진행에서 알 수 있듯이 엄청난 수익을 기록하던 중국 부동산 기업들은 유동성 감소와 금융권의 지원 축소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 기업을 중심으로 발행했던 해외채권 부도 역시 12월 40억 달러 규모까지 증가했다.

대규모 부도 사태로 인한 피해와 대외신인도 저하를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개입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주택을 분양받은 국내 실수요자 및 협력업체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진행하고 있을 뿐 직접적인 지원에는 명백히 선을 그었다. 그러는 사이 부동산 산업의 악화는 철강, 가전 등 다른 분야의 수요 축소로 이어졌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각종 인프라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는 연말에 급증하고 있는 관련 프로젝트 허가 건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과거 중국 정부가 경기침체 시기마다 활용하던 이런 방식이 이번에도 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본격적인 경제성장기에는 인프라 투자가 새로운 산업 및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지만 성숙기에 접어든 상황에서는 과거와 같은 효율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던 중국 경제는 2021년 상반기에 이를 만회하는 수준의 급격한 회복을 기록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회복세는 확연히 꺾였으며, 2019년 말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산업생산과 소비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내 항공기 운항량의 경우 2020년 대비 33% 감소한 상태다. 이동의 지연은 생산에도 부정적이고 소비에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항공교통량이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된 것과 비교하면 중국의 회복세가 지연되거나 약화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교통체증 수준, 지하철 이용객 수로 추산해본 도시 내 이동량은 평년 수준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이동제한은 주로 광역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즉 개별성 및 도시 내 활동은 자유롭지만 장거리 이동에는 제약이 많은 것이 부진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중국의 수출입 추세는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것이 주요 시장의 수요 회복에서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코로나19 재확산 이전의 물류망 붕괴로 인한 재고 확보를 위한 주문량 증가 영향인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공산당 정치국회의에서 ‘안정이 최우선’ 등장

중국 정부는 현재 ‘성장과 안정’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산당 정치국 회의에서 ‘안정이 최우선’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는 잠재적인 불안정성의 위험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1800억 달러 규모의 유동성 공급, 지준율 인하, 주택시장에 대한 선별적 지원 신호 등은 경기부양을 위한 조치라기보다 부동산 부문의 디폴트가 다른 부문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역시 1분기 이후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부양이라는 의미보다는 경기 후퇴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중국의 개혁·개방, 그리고 세계 무역체제의 편입과 더불어 성장해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의 갈등으로 인해 과거와 달리 냉각된 관계, 그리고 급증하고 있는 반중 감정은 중국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 복잡다단해진 중국 경제를 과거의 단순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평가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몸집이 커짐에 따라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성장의 둔화를 몰락과 쇠퇴의 증거로 판단해서도 안 될 것이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기반한 통제력과 장악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해서도 안 된다. 중국 변화의 흐름을 잘 읽고 경쟁과 협력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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