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이어 이준석도 ‘윤석열 디스’ 가세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1.12.27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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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洪 비판에 尹 “비상 상황에 평론가 돼선 곤란”
김종인 “선거 도움 되는지 판단하고 발언하라” 경고

대선이 70여 일 가까이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힘 ‘집안 다툼’이 점차 격화하는 양상이다. 선거대책위원회를 박차고 나간 이준석 대표와 경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패한 홍준표 의원이 연일 국민의힘 선대위를 비판하면서다.

윤 후보를 향한 이 대표와 홍 의원의 비난 수위가 연일 거세지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경고’ 메시지를 냈다. 이후 이 대표가 이를 두고 “제언의 길을 막는다”고 즉각 반박하면서 김 위원장과 이 대표 간의 갈등설도 불거지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사진 왼쪽부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이재명 아닌 윤석열 겨누는 이준석‧홍준표의 입

지난 22일 대선을 78일 앞두고 이 대표가 선대위 하차를 결정했다. 표면적인 발단은 조수진 전 공보단장과의 갈등이었다. 그러나 같은 날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핵관(핵심관계자)들이 그렇게 원하던 대로 이준석이 선거에서 손을 떼었다”며 “세대결합론이 사실상 무산되었으니 새로운 대전략을 누군가 구상하고 그에 따라서 선거 전략을 준비하면 될 것”이라고 적으며, 이번 결단 배경이 ‘선대위 전체에 대한 불만’이란 사실을 알렸다.

당초 윤 후보의 ‘방패’를 자처했던 이 대표다. 그러나 선대위를 내려온 직후 이 대표는 윤 후보를 찌르는 날카로운 ‘창’이 된 모양새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비롯해 국민의힘 선대위 전반에 걸쳐 날 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실제 최근 이 대표의 공개 발언 대부분이 상대편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아닌 국민의힘 ‘집안 문제’였다.

지난 20일 윤 후보는 이 대표와 조 전 공보단장 간 갈등에 대해 “생각이 다를 수 있는 것인데 그게 바로 민주주의”라고 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22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당황스럽다”며 “누가 후보를 팔고 일을 벌였으면 즉각 조치는 해촉이다. 공보단장이 비둘기 역할을 한다 해도 비둘기가 메시지를 변조하면 잘라야 한다”고 윤 후보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4일 뒤 발언의 수위는 더 세졌다. 이 대표는 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 메시지가 옳고 국민 소구력이 있으면 정치를 하는 것이지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알랑거려서 정치하려고 했다면 울산 합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표는 “윤 후보가 윤핵관이 없다면서 출근도 안 한다고 했는데, 출근하면 윤핵관이 될 수 없다. 최순실이 출근하고 직위가 있었으면 비선 실세가 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윤 후보가 ‘윤핵관의 비위’를 방조하고 있다고 주장한 셈이다.

국민의힘 선대위로서는 난처한 상황이다. 이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시점에서 이 대표가 ‘야당 내 야당’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홍준표 의원은 선대위 합류 후에도 윤 후보에 대한 비판을 거두지 않고 있다. 홍 의원은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나는 윤 후보와 정책도 다르고 후보 가족비리를 실드 칠 자신이 없어 도저히 전면에 나설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를 만든 ‘틀튜브’(고령 유튜버를 낮잡아 부르는 용어), 일부 편파 언론, ‘윤핵관’이 주축이 돼 정권교체의 선봉에 나서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상 윤 후보에 대한지지 의사가 없음을 표명한 셈이다.

여기에 홍 의원의 경선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여명 선대위 공동청년본부장도 신지예 새시대준비위 수석부위원장을 비판하며 선대위에서 사퇴했다. 여 본부장은 25일 페이스북에 “악성 페미니즘, 민노총과 한통속인 공공노조, 이석기를 구명해 달라는 비전향 좌익인사까지, 제가 비판해 왔던 모든 것을 옹호할 수는 없다”고 직격했다.

 

尹‧金 “선거에 도움 안 돼…평론 자제해야”

윤 후보를 향한 이 대표와 홍 의원의 비판이 ‘평론’을 넘어 ‘내홍’ 논란으로 번지자 윤 후보가 직접 자중을 촉구하고 나섰다.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논란’ 이후 지지율의 부침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표와 홍 의원이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윤 후보는 27일 선대위 회의에서 “누구도 제3자적 논평가나 평론가가 돼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서 비상 상황이고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직접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고 국민을 설득하고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경고’라는 단어를 꺼내며 윤 후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같은 날 김 위원장은 “경고의 말씀을 드린다”며 “선거에 도움 주겠다는 많은 분이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과연 선거에 도움이 되는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발언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후보가 정책적으로 약속한 것을 자기 생각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반대 의견을 개진해서는 선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의 주장을 이 대표가 SNS를 통해 빠르게 반박하면서, 내홍 논란은 되레 더 격화하는 양상이다. 이 대표는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누구나 본인이 속한 조직에서 더 나은 결과를 위한 제안을 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며 “당 대표가 당을 위해 하는 제언이 평론 취급을 받을 정도면 언로는 막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평론은 평가에 그치지만 제안은 대안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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