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격전지를 가다] 경남 판세 좌우할 ‘창원시장’ 두고 여야 사활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2.01.02 14:00
  • 호수 1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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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장 선거 열기 후끈]
국민의힘, 경남 지역 탈환에 총력전…10여 명이 출사표
민주당, 지역 여론 좋은 허성무 시장에 ‘수성’ 기대

경남 정치 1번지인 창원이 6월 지방선거의 최대 관심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수성에 나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허성무 창원시장은 “창원 미래 100년을 민주당이 열어가야 한다”고 했고, 탈환하려는 국민의힘 이달곤 의원은 “6월 지방선거는 정권 심판에 초점이 있다”고 했다. 여기에 정의당도 “민주당·국민의힘과 정면 대결을 펼치겠다”며 가세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경남도당 위원장인 이 의원은 지난 12월28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단순히 지방자치단체장과 시·도의원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지키는 선거”라며 “저들에게 빼앗겼던 창원을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에서 경남 지역 탈환에 사활을 걸고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경남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모여 있는 창원은 경남 지방선거 전체 승부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2014년 이후 두 차례 지방선거에서 창원시장 승리 정당이 모두 경남도청 입성에 성공했다. 홍준표·김경수 등 경남지사 후보가 최종 승자였던 지난 지방선거는 모두 창원의 우세가 승리의 발판이었다. 경남 지방선거 승리에 창원 민심의 지원이 필수적이란 의미다. 

ⓒ연합뉴스
허성무 창원시장이 2020년 5월8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미더덕 영어조합법인에서 열린 ‘창원 진동 미더덕 2020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대상 수상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與 “허 시장 출마 당연”…野 “특단의 대책 준비”

국민의힘은 최근 창원 지역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창원은 전통적으로 국민의힘 지지 기반이 든든한 곳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들에 비해 국민의힘 후보자들의 출마가 몰리고 있다. 민주당도 재선에 도전하는 허 시장을 중심으로 창원 지역 수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선거에서는 창원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 일각에선 ‘확실한 승리’를 위해 허 시장의 등판설을 당연하게 본다. 그가 스마트산업도시 조성 등 지역 기반을 잘 닦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코로나발(發) 경기 침체에도 허 시장의 입지는 더욱 강력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창원시가 여론조사업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를 통해 지난 12월17~19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출범 3년6개월을 맞은 허 시장의 시정 운영을 두고 66.5%(매우 잘함 9.8%, 대체로 잘함 56.7%)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민선 7기 초반인 2018년의 긍정 평가 53.3%보다 나은 수치다. 민주당 관계자는 “허 시장은 창원 시정을 글로벌 브랜드 반열에 올려놓은 일등 공신이니만큼 민주당 내 입지가 탄탄하다”며 “새로운 인물을 찾을 필요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창원 유권자들의 정치 성향이 그 어느 때보다 양극화된 것도 허 시장의 지지율을 굳건하게 유지시키고 있다. 체감경기나 경제지표와 상관없이 정치색에 근거해 현 창원 시정의 성과를 판단하는 충성도 높은 지지자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허 시장은 지난 12월27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특례시 실현 등 시민의 바람에 부응하는 정책으로 주어진 책무를 성실히 수행했다. 시민들의 지지에 보답하기 위해 다시 한번 민심을 따르겠다”며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허 시장은 조만간 창원시장 선거 레이스에 합류할 계획이다. 하지만 예비후보 등록 시기는 신중하게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시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시장 신분은 유지하지만, 시정 업무는 부시장이 대신 맡기 때문이다. 창원시장 선거가 그만큼 치열하다는 방증이다.

국민의힘 소속 후보자들은 ‘보수 재건’ ‘보수 결집’ 등을 내세우며 출마의 뜻을 밝히고 있다. 현재 10명 내외의 인사가 나서고 있는데, 향후 이들 외에도 다른 후보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 경남도당 관계자는 “허성무 시장에 필적할 만한 창원시장 후보를 내세울 계획이다.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후보들은 전략공천 여부 등 공천 방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허영·김상규·김석기·장동화·송병권 ·차주목 제공
국민의힘 창원시장 후보로 허영, 김상규, 김석기, 장동화, 송병권, 차주목(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등 10여 명의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허영·김상규·김석기·장동화·송병권 ·차주목 제공

국민의힘 내부 경쟁 치열…공천 방식 변수

창원이 경남에서 상징성이 큰 지역이니만큼 창원시장 출마자는 경남지사 후보의 러닝메이트 성격을 띠고 있어 국민의힘의 전략공천 가능성이 높다. 6월 지방선거에 나설 후보는 당 공천심사위원회를 통해 결정되지만, 이번 선거는 대선 기여도가 중요한 만큼 결국 대선후보의 의중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국민의힘에서는 허영 전 축산물품질평가원 원장이 거론된다. 허 전 원장은 국민의힘 선대위에 반려동물가족행복특별위원장으로 합류했다. 안상수 전 창원시장의 최측근인 허 전 원장이 창원에서 당선되면 지난 2018년 선거에서 허 시장에게 대패해 하락한 정치적 위상을 회복할 수 있다. 

전략공천을 의식한 당내 우려도 만만찮다. 2018년 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전략공천 논란이 꼽히면서다.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안상수 전 시장 대신 자신의 측근인 조진래 전 경남부지사를 전략공천했다. 안 전 시장은 홍 전 대표의 결정에 반발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고, 결국 보수 분열의 덕을 본 허성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창원시장 선거는 경남도지사 선거 패배로 이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를 의식한 듯 “대선 기여도에 따른 전략공천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했다.

경선을 통해 흥행몰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가 많다. 경선을 통해 정치 신인과 당내 인사가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논리다. 구점득 창원시의원은 “최근 투표 인증도 SNS에 많이 올라온다”며 “경선이 과열되면 후보 간 이전투구로 비칠 수 있지만, 최종 후보의 지지율도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후보는 김상규 전 조달청장과 김석기 김해시 부시장이다. 먼저 김 전 청장은 그동안 중앙공무원으로 지내며 지방정치와 떨어져 있어 인지도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창원경제연구소를 열고, 마산해양신도시 과제를 진단하면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김 부시장의 하마평도 지속적으로 나오지만, 실제 등판 가능성은 미지수다. 김 부시장은 “시간이 좀 남았다. 출마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차주목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수석전문위원과 송병권 도당 대변인, 장동화 전 도의원의 등판도 거론된다. 차 수석전문위원은 “창원의 미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선 창원을 잘 알고 시민들과 함께 소통하고 희로애락을 같이할 시장이 필요하다”며 “나는 준비된 후보다. 젊음과 열정으로 추진한다면 미래가 현재이 될 것”이라고 했다. 송 대변인은 “특례시 기반을 확실히 마련하고, 시민을 위한 현장 행정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또 장 전 경남도의원은 “일자리와 주거, 교육, 환경, 청년 정책으로 떠나는 창원이 아니라 돌아오는 창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 국민의힘에서는 강용범 전 경남도의원, 정의당에서는 노창섭 경남도당 위원장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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