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헌·최민정(쇼트트랙)부터 정재원(스피드)·이상호(스키)까지
  •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1.01 11:00
  • 호수 1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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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스트레스 날려줄 ‘미리 보는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내분, 각 종목 세대교체 속에서도 스타 탄생은 계속될 전망

2022년 흑호(黑虎) 해는 스포츠의 해다. 2월 동계올림픽(중국 베이징)부터 9월 아시안게임(중국 항저우), 그리고 11월 축구 월드컵(카타르)까지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만 3개다. 그 시작은 동계올림픽이다. 팬데믹 상황이 지속하는 터라 도쿄하계올림픽에 이어 파행적 운영이 예상되지만 차가운 겨울, ‘집관(집에서 관람)’하는 이들의 심장을 녹여줄 기대주들은 꽤 된다.

한국의 동계올림픽 메달밭인 쇼트트랙은 여러 악재가 겹쳤다. 심석희(24)의 사적인 대화가 담긴 메신저 내용이 공개되면서 고의 충돌, 동료 비하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심석희에게 국가대표 2개월 자격 정지 처분이 내려지는 것으로 사태는 봉합됐지만 최민정(23) 등 대표팀에는 큰 흉터가 남았다. 심석희 이전에도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부 1500m 금메달, 500m 동메달의 임효준이 불미스러운 일로 대표팀 자격 정지를 당해 중국으로 귀화하는 일이 있었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한국은 쇼트트랙 부문에서 남녀 500m 출전권을 각각 2장(최대치 3장)밖에 획득하지 못했다.

안팎으로 어수선한 쇼트트랙이지만 눈여겨볼 선수는 있다. 평창대회 남자부 500m 은메달리스트 황대헌(22)이다. 황대헌은 평창 이후 더욱 성장했다. 2018년,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500m 1위를 차지했다.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도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남자부 1위를 차지한 그는 월드컵 1~3차 대회 개인 종목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따냈다. 가히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에이스다.

여자부에서는 심석희 파문을 딛고 에이스 최민정이 마음을 추슬러 평창에 이은 다관왕 영예를 안을지 주목된다. 최민정은 현재 개인 종목은 물론이고 여자계주 3연패와 함께 이번 베이징대회에서 첫선을 보이는 혼성계주 우승까지 노리고 있다.

황대헌·최민정 쇼트트랙 선수(왼쪽부터)ⓒ
황대헌·최민정 쇼트트랙 선수(왼쪽부터) ⓒ연합뉴스

매스스타트 세대교체의 선두주자 정재원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빙상 마라톤’으로 불리는 매스스타트 종목이 관심을 끈다. 한국은 평창대회 때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매스스타트에서 남자부 이승훈(금메달)과 여자부 김보름(은메달)이 시상대에 올랐다. 이번에는 정재원(20)에게 기대를 건다. 정재원은 평창대회 때 이승훈(33)의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했다. 이번에는 역할이 바뀔 듯하다. 지난 월드컵 1~4차 대회 때 성적이 정재원이 더 좋았다. 6차례 경기에서 정재원이 이승훈보다 다섯 번 빨리 들어왔다. 세계 순위도 정재원이 4위, 이승훈이 5위다.

정재원은 17세에 평창대회에 참가했었다. 당시 이승훈·김민석과 함께 팀추월 결승에 나서 당당히 은메달을 따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최연소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영광도 함께 누렸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한 정재원은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1학년 때 오른 발목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이를 악물고 훈련해 기어이 고등학교 1학년 때 태극마크를 달았다. 어릴 적부터 5000m에 집중해 장거리 선수로 특화돼 있다는 게 제일 큰 장점으로 꼽힌다. 체력과 지구력이 좋아 경기장 16바퀴를 돌아야 하는 매스스타트에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이다.

여자부에서는 김보름(28·세계 8위)이 박지우(23·세계 9위)와 함께 나선다. 김보름의 경우 평창대회 때 팀 동료(노선영)를 고의로 따돌렸다는 의혹을 받았으나 이는 경기 도중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이 이후 밝혀졌다. 중계진의 말 한마디로 빚어진 엉뚱한 논란 탓에 신경정신과 치료까지 받은 그가 이번에는 당시 받지 못했던 응원을 받으며 힘찬 질주를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매스스타트 외에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김준호(26), 남자 1500m 김민석(23)이 메달을 노린다. 김준호는 월드컵 2차 대회 남자 500m에서 4위에 올랐다. 4차 대회 때는 6위를 기록했지만 개인 기록을 갈아치웠다. 평창대회 1500m 동메달리스트인 김민석은 월드컵 1차 대회 금메달, 2차 대회 동메달로 다시금 베이징대회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이상호 스키 스노보드 선수, 정재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왼쪽부터)ⓒ연합뉴스

‘배추 보이’ 이상호, 한국 스키 새 역사 쓸까

설상 종목에서 가장 큰 기대주는 ‘배추 보이’ 이상호(26)다. 평창올림픽 때 한국 스키 사상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따냈던 이상호는 이번 시즌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반노예에서 열린 스노보드 월드컵 남자 알파인 평행 대회전 결승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뒤이어 평행 회전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도 평행 대회전 은메달을 차지했다. 2021~22 시즌 4차례 열린 스노보드 알파인 월드컵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를 획득한 그는 랭킹 포인트에서도 300점으로 시즌 종합 1위로 올라섰다. 베이징올림픽 결과를 낙관하는 이유다.

강원도 출신 이상호는 어린 시절 사북의 고랭지 배추밭을 개량한 눈썰매장에서 스노보드를 탔다는 이유로 ‘배추 보이’라고 불린다. 2017년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을 차지한 뒤 귀국할 때 배추를 선물로 받기도 했다. 2020년 1월 어깨 수술을 받은 이상호는 지난여름부터 스위스에서 전지훈련을 이어가며 올림픽을 준비해 왔다. 이번 연말에도 유럽에 계속 머물면서 1월8일 스위스 스쿠올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대비한다.

이들 외에도 평창올림픽 개막전에 앞서 열려 올림픽 열기를 초반부터 달궜던 컬링 대표팀도 올림픽 출전 채비를 마쳤다. 평창대회 은메달에 빛나는 ‘팀 킴’(김영미·김은정·김경애·김선영·김초희)은 지난 12월 중순 열린 올림픽 자격대회(OQE)에서 라트비아를 꺾고 출전권을 따냈다. ‘아이언맨’ 윤성빈(27)은 남자 스켈레톤 올림픽 챔피언 수성에 나서지만 최근 성적이 꽤 만족스럽지 못하다. 평창대회 때는 대회 전에 코스 적응 시간이 충분히 있었지만 베이징대회에서는 그럴 수 없다는 점도 윤성빈에게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은 2월4일 개막해 20일까지 이어진다. 대한체육회는 한국 선수단 목표를 금메달 1~2개, 종합 순위 15위권으로 정했다. 예상보다 낮은 목표다. 아무래도 쇼트트랙 내홍과 스피드스케이팅 세대교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듯하다. 한국은 지난 평창대회 때 홈 어드밴티지를 살려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를 따내며 종합 7위의 성적을 낸 바 있다. 사실 도쿄올림픽 때를 돌아보면 이제 메달이나 순위만으로 평가받는 시대는 지났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고, 도전한다는 그 자체로 박수가 쏟아진다. 하지만 땀의 노력이 정당한 성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이나 이를 지켜보는 국민이나 모두 한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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