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근혜’ 떠오르는 윤석열의 ‘文재명’ 강조 전략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1.12.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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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문재명’이라 지칭하며 정부여당 공동책임론 강조
18대 대선 당시 민주당 ‘이명박근혜’ 전략과 닮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연일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윤 후보가 최근 정부를 비판할 때마다 ‘문재명’(문재인 대통령+이재명 후보)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9년 전 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이 여당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박근혜 전 대통령(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엮어 ‘이명박근혜’라고 지칭했던 것과 유사하다. 정부와 여당 대선 후보의 ‘공동 책임론’을 부각해 ‘정권 심판론’을 강조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사진 왼쪽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사진 왼쪽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윤 후보는 30일 페이스북에 “야당 대선후보까지 사찰하는 ‘문재명’ 집권 세력에 맞서 정권 교체 투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무릎을 꿇고 살기보다는 차라리 서서 죽겠다”고 적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후보를 비롯한 배우자 김건희씨, 국민의힘 의원들의 통신기록을 조회한 사실이 알려지자 정권교체를 향한 강경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윤 후보는 공수처의 ‘사찰 논란’에 대해 청와대뿐 아니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입장 표명도 요구하고 있다. 이날 ‘문재명’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당이 공수처 설립을 주도했기에 이 후보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윤 후보는 정부의 실정(失政) 논란이 일 때마다 ‘문재명’이란 단어를 사용하며 정부여당을 동시에 공격하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21일 정부가 내년도 주택 보유세와 내년 1분기 전기·가스요금 동결 방침을 밝히자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러니까 매표(賣票·유권자의 표를 사는) 동결이란 말이 나온다”며 “국정마저 선거운동에 써 먹는 정권”이라고 질타했다.

윤 후보는 “이재명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이 (청와대와 각 세우기를) 연출하고 있는 유사 정권심판 프레임도 똑똑한 민심의 벽을 넘기는 어렵다. 이 또한 국민이 다 안다”며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후보, ‘문재명’ 세력을 교체하지 않는 한, 집행 유예된 세금과 공공요금 폭탄은 국민 머리 위로 다시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이 후보 역시 정부와 상반된 행보를 보이며 ‘여당발(發) 정권교체’ 가능성을 시사하자, 윤 후보가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공동 책임론을 내세우며 ‘정권 심판론’ 재점화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차기 대통령선거 구도에서 발견되는 사실은 정권교체 대세 여론이다. 문 대통령의 임기 5년 차 국정수행 평가 지지율이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다른 역대 대통령보다 높은 편이지만, 정권교체 여론이 더 부각되는 추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의 정권교체 여론이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만큼이나 강력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후보의 ‘문재명’ 전략이 지난 18대 대선 당시 민주당이 내세웠던 ‘이명박근혜’ 전략을 차용한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정부는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이 일었다. 같은 시기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던 박 전 대통령이 “산업화 시대에 본의 아니게 피해를 당한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발언하며 ‘본의 아니게’란 표현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그러자 당시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2012년 3월14일 논평을 내고 “이명박근혜 정권 심판의 날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음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비판했다.

2012년 4·11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서울 종로에 출마했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2012년 3월19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시중에 이명박근혜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며 “집권여당의 2인자로서 당을 지배해온 분께 책임이 없다면 국민은 과연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총선에서 부패·무능한 약탈정권을 심판해야 집권연장 시도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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