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치료제로 빨라질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
  •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세포분자병리학)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2.31 17:00
  • 호수 1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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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승인된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백신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적시에 공급된다면 ‘게임 체인저’ 가능해

지난 12월27일 정부 당국이 화이자의 먹는 코로나 치료제 ‘팍스로비드’에 대해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이 긴급사용 승인에 대한 결정은 자료를 제출한 지 불과 5일 만에 이뤄질 정도로 매우 예외적이었고, 신속했다.

팍스로비드는 코로나19와 관련해 국내에서 긴급사용이 승인된 첫 번째 먹는 치료제다. 국내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의료체계가 압박을 받으면서 재택 중인 확진자가 늘어나게 돼 먹는 치료제의 필요성은 시급하고도 절실했다. 다행히 화이자가 임상시험을 신속히 마치고 효과도 기대치보다 훨씬 높게 나옴으로써 먹는 치료제에 대해서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된 상황이다. 특히 정부가 100만 명분 이상을 도입한다고 했으므로, 이런 정도면 당장엔 양적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AP 연합

팍스로비드, 부작용 면에서도 안전 확인돼

이 치료제는 코로나바이러스가 가지고 있는 단백질 절단효소 작용을 저해함으로써 바이러스 복제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단백질 절단효소의 작용은 바이러스의 생존 및 증식에 절대적으로 필요해 이 기전이 방해받을 경우 바이러스는 소멸될 수밖에 없다. 임상시험에서도 이미 그런 효과는 확인되었다. 확진자가 증상 발현 3일 이내에 복용할 경우 입원 및 사망 방지 효과는 89%, 증상 발현 5일 이내에 복용할 경우에도 효과는 88% 수준이다. 그러니 증상 발현 5일 이내에만 복용하면 거의 90% 정도의 입원 및 사망 방지 효과가 있다.

일단 긴급사용 승인이므로 국내 도입과 관련한 구매자는 정부 측이다. 시중에서 자유로운 판매는 정식 승인이 나기까지는 금지된다. 때문에 당분간 이 치료제는 접근 자체가 매우 제한적이다. 이 치료제는 의사의 진단 및 처방이 있어야만 받을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투약은 하루 12시간 간격으로 두 차례 이뤄지고, 한 번에 3알씩 5일 동안 지속돼야만 한다. 약효를 내는 약(니르마트렐비르)은 각 150mg으로 2개, 보조제로서 약효를 강화하고 지속시켜주는 약(리토나비르)은 100mg 1개다. 알약이 그다지 크지 않으므로 복용하는 데 불편함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팍스로비드는 모든 확진자가 복용할 수 있는 치료제는 아니다. 임상시험이 실시될 때 투약 대상자가 정해져 있었고, 미국 당국과 우리나라 당국에서도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긴급사용 승인을 낸 것이어서 그 내용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우선 50세 이상은 연령 그 자체가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요인이라고 판단돼 투약 대상자가 된다. 만 12세부터 49세까지는 비만·당뇨·고혈압·심장질환과 같은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어 당장은 경증·중등증이지만 위중증으로의 진행 가능성이 큰 경우에 한해 투약 대상자가 된다. 어린 연령인 경우에는 몸무게가 40kg 이상이어야만 한다. 임신부인 경우에는 감염으로 인한 피해보다 약물 투여로 인한 이득이 더 크다는 의료진의 판단이 있어야만 투약 대상자가 될 수 있다. 출산한 임산부도 투약 대상자가 될 수는 있는데, 이때는 수유를 중단해야만 한다.

팍스로비드는 코로나바이러스가 가지고 있는 단백질 절단효소에만 작용하고 우리 체내 단백질 절단효소에는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부작용 면에서도 안전함이 확인된 치료제다. 때문에 이 치료제가 보여주는 부작용 중에서 주목할 것은 거의 없다. 임상시험에서도 가짜 약을 투여받은 군과 진짜 약을 투여받은 군에서 경미한 부작용이 공통적으로 20% 정도 나타났는데, 이런 경우 약에 대한 부작용은 없다고 판단한다.

다만 최근 팍스로비드에 사용된 보조제인 리토나비르로 인한 부작용 논란이 있었는데, 이것은 상당히 과장된 측면이 있다. 리토나비르가 다른 약물의 약효도 강화하고 지속시킬 수 있기 때문인데, 이것은 의료진이 처방을 내기 전에 충분히 판단하고 관리가 가능하다. 또한 임상시험을 실시할 때도 모든 대상자가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어 그 기저질환에 대한 약물을 복용하면서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았으므로, 이미 임상시험 결과에 관련 부작용이 모두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리토나비르는 오랫동안 에이즈 치료제의 보조제로 사용된 것이어서 의료진에 친숙하고, 또 약물 조합에 대한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제기되는 위험은 실제로는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인다.

팍스로비드는 1인당 가격이 약 63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약값은 전액 정부가 부담해 처방받을 때 환자 개인이 부담해야 할 치료제에 대한 비용은 일단 없을 전망이다.

확진자가 의료진을 대면하고 처방전을 받기란 사실상 어려워, 처방과 관련한 모든 과정은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즉 확진자의 나이 및 기저질환 유무에 대해 의료진이 비대면으로 확인하고 처방전을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치료제는 해당 지역 보건소에서 환자 자택으로 배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접촉은 최대한 줄이고, 재택치료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면서도 확진자의 불편은 최소화하는 방향이 될 전망이다.

ⓒ시사저널 이종현
2021년 12월23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 공원에 설치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 검사를 받기 위해 시민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다.ⓒ시사저널 이종현

기전상 미래 어떤 변이에도 잘 작동할 것

먹는 치료제는 사실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만 있는 게 아니다. 머크사의 먹는 치료제인 ‘몰루피라비드’도 최근 미국 당국에서 긴급사용 승인이 났고, 우리 당국에서도 긴급사용에 대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치료제는 약이 작동하는 기전상 기형이나 암 유발 등과 같은 매우 심각한 부작용 우려가 있다. 실제 미국 당국에서 긴급사용 승인이 날 때도 전문가 위원회에서 찬성 13명, 반대 10명으로 겨우 긴급사용 승인이 결정될 정도로 기형이나 암 유발에 대한 우려가 컸다. 투여 대상과 관련해 제한도 너무 많고, 특히 화이자 치료제와 달리 효과도 30% 수준이어서 크게 기대할 바도 되지 못하는 치료제다. 그러므로 화이자 치료제를 충분히 도입한다면 굳이 머크의 치료제를 도입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치료제는 기전상 오미크론 변이, 또 미래의 그 어떤 변이에도 잘 작동할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 방역 상황의 미래는 밝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치료제라고 해도, 치료제는 언제나 백신에 대한 보조적 수단이다. 백신이 주도하면서 치료제가 충분히, 적시에 공급된다면 새해에는 일상 복귀의 발걸음이 빨라질 것이다. 모두가 기대하는 코로나 이전으로의 복귀가 임박해지고 있음이다. 그러니 지금이 우리가 경험하는 터널의 마지막 끝자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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